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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보도, 넘치지만 위기관리 대응 방해돼“정확하지 않은 건 용서받기 힘들어”…환자 발생 현황이 언론의 니즈인가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02.24 09:02

[미디어스=김혜인]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언론 보도가 제대로 된 위기관리 대응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현재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21일 국립중앙의료원이 주최하고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주관한 ‘코로나19 감염증 확산과 한국사회의 위기소통’ 토론회에서 코로나19 관련 보도를 여러 유형으로 나눠 지적했다.

유 교수는 “2015년 메르스 때와 같이 재난보도 준칙을 전혀 따르지 않고 있는 뉴스들을 보면서 ‘이럴 거면 약속을 왜 할까’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며 “재난보도준칙을 어긴 기사가 너무 많아 사례별로 나눠 분류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유 교수와 연구팀은 1월 20일부터 2월 10일까지 네이버에서 ‘신종 코로나’로 검색한 총 184,266건의 기사와 총 5136건의 영상을 분석했다.

'피해를 증폭시키는 소통,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소통'으로 발제중인 유현재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사진=미디어스)

우선, ‘유령도시’ 등 공포를 조장하는 단어로 프레이밍 하는 보도를 지적했다. <우한폐렴 공포에 ‘유령도시’된 서울...휴일에도 쇼핑몰·영화관 텅텅 비어>, <발길 끊긴 쇼핑몰·영화관...우한폐렴 공포에 유령도시로 변한 서울 상권>, <19번째 확진자 다녀간 송도, ’유령도시‘로 변했다>등 조선일보와 계열사인 조선비즈가 지속적으로 '유령도시' 프레이밍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런 기사의 댓글을 보면 해당 지역에 대한 적의가 느껴진다. 공포를 확산하는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보도는 코로나와 직접 관련 없는, 공중의 피로감을 증가시키고 있었다. 일명 ‘기자의 우한탈출기’라고 비판받았던 조선일보 <지도에도 없는 샛길로 우한 탈출...우리 차 뒤로 수십대가 따라왔다>(2020.01.28.) 보도에 대해 “타 언론사들도 비판했던 보도로 기사가 가져야 하는 공익성, 가치, 타겟이 무시된 상태에서 적힌 최악의 기사”라고 말했다. 이밖에 JTBC의 우한교민 격리시설 내부 도면 기사, 중앙일보의 우한 시장 메뉴판이 담긴 기사 등이 대표적으로 지적됐다. 우 교수는 “정보를 재단해서 전달하는 게 레거시 미디어의 책임이자 역할인데 일반인들이 피로감을 느낄 정도의 정보가 뉴스로 나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악용한 공포 마게팅으로 일명 어뷰징 기사도 빼놓을 수 없다. 유 교수는 “제목만 보면 무슨 일 있는 것 같지만 막상 클릭하면 별거 없는” 기사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21일자 <[단독] '韓 입국금지' 속출···공항서 바로 격리하는 나라 어디>는 제목에서 ‘속출’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기사에 등장하는 나라는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사모아, 키리바시 등 4개국일 뿐이다.

SBS <사실은 양파로 예방? 머리카락이 신종 코로나 옮긴다?>, YTN <신종 코로나, 대소변 전파 가능성?>, 채널A <거리 방치된 오염된 마스크...감염병 확산시킬수도> 보도 등은 제목만 보면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노출시킬 가능성이 높은 기사라고 유 교수는 꼽았다. 중국인 혐오를 부추긴다고 비판 받았던 헤럴드경제의 <르포/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재판매 목적 마스크 사재기 횡행> 보도는 실제 기사를 클릭하면 광고에 묻혀 기사가 안 보일 정도라며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해당 기사가 작성된건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기자가 사실확인 과정만 거쳤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 지적됐다. 지난 2일 질병관리본부가 코나 확진 판정 받은 이의 이동 경로를 밝히며 ‘럭키후레쉬마트’를 ‘럭키마트’라고 알려, 이를 받아쓴 보도로 애꿎은 럭키마트가 피해를 봤다. 유 교수는 “기자가 보도자료를 보고 의문이 들었다면 사실확인을 한 번만 거쳤어도 되는 것이다. 잘못써 한 사람의 생업이 망해버린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신속하지 않은 건 용서받을 수 있지만 정확하지 않은 건 용서받기 힘들다. 위기관리에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료제공=유현재 교수 자료집)

전문가들은 현상만큼이나 대처법 등 정보를 제공해주는 보도가 늘어나야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공포를 줄일 수 있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공신력 있는 정보원을 활용해 루머 확산을 방지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보도가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YTN <공기로 전파되는 신종 코로나? 보고된 바 없어“...전문가가 말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BBS NEWS <김희성 충북대병원 교수, ”신종 코로나 기본원칙만으로 예방 충분“>등이 전문가의 입을 빌린 보도로 꼽았다. 뉴스1 <신종코로나 환자 치료할 음압병상 전국에 847개 확보>나 시사포커스 <코레일, 신종 코로나 확진자 다녀간 역차량에 추가 방역 조치> 보도와 같이 현상 이후 조치 등으로 시민들을 안심할 수 있게 만드는 정보제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존에 불확실한 정보에 대한 확인된 정보를 상세하게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보도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팩트체크 8가지’ 정보를 기사 밑에 첨부하는 등이다. 아울러 감염인에 낙인을 찍거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기사들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주영기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학장은 메르스 사태 때보다 코로나19 보도량은 늘었지만 ‘확진현황 기사’(28.6%)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사회경제적 여파(20.7%), 보건당국의 조치(15.7%) 순이다.

주 학장은 “쉽게 말하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사회적으로 생기는 피해를 진단한 기사가 전체 기사의 반 이상이 되는 셈”이라며 “진단기사만큼이나 처방기사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사 내에 대처 정보라든지 토핑 정보(박스 안에 정보)를 달아주는 것만으로도 기사를 읽는 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신 서울시립대 보건대학원감염역학 교수는 “언론에서 제공하는 역학관련 정보들이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면 시민들의 공포를 줄일 수 있지만 미진해서 공포감을 높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는 공포의 대상이 되지만 이곳을 방역하면 안전하다. 언론이 시민들로 하여금 공포나 경계심을 갖지 않게 정확한 행동요령과 방역 후 상황을 알려주는 추가 보도를 해주면 공포심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언론에 재가공되는 정보를 넘어서 직접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이 적극적으로 정보 제공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관수 국립중앙의료원 커뮤니케이션실장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우리는 언론사의 필요에 맞춰 제공하는데 이 부분이 잘 맞지 않을 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4일 재난주관방송사인 KBS와 MOU를 맺고 난 뒤 아쉬운 부분을 예로 들었다.

안 실장은 “우리는 KBS가 이 사태를 온전히 기록해주고 ‘단독’, ‘속보’에서 벗어나 정보를 전달해주길 바랐는데 KBS는 MOU를 ‘정보 우선 제공’ 정도로 생각한 것 같다”며 “공영방송이라면 환자 발생현황 중계보다는 이 사태를 제대로 기록해 나중에 감염원을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주거나, 사회 전반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역할을 고민하고 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아쉬움을 바탕으로 안 실장은 “그동안은 언론의 니즈를 위해 정보를 만들어왔다면 이제는 ‘공공부문의료 미디어센터’(가칭)을 만들어 각 기관별로 국민과 직접 소통을 할 수 있는 데이터를 생산·제공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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