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SBS <강심장> 연출을 맡고 있는 박상혁 PD는 "얼마짜리 기자, 얼마짜리 PD로 값을 매기는 것이 과연 좋은 기사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인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SBS 사측의 연봉제 도입 시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 17일 서울 목동 SBS 1층 로비에서 열린 '연봉제 철회 농성 1주년 결의대회'에서 박상혁 PD(가운데 안경 쓴 사람)가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17일 서울 목동 SBS 1층 로비에서 열린 '연봉제 철회 농성 1주년 결의대회'에서 만난 박상혁 PD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어도 방송사는 기본적으로 전파를 국민으로부터 위임을 받아서 사용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는 곳이다. 경쟁력과 자본의 논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공익적 기능들을 수행해야 하는데, 직원들의 값을 매기기 시작한다면 과연 그런 기능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을까"라며 "언론인으로서 연봉제 도입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1년 전 SBS 사측은 2010년부터 입사하는 모든 사원들을 '연봉제'로 채용할 것이며, 부장급 이상 간부 사원에 대해서도 연봉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SBS 사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원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시행의 근거를 내세웠으며, 2010년 SBS 노조와의 임금협상에서도 별도의 협상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전사원 연봉제 수용시 기본급 3% 인상'을 내걸었었다.

박 PD는 SBS 사측이 노동조합을 비롯해 직원들을 통제하기 위해 연봉제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PD는 "언론사는 제조회사처럼 인건비를 줄인다고 해서 회사의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는 아니다. 언론사는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이게 대박나면 수십배의 돈을 버는 콘텐츠가 탄생되는 곳"이라며 "(경쟁사인) MBC, KBS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연봉제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워낙 성과가 딱딱 떨어지는 부서이기 때문에 예능이나 드라마 PD들 가운데 일부는 연봉제에 대해 그렇게 거부감이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사가 과연 그런 기능만 갖고 존재해야 하는가?"라며 "저도 예능 PD이지만 언론사에 연봉제가 도입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BS노동조합이 서울 목동 SBS 1층 로비에서 '연봉제 철회 촉구' 농성을 진행한 지 벌써 1년이 되었으나 SBS 사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인 상황.

박 PD는 "어느 순간부터 회사 측이 노조를 비롯해서 직원들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며 "단순히 노조 조합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제작 PD로서도 안타까운 일"이라고 전했다.

박 PD는 "초창기 때 SBS는 역동적이고, 젊은 조직이었는데 점점 회사가 직원들에 대해 '통제'와 '제약'을 많이 가하려 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좌우 양쪽 날개가 같이 가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회사가 한쪽 날개를 꺾고도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