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고, 첫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주요 보수언론 중심으로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느라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사태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국민 건강을 두고 정치를 한다'는 등의 비판이다.

하지만 감염병 유행 시 인적·물적 교류를 차단하는 문제는 밀입국 등의 가능성을 높이고, 해외 감염자 입국 시 경로확인이 어려워 질 우려가 있다. 또 국내 확진자 가운데 해외여행 이력이 없거나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가 방역대책의 하나로 논의될 수는 있지만 보수언론은 이를 가지로 정부 비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조선일보 2월 21일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안한 韓·日만 감염자 급증>

21일 조선일보는 사설 <방문 다 열어놓고 집안에서 모기 잡는 시늉 한 방역 대책>에서 "이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가 바로 정부"라며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 단체가 수차례 중국 감염원 유입 차단을 권고하고, 70만명 넘는 국민이 청와대 청원을 해도 매일 수천~2만명씩 들어오는 중국인 입국을 방치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급기야 방역 실무 책임자 입에서 '방역 시늉'을 했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9일 '방역 입장에서는 고위험군이 덜 들어오는 (중국 방문객)입국 금지가 당연히 좋다. 그런데 다른 부분을 고려해서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했다"고 했다"며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집 안에서 모기를 잡는 시늉을 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총선 때 무슨 '중국 쇼'를 하려는 것으로 추측할 뿐"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또다른 사설 <文 "곧 종식" 秋 "美 중국인 차단은 정치적" 이들을 어찌 믿나>에서 "현재 미국 감염자는 15명, 러시아는 2명 수준이다. 반면 중국 눈치를 보며 정치적 주판알을 튕겼던 한·일 등에선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국민 건강이 걸린 코로나 문제를 놓고 온톤 '정치'를 하고 있는 건 누군가"라고 했다.

조선일보 2월 21일 사설 <방문 다 열어놓고 집안에서 모기 잡는 시늉 한 방역 대책>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은 칼럼 <'종식'이 아니라 '증식'이었다>에서 "둑이 터졌다"면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역 사회 전파 시기가 오리라는 것을 사실은 예측하고 있었다"고 발언한 데 대해 "그런데도 대한의사협회의 '중국인 유입 차단' 경고 등 전문가 집단 의견은 무시하면서 중국인 입국과 활동에 아무 제한을 두지 않아 애꿎은 우리 국민만 감염 공포에 시달리게 뒀단 말인가"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사설 <첫 사망자 나온 초비상 사태… 대통령이 온몸 던질 때다>에서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권영진 대구시장과 15분간 통화하며 '모든 자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국민 눈에는 이날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탄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을 청와대로 초대해 파안대소하는 모습이 더 각인됐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지역감염 폭증 속 사망자까지… 의료 인프라 마비 우려된다>에서 "정부당국은 유독 한국에서 코로나19 폭증세가 나타나는 원인을 면밀히 점검해봐야 한다"며 "미국을 비롯한 28개국이 14일 이내 중국 체류자의 입국을 금지한 가운데 이달 안에 수만 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입국하게 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정책 방향이 적절한 것이냐는 의문에도 답해야 한다"고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입국금지와 관련해 "국민 안전이 최우선 과제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와 조치 시 효력, 국제사회 동향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장관은 "지금 중국을 넘어서 여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나라에 다녀온 우리 국민들이 확진자로 판명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중국을 넘어 많은 나라들도 우리의 점검에 필수적으로 들어와 있는 상황이고, 그런 것을 전반적으로 감안해 판단하면서 검토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메르스 사태 당시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 TFT 위원장으로 활동한 이재갑 한림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중국인 입국금지는 실익이 없고,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객관적으로 WHO에서 많은 위기 상황에 견지하는 자세가 하나 있다"면서 "어떤 감염병이 유행할지라도 물류의 전달과 사람의 교류를 막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윤리적으로 안 된다고는 못하고 있지만 실익이 없다고 하는 이유는 만약 입국 거절을 하기 시작하면 당연히 거짓말을 하거나, 밀입국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더 문제는 그렇게 (감염자가) 들어오는데, 경유지를 세척하는 것이다. (비행기를)갈아타고 와서 여러 단계를 거쳐도, 정보 확인 전에 지나가거나 들어왔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우리나라 내에서 그 사람(감염자)이 온 게 걸리면 범죄자 취급을 받잖나. 그 사람 입장에선 증상이 심해져도 숨어 다녀야 된다"며 "그렇게 되면 지역사회 내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루트를 다 잃어버리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한국사회 초월적 협력을 당부했다. 한겨레는 사설 <코로나 급속 확산, 온 나라 역량 모을 때>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중요한 건 1,2,3차 의료기관들과 보건소를 포함한 지역사회 주민들의 협력'이라고 강조했듯이, 관건은 시민들이 증상이나 접촉 가능성을 숨기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겨레는 "의심환자가 폭증하는 만큼, 증상 정도에 따른 병상 분리와 종합병원 응급실의 폐쇄 기간 설정, 의료기관 간 역할 분담 등에 대해 정부는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 전파하길 바란다"면서 "메르스 때도 겪지 못한 '지역사회 감염'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역량을 스스로 믿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급증하는 코로나 지역감염, 확산세 차단에 전력 다해야>에서 "이제는 감염자 조기발견과 신속한 격리·치료가 관건이다. 시민들의 협조는 더욱 중요해졌다"며 "증세가 의심되면 자가격리한 뒤 먼저 1339 콜센터나 보건소와 상담하고, 증상이 지속될 경우 의사의 권고를 따라야 한다. 개인 위생수칙 준수는 말할 것도 없다"고 썼다.

이어 경향신문은 "비상한 상황에서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방역체계 구축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보건당국은 공중보건기관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지역 의료기관 등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역 감염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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