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립싱크금지법'이 발의됐다고 해서 논란이 분분하다. 가수는 당연히 노래를 잘 해야 하므로 립싱크를 하면 안 된다는 의견과 댄스가수들의 퍼포먼스를 위해서 립싱크는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즉 립싱크에 대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것인데, 이번 립싱크법 논란에서 논의해야 할 것은 그런 립싱크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립싱크법이 제기한 진짜 문제는 '국가가 문화적인 표현을 법으로 정하는 것이 맞는가', '한국이 문화표현을 잘못했다고 경찰이 잡아가는 나라가 되어야 하는가'라고 할 수 있다.

립싱크는 당연히 나쁜 것이다. 여기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논란거리도 안 된다. 당연히 비판의 지적이 있어야 하고, 립싱크를 몰래 하다 들켰다면 망신당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경찰이 잡아가서 징역을 살게 한다면 여기서부턴 문제가 달라진다. 갑자기 조악한 풍경으로 변하는 것이다.

우리가 통제사회를 흔히 비웃으며 하는 얘기들이 '어느 나라에선 풍기문란 대표선수들을 단체로 징역 살게 했다더라', '어느 나라에선 처신 잘못한 가수나 배우들을 탄광에 집어넣었다더라', 이런 것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나라에선 몰래 립싱크하다 걸린 가수들을 경찰이 잡아간다더라' 이런 얘기도 앞에서 열거한 웃기는 사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권력의 '오버'다.

공론장에서 비판하고 토론하며 방향성을 잡아야 할 것과 공권력의 물리력으로 처리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규제의 철퇴가 가해질 영역은 공공영역이나 권력의 영역이다. 그러나 문화표현의 영역엔 공권력이 쉽게 개입하면 안 된다. 가수는 시민들이 매의 눈으로 째려보면 되는 것이고, 공권력이 몽둥이 들고 매의 눈으로 봐야 할 대상은 권력자들이다.

▲ 붕어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나는 가수다>같은 프로그램에 의해 가창력이란 가치가 재발견되고 아이돌들이 압박을 받는 상황이었다. 아이돌의 가창력이 점점 상향되고 있기도 하다. 문화적 흐름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경찰이 나타나고 교도소가 어른거리는 건 우악스럽다.

문화정책은 금지, 제거, 잘라내기보다 육성, 지원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아이돌 독점현상이 꼴 보기 싫다면 '저것들을 어떻게 잘라낼까' 이런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장르가 잘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밀어줘야 할까' 이런 식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규제를 하더라도 방송사 차원에서 보다 다양한 음악프로그램을 편성하도록 규제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좋다. 립싱크나 핸드싱크를 전혀 하지 않는 공연전문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도록 하면 될 것이다.

100% 립싱크를 하는 아이돌도 별로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행하기에도 애매하다. 보통은 실황과 녹음이 섞인다. 립싱크의 기준을 정확히 어떻게 잡을 것인가? 각 그룹별로 라이브 되는 멤버 한 명씩만 영입하면 피해갈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한데, 그러면 그땐 멤버 전원 완곡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경찰이 잡아가는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하나?

글을 쓰다 휴대폰을 보니 오늘이 마침 5월 16일이다. 립싱크 금지법이라는, 철권 통치적 사고방식이 왠지 5.16 정신의 변종처럼 느껴진다. 난 박정희 통치의 의의를 인정하는 사람이지만, 문화표현 영역에서의 5.16 정신은 시대착오적이다. 아무리 복고가 유행이라지만 이런 복고는 부담스럽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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