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들 중 상당수가 재산이 많다고 한다. 일부 언론은 ‘강남 부자’라는 표현을 썼고, ‘부동산 부자’라고 언급한 곳도 있다. 한겨레의 경우 전국에 땅을 소유하고 있는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를 거론하며 ‘부동산 백화점’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사실 좀 많다. 아니 솔직히 말해 서민입장에서 보면 이들의 재산은 너무 많다. 그래서 ‘강남 부자’나 ‘부동산 부자’ 내각이라는 표현보다는 ‘사회위화감 조성 내각’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적합할 듯싶다.

장관 후보자 15명 가운데 12명이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을 두 채 이상씩 가진 ‘부동산 부자’들인 것도 그렇고, 이들이 소유한 아파트 등의 절반 이상이 서울 강남지역에 집중된 것도 그렇다. 10억원 미만의 재산을 신고한 사람이 이상희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유일했다고 하니, 이들이 어느 정도의 재력가인지는 대충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 한겨레 2월22일자 1면.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을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중앙일보

이제 남은 것은 검증이다. 어떻게 이런 재산을 모으게 됐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 불법적인 요소는 없었는가 하는 문제만 남은 셈이다. 실제 오늘자(22일) 일부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춘호 여성부, 박은경 환경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 등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많은 언론들이 “27, 28일 이틀 간 실시되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재산 형성 과정 및 부유층 편중 인사 논란 등이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을 일제히 내놓은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런데 조중동의 평가는 다른 신문들과는 좀 다르다. 좀 다르다는 표현을 사용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차이가 난다. 가령 중앙일보는 오늘자(22일) 4면에서 이명박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 재산내역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아파트나 단독주택 외에 전답·대지 등을 재산 목록에 올린 후보도 많아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을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쪽에서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험난하다고 예상하고 있는데 중앙은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을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한다. 중앙에 따르면 이들은 ‘재테크의 귀재들’인 셈이다.

‘정보 전달’에 충실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정보 전달’에 충실한 모습이다. 8면 <새 총리·장관 후보자 재산 평균 38억원>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재산내역을 ‘죽’ 나열한 다음 “후보자들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기준시가와 공시지가, (아파트)공동주택가격을 기준으로 부동산 신고를 했는데, 시세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경우도 많았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 동아일보 2월22일자 8면.
그리곤 이명박 당선인측의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하면서 기사를 맺고 있다.

“‘불법이나 투기 혐의가 없을 경우 단순히 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문제삼지는 말자는 게 큰 원칙이었다’며 ‘제한된 인재풀에서 완벽한 사람을 찾기는 힘들었다’고 했다.”

동아일보의 경우 오늘자(22일) 사설에서 숙명여대 교수인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의 논문표절 의혹을 거론한 다음 “논문 검증이 이렇게 부실했으니 다른 분야의 검증도 제대로 했으리라고 믿기 어렵다. 일부 수석 인선에 난항을 겪자 돌려 막기 식 졸속인사를 하느라 시늉뿐인 검증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작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조선일보처럼 ‘정보 전달’에만 치중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이들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장관 후보자들이었다면

사실 문제는 이 당선인 측과 한나라당에 있다. 한나라당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공직자 인선에서 적용해 왔던 잣대를 기준으로 보면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부적격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중국적’ 문제부터 시작해 ‘부동산 투기의혹’까지 하나같이 낙마할 수 있는 그런 요소들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 경향신문 2월22일자 1면.
그런데 이 당선인 측과 한나라당이 좀 다른 소리를 한다. 박 내정자 논문 표절 의혹과 부동산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이명박 당선인측의 입장이 이렇다.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사회정책수석의 직무를 수행을 하는 데 결정적 결격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불법이나 투기 혐의가 없을 경우 단순히 재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문제삼지는 말자는 게 큰 원칙이었다. 제한된 인재풀에서 완벽한 사람을 찾기는 힘들었다.”

글쎄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낙마시킨 공직자와 그 사유만 보더라도 잘 이해가 안가는 입장인데, 어찌된 일인지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신문들은 이 문제에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들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장관 후보자들이었다고 해도 지금처럼 침묵이라는 방식을 택하고 있을까.

참고로 21일 통합민주당이 공개한, ‘한나라당이 10년간 적용한 인사 검증 기준에 따라 낙마한 사람’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청문회를 앞두고 참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다.

<국민의 정부>

▷장상 내정자(2002) 낙마
아들의 미국 국적 취득문제, 부동산 투기 및 위장전입문제, 학력 허위 표기

▷장대환 국무총리 서리(2002) 낙마
부동산 투기 의혹, 위장전입과 증여세법 위반 의혹

<참여정부>

▷윤성식 감사원장 내정자(2004년) 낙마
전문성 부족이라는 이유로 부결

▷이헌재 부총리(2005년) 사퇴
부인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의혹

▷이기준 교육부 총리(2005년) 사퇴
부인 총장 활동비 유용 의혹

▷강동석 건교부장관(2005년) 사퇴
장남 인사 청탁 및 처제의 부동산투기 의혹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2005년) 사퇴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의혹

▷전효숙 헌법재판관 내정자(2006년) 낙마
임명 절차 문제

▷김병준 교육부총리(2006년) 사퇴
논문 표절 시비로 일주일 만에 낙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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