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목동 SBS 사옥 1층에는 1년 넘게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이하 SBS노조)가 상주하고 있다. 대주주 태영건설로부터 ‘소유-경영 분리’를 외쳐온 SBS 노조가 최근 현수막 문구를 바꿨다. “TY홀딩스 누구를 위한 체제 전환인가?”다.

사실상 SBS의 대주주인 태영건설은 지난달 22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TY홀딩스’ 신설 예정일은 오는 6월 30일이다. 태영건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SBS는 SBS미디어홀딩스 위에 TY홀딩스가 위치한 이중 지배구조에 놓이게 된다.

SBS노조는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전환이 SBS 구성원들에게 “심대한 위협”이 될 것이며 “SBS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 사업기회, 방송독립성과 자율성, 소유 경영 분리에 대한 대국민 약속이 모두 뿌리째 뽑혀 나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SBS사측은 노조의 우려를 ‘선동’이라 규정짓고 “대주주는 SBS의 매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SBS의 자회사 지분 관계 등은 향후 2년의 법적 유예 기한 동안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SBS에 전혀 문제없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태영건설의 지주회사 전환으로 SBS가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처한다거나 광고판매, 콘텐츠 제작, 유통 등 핵심 기능에 타격을 입는 등의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SBS노조가 지난 19일 문서 하나를 공개하며 상황은 역전됐다. 2016년 SBS 경영 기획팀에서 작성된 ‘태영 지주사 신설에 따른 영향 검토’ 자료다. 태영건설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손자회사인 SBS와 증손회사가 되는 SBS자회사 지분의 처리가 불가피한데 이를 처리할 5가지 대응방안이 담겨있다.

노조는 사실상 5가지의 방안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보고 있다. 26일 윤창현 SBS본부장을 만나 투쟁하는 이유를 들었다. 다음은 윤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서울 목동 SBS 사옥 1층 (사진=미디어스)

- TY홀딩스 체제 전환이 SBS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태영건설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 미디어홀딩스 아래 있는 SBS가 손자회사, SBS의 자회사가 증손회사가 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사 관련 출자규제에 따라, 지주회사의 손자회사(SBS)의 경우 증손회사(SBS자회사) 지분 100%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어떠한 방식이든 SBS와 SBS자회사에 구조 변동은 필연적이다”

- 현재 자산규모가 8조 3천억 원인 태영건설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 자산규모가 10조원을 넘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SBS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지표를 종합해보면 이미 9조가 넘었기 때문에 자산규모 10조를 넘기는 건 시간문제다. 기업 자산규모가 10조를 넘으면 해당 기업집단은 방송법상 지상파 지분을 10% 이상 소유할 수 없게 된다. 10조가 넘으면 태영건설은 SBS의 지배주주 자격을 잃게 되고, 방송사의 지배주주가 될 수 없다”

- 2016년 작성된 ‘태영 지주사 신설에 따른 영향 검토’에 5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증손회사인 SBS자회사 지분 재편을 통한 방안 3가지와 미디어홀딩스 체제를 없애는 방법이다. 우선, SBS자회사 지분 재편 방안 중 첫 번째인 ‘SBS의 자회사 지분 100% 확보 방안’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자회사 지분을 사들이기 위한 비용 문제를 비롯해 지분 확보를 둘러싼 제도적 문제가 걸려있다. 지상파 3사가 지분을 나눠 가진 지상파OTT ‘웨이브’의 경우 SBS가 지분 전체를 매입할 수 없고, 광고대행업무를 맡는 SBS계열회사 M&C는 SBS가 방송광고법상 40% 이상 지분을 소유할 수 없도록 명시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SBS의 자회사 지분을 제휴사 및 타인에 매각하는 방식’은 SBS의 콘텐츠 유통 및 사업 기능을 약화시키는 방안이고, ‘SBS의 자회사 지분을 SBS미디어홀딩스에 매각하는 방식’은 SBS 제작의 핵심 수익기능과 제작기능을 미디어홀딩스가 가져가게 돼 지상파 방송사로서 생존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고 본다”

- ‘SBS미디어홀딩스-SBS합병’, ‘TY홀딩스-SBS미디어홀딩스 합병’ 등 법인합병을 통한 규제 회피 방안은?

“법인 합병을 통한 규제 회피 방안은, 노조가 30년 동안 싸워온 방송 사유화 문제와 직결된다. 노조는 건설자본에 의해 방송이 사유화되는 걸 막기 위해 싸워왔고 이에 대한 반성을 담아 만들어진 체제가 2007년 설립된 ‘SBS미디어홀딩스’다. 태영이 SBS를 직접 지배하는 체제에서 간접지배 체제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법인 합병을 통한 규제 회피 방안은 직접 지배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로, 완전한 과거 회기다“

- SBS노조가 태영건설 지주회사체제 전환에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5가지 방안 중 어떤 방안이 되더라도 SBS에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우려가 큰 이유는 윤석민 회장에게 SBS는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라는 점이다. TY홀딩스체제 전환은 윤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 방해가 된다면 최악의 경우 SBS를 타 회사에 매각할 수도 있다고 본다. 방송사 안팎에서 SBS 매각설이 나오는 이유다”

- 대주주 태영건설 측은 기업 성장을 위해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SBS가 지상파라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SBS가 민간자본으로 경영되지만,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가 아니지 않냐. 방송이라는 공공의 영역이 존재하는 회사인데 특정 기업의 지배력이 과도하게 강화되는 이중체제 아래에서 과연 SBS가 공정성, 공익성, 시청자권익 보호, 방송 독립이라는 방송법에 적시된 목적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건설자본에 의해 지배되는 언론사 내부에서는 이미 수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지 않나. 이는 곧 SBS 조합원들의 생존권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 27일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유는?

“방통위는 지상파 SBS의 지배구조 변형을 앞두고서 대책 없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TY홀딩스 문제에 나서야만 한다. 방통위는 앞으로 이뤄질 지배구조 변형이 SBS의 공공성, 시청자권익을 보호하는 콘텐츠 생산에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한다. 오랜시간 시민사회와의 약속을 통해 형성된 소유경영분리 체제가 훼손되는지 여부도 살펴야한다.

TY홀딩스 체제 전환은 방통위의 사전 심사 대상이다. 사전 심사를 통해 지주회사체제 전환이 방송법에 명시된 목적과 다르게 가거나 SBS에 약속한 소유-경영 분리원칙을 훼손하는 형태로 간다면 방통위가 제동을 걸어야만 한다. 사전심사에서 대주주가 SBS에 벌어질 문제들을 투명하고 완결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방통위는 TY홀딩스 전환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2016년 초 SBS기획팀 직원이 기획팀 내 정보공유 차원에서 작성했다는 '태영 지주사 신설에 따른 영향 검토’ 문서 중 일부. (사진=SBS노보)

- SBS사측은 TY홀딩스체제 전환이 SBS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SBS는 돈만 있으면 경영 가능한 회사가 아니다. 자본시장법(상법)이 있지만 방송은 공공의 영역을 다루는 분야이기에 방송법이란 특별법을 통해 규율됐다. 상법에는 소유지분제한이 없지만 방송법에는 그런 정신이 명시된 특별법이다. 태영건설이 방송법을 넘어 TY홀딩스 체제를 구현할 수 있을까? 아니다. 지상파 방송 수익구조를 다 망가뜨릴 거고 시청자 권익 침해로 갈 수 밖에 없다”

- 노조에 더는 선동하지 말라고 주문하는 사측의 입장에 대해서는?

“이 상황을 초래한 건 노동조합이 아니다. 윤석민 회장이 소유-경영 분리 약속을 먼저 깼다. 지난해 2월 25일 윤석민 회장이 취임하며 앞서 노사가 맺은 소유-경영 분리 원칙이 담긴 조항들이 깨졌고 이를 복원하는 싸움을 하고 있다.

TY홀딩스 문제 역시 소유경영분리원칙을 무너뜨리는 방향이기 때문에 노조가 저항할 수밖에 없다. 사측에서는 노조의 투쟁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데 우려가 크다. 사측이 해야 할 일은 구성원과 대화에 나서서 우려를 불식시키거나 대응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자본시장법 핑계를 대며 말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앞서 나온 5가지 방안 말고는 없는 것이다"

- 26일 노조는 사측이 2017년 10월 13일 마련한 합의문을 깼다는 성명을 냈다

“사측이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선임이 확정되는 사외이사 추천 과정에서 2008년부터 지속돼 온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외이사 3명 중 1명을 노조가 추천하기로 한 2017년 10월 13일 합의에 따라 손철호 사외이사를 단수로 재추천했으나 사측은 복수추천이 아니라는 이유로 추천 자체를 거부했다.

윤석민 회장은 경영권 승계 이후 이사회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고 있으며 현 경영진과 뜻이 맞지 않는 노조추천 사외이사까지 축출하려는 도발적 행위다. 노조는 사측이 10.13 합의 파기를 공식화했다고 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

- 대주주에 바라는 점은?

“TY홀딩스 체제 전환을 지금 현 상황에서 중단하고 지배구조 변형 속에서 SBS와 연관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먼저 안을 제시한 뒤, 홀딩스체제 전환을 재추진하는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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