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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우리를 본보기로 삼았다”[인터뷰] 비제작부서 강제 발령 받은 이우환·한학수 MBC PD
송선영 기자 | 승인 2011.05.13 14:35

MBC가 12일 오후, 두 명의 시사교양국 PD에 대한 인사 발령을 갑작스럽게 단행했다. 이들에 대한 인사 발령 사실은 대다수 구성원이 퇴근한 이후인 오후 7시8분 사내 인트라넷에 게시됐다.

MBC는 <PD수첩> 소속으로 최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편을 방송했으며, 오는 24일 ‘남북 경제 협력 파단’ 아이템을 준비하던 이우환 PD를 용인드라미아개발단으로 보냈다. 또, 과거 <PD수첩>을 담당했으며 지난해 <아프리카의 눈물>을 제작, 현재 <7일간의 기적>을 담당하고 있는 한학수PD를 서울경인지사로 발령했다. 프로그램 제작을 천직으로 여기던 두 사람은 우연히도 모두 프로그램 제작 기능이 없는 비제작부서로 발령이 났다.

MBC는 발령 이유에 대해 ‘원칙에 따른 인사’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하지만 MBC노조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구성원들은 철저한 ‘보복성 인사 조치’라는 데 목소리를 같이 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인사 발령을 받은 이우환, 한학수 PD도 “보복성 인사 조치”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구체적으로, 이우환PD는 최근 ‘남북 경협 파탄’이라는 아이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방송 불가’ 입장을 밝힌 윤길용 시사교양국장과 갈등을 빚었다. 한학수PD는 시사교양국 평PD협의회 운영위원으로서 최근 시사교양국 내부에서 일고 있는 비판 여론을 윤 국장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했다. 

이우환, 한학수 PD는 13일 오전 <미디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인사 조치는 MBC가 내부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단행한 인사로, ‘본보기’ ‘표본’에 빗대 상황을 설명했다. 즉, 경영진과 생각을 달리하고, 경영진의 입장에 반대를 표하면 누구든, 언제든, ‘인사’라는 이름으로 다른 부서로 사실상 축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프로그램 제작을 하던 PD를 프로그램 제작 기능이 전혀 없는 비제작부서로 발령한 것에 대해 분노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PD를 비제작부서로 발령한 것은 “사실상 프로그램에서 손을 떼라는 것과도 같다”며 ‘사형선고’라는 표현에 빗대 현재의 심경을 밝혔다.  

다음은 이우환, 한학수 PD와의 전화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 ① 한학수 PD “비제작부서 발령은 사형선고와도 같다”

   
  ▲ 한학수PD ⓒMBC  
 
경인지사로 발령이 났다. 제작부서가 아닌 비제작부서로 발령이 났다는 점에서 사실상 현업에서 손을 떼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어떠한가?

= 실제로 프로그램에서 손을 떼라는 거다. 프로그램 자체 제작 기능이 없는 곳이니까. 이는 PD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MBC에 14년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인사 발령을 받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시사교양국 밖으로 보내는 부분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인사 발령 과정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은 윤길용 시사교양국장,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김재철 사장이다.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사형선고를 내린 것과 마찬가지인데도 이들이 어떠한 이유에서 이러한 강제 발령을 냈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회사는 ‘원칙에 따른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보복성 인사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 이번 인사 보복이라고 생각하는가?

= 어떠한 원칙이 적용되었는지 묻고 싶다. <아프리카의 눈물> 마치고, <7일간의 기적> 방송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제 방송 완제 마치고, 다음 주 방송을 편집해야 하는 상황에서 강제 발령이 났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보다 프로그램에서 손을 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는 건데, 인사 결정권자들이 ‘왜 프로그램을 떠나게 하는 게 적절한 인사 원칙’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내용을 분명히 해야 한다.

시사교양국 평PD협의회 운영위원으로서 국장과 면담 자리에서 시사교양국 구성원들의 비판 여론을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가 이번 인사 발령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

= 시사교양국 평PD협의회 운영위원이 10명 이상 된다. 그 가운데 내가 표적이 된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다른 이유가 없다. 윤길용 국장은 인사 발령 이전, ‘어떠한 취지의 인사 발령이냐’는 질문에 “이것은 경영진의 방침이다”라는 말을 했다. 그 이상의 구체적인 말은 듣지 못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다른 PD들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않나?

= 당연하다. 징계 가능성이 있다. 구성원들의 여론을 전한 메신저의 목을 친 것이기에 평PD협의회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7일간의 기적> 방송 차질은 없나?

= <7일간의 기적> 마지막 회의에 참가해 조연출, 작가 등 스텝들에게 인사를 하고 일단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다음 주 방송분에 대한 촬영은 마친 상황이고, 편집도 들어갔기에 큰 차질은 없다. <7일간의 기적>이 5월 말 폐지될 예정이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 나는 <7일간의 기적> 폐지 이후, <다큐멘터리 그날> 인사 발령을 받은 상태인데 가기도 전에 경인지사로 발령이 났다.

이번 발령이 사규 위반이라고 보는가?

= 명백하게 사규 위반이라고 생각한다. 인사 발령에 내가 동의했다면, 또 조직개편 등 특별한 사유가 인정돼서 예외가 있다고 하면 가능하겠지만 내가 원하지 않았고, PD에게 프로그램 자체 제작 기능이 없는 곳으로 발령을 내는 이 사태의 중대함은 도저히 사규를 들여다봐도, 아니 사규 자체를 위반한 것이다. 이번 인사 결정권자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

이번 인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인가?

= 오늘 열리는 시사교양국 PD총회 논의 결과를 봐야 한다. 사규 위반이기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인터뷰 ② 이우환 PD “나를 본보기로 삼았다”

   
  ▲ 이우환PD ⓒMBC  
 
제작부서가 아닌 비제작부서에 발령을 받았다. 현재 심경은 어떠한가?

= ‘용인드라미아개발단’이 어떤 곳인지, 어떠한 일을 하는 것인지 사전에 MBC로부터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했다. 회사가 단체협약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발령을 받은 지 6개월 이내에 다시 발령을 하려면 본인의 동의를 받는 규칙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논리적으로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발언을 하면 무조건 제쳐 버리고, 내부에서 국장과 사장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를 억누르려고 하는 과정에서 나를 본보기로 삼은 것이라고 본다.

‘남북 경협 파탄’ 아이템을 둘러싸고 윤길용 시사교양국장과 마찰이 있었다. 최근 ‘쌍용자동차 해고자 사태’를 편을 다루기도 했고. 이러한 것들이 이번 인사 발령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

= 아이템이 영향을 줬다고 본다. 그게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PD수첩>에 발령을 받은 이후 결국 쌍용자동차 판 하나만 하고 나온 셈이 되었는데, 국장은 쌍용차편에 대해 ‘아주 안 좋은 방송’이라고 이야기했다. MBC 사내 보고서에서 ‘잘했다’는 평가가 있었고, 시청자 게시판과 트위터 등 반응이 좋았는데도 말이다.

‘남북 경협 파탄’ 아이템에 대해서도 국장은 나와 만난 자리에서 ‘이 아이템은 나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시청률, 경쟁력을 이야기 했지만 방송이 나가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미리 예단할 수 있겠나. 이번 인사는 의도를 갖고 한 낙인찍기다.

‘보복성 인사 조치’라는 주장에 동의하나?

= 그렇다. 보복성 인사라고 본다.

앞으로도 시사교양국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거나 민감한 아이템을 다룰 경우, 징계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

= 징계가 이어질 거라고 본다. 당장 같이 남북 경협을 취재하던 PD에 대해 ‘지시 불이행’을 언급했고, 중징계를 내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다른 PD들도 시사교양국 총회에 참석한 뒤 집단행동을 한다면, MBC는 이들에 대해 중징계를 할 것이라고 본다.

당장 <PD수첩> 방송에 큰 지장은 없나?

=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한 사람 나간다고 해서 방송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다. 남아있는 분들 모두 훌륭한 분들이니까 잘 하리라고 본다.

이번 인사 발령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인가?

= 이번 인사는 단체협약을 위반한 인사 발령이기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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