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국회 방송통신특위 법안심사소위의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논의가 난항을 겪었다. 법안심사소위는 이날 오전 오후, 두 차례 회의를 진행시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법안심사소위는 22일 오전 9시 30분 한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며 10시에는 방통특위 전체회의가 열린다.

21일 소위가 난항을 겪게된 것은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 기구로 되는 것에 따른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 대표가 합의한 정부조직법 개편안 타결사항 중 방통위 설치에 관한 부분은 쟁점 사항에 속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민주노동당과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시민단체는 21일 오전 9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간 ‘졸속 합의’를 폐기하고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에 대해 다시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 이기범
법안심사소위 위원들은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 사항인 ‘대통령 직속 기구와 위원장 대통령 선임’을 전제한 상황에서 방통위의 구성과 운영방식에 관한 논의를 진행시킨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에 따른 이견이 발생, 난항의 원인이 됐다.

따라서 방송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해온 무소속 합의제 기구로서의 방통위 위상은 수용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 확실시 된다. 특히 위원장 호선 등 대통령 직속 기구에 따른 보완책 마련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안심사소위 위원인 정청래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사항은 건드리지도 말라는 분위기였다”며 “(방송시민단체의 요구는)아무것도 반영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법안심사소위의 쟁점사항은 방통위 부위원장제 도입, 방통심의위원회 구성, 방통위 설치법 시행일 등 구체적인 사항으로 한정됐다. 또한 정청래 의원은 방통위 의안 제출권 문제, 회의록 공개, 위원장 선출 문제 등을 제기했으나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은 방송 민주화의 역사를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지만 비단 정치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즉 무소속 합의제 독립기구라는 방송위를 태동시킨 99년 이른바 ‘방송법 파업’의 상황과, 현재 대통령 직속 기구로 전락하고 있는 시점에서 보여준 방송사 노조를 비롯한 언론진영의 태도가 사뭇 다르다는 얘기다.

99년 방송법 파업으로 6명의 구속자가 발생하는 등 방송사 노조와 언론진영은 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결집된 힘을 모아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방송사 노조의 대응은 무기력, 무관심으로 표현될 정도라는 게 방송사 안팎의 진단이다.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언론운동진영이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급격하게 힘을 잃어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며 “방송 독립성의 위기라는 문제점 못지않게 언론운동진영의 위기라는 점도 강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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