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와 관련한 잇단 발언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홍익표 전 수석대변인의 '대구 봉쇄' 발언에 이어 해외에서는 한국의 방역체계를 극찬하고 있고, 확진자 수 급증은 이 같은 방역체계 덕분이라는 취지의 당 지도부 발언이 나오면서 여당이 민심을 못 읽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오전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어제 고위 당정협의회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적절하지 못한 표현으로 많은 심려를 끼쳤다"며 "방역 전문용어상 '감염 차단'을 의미하는 말이었지만 용어 선택이 매우 부주의했다. 일상이 위협받는 두려움 속에 계신 시·도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26일 오전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앞서 25일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대구·경북에 대해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발언해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홍 수석대변인은 "이동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 일정 정도의 행정력 활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해 대구·경북 지역 출입봉쇄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봉쇄 정책'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사용하는 공식 용어로 감염 차단 중심의 방역대책을 의미하는 말이지만, 홍 수석대변인이 행정력을 통한 이동 제한을 시사하면서 논란이 확산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참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해찬 당대표는 해당 논란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국민 통합과 대응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며 "정쟁은 금물이며, 말 한마디 실수도 코로나19 대응 전선에 구멍을 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말로 주의를 당부했다.

홍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단어 하나도 세심하게 살펴야 함에도 대구·경북의 주민들께 상처를 드리고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드리지 못했다"며 "이에 사과드리며 책임을 지고 수석대변인에서 물러난다.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사의를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최고위원 일부는 이 자리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책을 치켜세우거나, 미래통합당이 국회 토론회를 열어 국회가 임시 폐쇄됐다는 비판을 가하는 등 앞서 이뤄진 당 대표진의 사과·당부와 결이 다른 발언들이 이어졌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미국 타임지 분석이다. 굉장히 유의미한 분석이라고 본다"며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를 몇 가지 들었다. 한국의 뛰어난 진단 능력, 자유로운 언론 환경과 투명한 정보 공개, 그리고 민주적 책임 시스템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최고위원은 "'이렇게 한국처럼 여러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나라는 없다. 확진자 수가 증가한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국가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뜻한다'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박 최고위원이 인용한 타임지 기사는 '어떻게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은 그렇게 빨리 통제불능이 되었는가'라는 제목의 24일자 기사다. 박 최고위원이 언급한 내용이 한국조지메이슨대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교수의 분석이다. 그러나 타임지는 한국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을 함께 전하고 있다.

이수진 최고위원은 "미국과 유럽의 보건 분야 전문가들이 한국 보건당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 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극찬을 보내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코로나19 진단 검사 속도와 규모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방대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이 논란이 되자 박광온 의원실은 입장 자료를 내어 "'코로나 확진자 증가는 국가체계가 작동한다는 뜻'이라는 제목의 보도에 많은 분이 반박하신다"며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 '민생이 힘든데 무슨 소리냐?'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수습에 나섰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이 걱정하는 엄중한 시기에 미래통합당은 정부의 감염병 대응을 협력하기는커녕,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국회 토론회를 열고 참석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게 하는 등 국회를 멈추게 한 사태에 대해서는 반성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19일 통합당 곽상도 의원 주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국회가 임시 폐쇄된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25일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도 "본회의가 전격 취소되고 의사당이 폐쇄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해당 정치인들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행태에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이 크다"며 "정치권이 국회 내의 대규모 인력 동원 토론회를 기획하고 강행한 것에 유감을 밝힌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시기 정부, 민주당의 공식행사도 개최됐다.

한겨레 2월 27일 <“대구 봉쇄” 혼쭐나고도 자화자찬 민심 못읽는 민주당 최고위원들>

27일 한겨레는 기사 <"대구 봉쇄" 혼쭐나고도 자화자찬 민심 못읽는 민주당 최고위원들>에서 "일부 여당 최고위원들은 시민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데도 정부 대처를 추어올리기에 급급해하는 등 상황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여권의 소통 능력이 국민의 눈높이에 닿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 같은 최고위의 발언에 대한 민주당 내 비판적인 반응을 전했다. 기사에서 한 민주당 의원은 "마스크 하나 사기 어려워 헤매는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매우 이상하게 들릴 소리"라고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토론회 비판에 대해 그는 "토론회는 당을 떠나서 일상적인 국회의 활동인데 상대 당에만 '너는 조심했어야지'라고 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감염병 문제는 편을 가르고 나쁜 놈 찾기에 몰두해 해결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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