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지난 26일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홍영표 전 원내대표, 전해철 당 대표 특보단장, 김종민 전 정개특위 간사 등 민주당 의원 다섯명이 미래통합당 비례 위성정당에 맞대응하기 위한 위성정당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종민 의원은 중앙일보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논의한 내용은 정반대라고 반박했다.

김종민 의원은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중앙일보 보도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김종배 진행자가 전한 김 의원의 입장은 "다섯명이 만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중앙일보가 보도한 것처럼 비례정당을 만드는 것에 합의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이다.

김 의원은 "오히려 다섯명이 만나서 논의한 내용은 정반대"라며 "시중에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은 비례정당을 만들면 안 된다', '손해보자고 연동형 비례제 시작한 일인데 민주당이 손해보더라도 국민을 믿고 가야된다' 이게 그 자리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민주당만 보면 손해이지만 진보와 보수, 진영 전체로 보면 유불리가 왜곡되지 않는다라는 판단을 다섯명의 의원이 공유했다"고 한다.

이날 아침 중앙일보는 1면 <"탄핵 막으려면‥" 민주당 5인 비례당 결의>기사에서 "26일 저녁 민주당 핵심 인사 5인은 서울 마포구 음식점에서 회동하고,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미래한국당) 체제에 맞대응하는 위성정당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독자창당과 외부정당과의 연대가 논의됐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3면 <"비례당 좋은데 명분이 문제" "명분은 만들면 돼" "잘해보자"> 기사에서 자세한 취재경위와 의원 발언 등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취재팀은 이날 비슷한 시간대 같은 음식점 내 다른 방에 있었다. 큰 소리로 오가는 이들의 격론이 생생히 들렸다"며 "회동의 발제자는 윤 총장이었다"고 썼다.

보도에 따르면 윤호중 총장은 "미래통합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한 의미 자체를 완전히 처박아 버리고 있다"며 "저들이 저렇게 나오면 우리도 사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잘 찾아보면 우리라고 왜 힘을 모을 세력이 없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윤 총장은 "이해찬 대표가 아니면 우리 다섯 사람이 해야 된다. 누가 있겠느냐"고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그동안 비례정당에 대해 명분이 없다며 민주당이 만들 수는 없다는 기조를 이어왔다.

전해철 의원은 "명분이 문제다. 우리가 왜 비례정당을 해야 하는지에 내세울 간판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쉽지 않은 일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고. 참 이거…"라고 했다.

이에 김종민 의원은 "미래통합당이 지금 연동형 비례제의 의미를 완전히 깨부수고 있는데, 그렇게 땀 빼가면서 공들인 선거법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는 점을 앞세우면 된다"면서 "명분이야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의원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긴 하지만 비례정당을 만든다고 나갔을 때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아직 모른다"며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목소리를 식별하기 어려운 한 참석자는 "(미래통합당이)탄핵 이야기를 하니까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후 논의는 독자창당이냐, 외부정당과의 연대냐로 이어졌다. 윤 총장은 연대론에, 김 의원은 독자 창당론을 주장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심상정(정의당 대표)은 안 된다. 정의당이나 민생당이랑 같이하는 순간, X물에서 같이 뒹구는 것"이라고 연대 대상을 제한했다.

비례정당 창당 시 영입 인사를 비례정당으로 보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미래통합당이 취하고 있는 방식이다. 특정하기 어려운 한 참석자는 "비례 정당이 만들어져도 또 고민해야 할 게 있다. 우리가 먼저 비례 공천을 한 다음에 상황을 봐서 그쪽(비례 정당)으로 사람을 보내야 하는지 등도 문제"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선거법 개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애초에 선거법 자체를 이렇게 했으면 안 됐다. (전체 비례대표 47석 중) 17석(병립형)과 30석(연동형)도 안 되는 거였고, (연동형) 비율을 더 낮췄어야 했다"고 했다.

윤 총장은 "우리의 뜻이 확인됐으니 선거법 협상을 맡았던 김종민 의원이 어떤 방향이 돼야 할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까지 다 고민해 다음주에 발제해 달라"며 "모두의 뜻이 모인 것으로 합의하고 한 번 잘 해보자"고 논의를 정리했다.

한편 28일 오전 주권자국민회의, 한국YMCA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진영 비례정당인 '선거연합당' 추진을 공식화 한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비례위성정당 창당 여부와 관련해 "의병이라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우리가 어쩔 수 있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주권자전국회의 등에서는 민주당에 동참을 촉구하겠다고 선거연합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