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코로나19 정례브리핑 중계 방송에 대한 장애인 단체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정례브리핑 때 수어통역사를 참여시켜 청각장애인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방송사는 자체 수어 통역 화면을 우측 하단에 내보내고 있다. 장애인단체에서는 “목소리가 작으면 안 들리듯 청각장애인에게 통역사가 작게 잡히는 건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정례브리핑을 방송중인 TV화면 (시계방향으로) KBS1TV, MBC, YTN, SBS

코로나19 사태가 한달 넘게 지속되며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연일 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 본부장 옆에는 수어 통역사가 함께 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브리핑에도 수어 통역사가 함께한다.

YTN 보도를 보면 정 본부장과 수어 통역사의 모습이 한 화면에 나란히 잡힌다. 하지만 지상파방송은 정 본부장을 단독 화면 처리했다. 대신 우측 하단 작은 원 안에 자체 수어 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지자체 브리핑의 경우 발표자와 수어통역사를 함께 담아낸다.

26일 오후 2시 정례브리핑을 KBS1TV, 연합뉴스TV, YTN, JTBC, MBN 등은 정 본부장과 수어 통역사를 한 화면에 담았다. 반면 SBS와 MBC는 화면 모서리에 자체 수어 방송을 내보냈다. TV조선과 채널A는 아예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전하지 않았다.

26일 오후 2시 정례브리핑 당시 종편 방송화면. 시계방향으로 JTBC, MBN, 채널A, TV조선

코로나19 정부 브리핑 초기에는 수어 통역사가 없었다. 시·청각 장애인 등 감각 장애인들이 1월 중순 청와대에 차별 진정을 냈고 지난 4일부터 정부는 브리핑 수어 통역을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장애인방송(수어) 확대실시’ 방안을 밝히며 “정부브리핑 시 수어통역사를 중앙정면에 배치하여 줄 것을 관계부처에 요청하고, 브리핑 현장에서의 수어통역을 장애인들이 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도록 방송사(지상파·종편·보도PP)와 협의, 송출 조치한다”고 밝혔다. 한상혁 위원장은 “국가 재난상황 등 긴급상황에서 장애인의 방송 접근권은 더욱 확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김철환 장애벽허물기 활동가는 26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사태 초기에 수어통역이 없다고 진정을 넣은 결과, 수어 통역사를 세웠는데 명확한 기준과 전례가 없어서인지 방송사들이 우왕좌왕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강원 산불 이후 지상파 방송사들은 수어방송을 제공하고 있다.

김 활동가는 지상파가 수어통역사를 정 본부장과 함께 중앙 정면에 배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상대와 대화할 때 목소리가 작으면 안 들리는 것처럼 시각도 마찬가지”라며 “방송화면 귀퉁이에 작게 보이는 수어 통역사는 잘 안 보인다”고 말했다. KBS는 25일까지 MBC, SBS와 마찬가지로 작은 원 안에 자체 수어통역사를 배치했지만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수어 통역사를 나란히 잡기 시작했다.

방송사들은 방송법에 따라 수어 방송을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KBS는 “수어가 제공되는 브리핑은 수어 통역사를 함께 잡고 없는 경우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SBS는 “코로나 사태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청각장애인분들의 시청권을 위해 수어 통역을 제공하고 있고 이번 코로나 관련 뉴스도 SBS는 기존과 동일한 형태로 청각장애인분들께 제공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청각장애인들께서 현재 불편을 느끼신다면, 시청권 향상을 위해 다각도로 방편을 모색해 보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SBS 유튜브 채널에서는 26일 오후 2시 정례브리핑 화면에 수어통역사가 제공되지 않았다.

지상파TV 중계 화면에는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만, 유튜브·페이스북 등 온라인 중계 화면에선 수어 통역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한국일보는 18일 <코로나 브리핑에서 수어 통역사는 싹둑 잘라낸 지상파 유튜브>보도에서 “상대적으로 시청자 인지도가 높은 지상파의 온라인 중계 화면의 경우 정 본부장 모습만 화면에 잡힌다”며 “실시간 생중계를 놓친 농인들이 지상파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 중계 화면을 본다면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철환 활동가 역시 “유튜브는 TV와 달리 규제가 없어 수어통역사가 누락되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관련 지침을 정부에 요구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가정보화 기본법’ 중 장애인의 정보 접근 및 이용환경 개선을 위한 기술 개발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정보격차의 해소와 관련된 기술 개발 및 보급지원’(제33조)를 활용하는 방법 등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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