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이틀 남은 시민평가단 평가를 앞두고 박태경·홍순관·박성제(후보자들이 뽑은 순서) MBC 새 사장 후보자들이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후보자 모두 “지상파 중심에서 뉴미디어 중심으로 옮겨가겠다”,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조직 관행을 바꾸겠다”며 콘텐츠 강화와 적자 탈피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사장 후보자들은 방송문화진흥회가 정한 MBC 사장선임 기준에 맞춰 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 방문진 사장선임 기준은 ▲공영방송에 대한 이해와 철학(방송의 독립성, 보도의 공정성 등)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실천 의지와 경영능력 ▲뉴미디어 환경에서의 MBC 발전방안 ▲지역사 및 자회사의 전략적 발전방안 등이다.

후보자 각자의 전문분야와 관심도에 따라 문항 별로 분량 차이를 보였다. 전략편성본부장으로 지상파 OTT플랫폼인 ‘웨이브’ 출범을 이끌어낸 박태경 후보는 뉴미디어 콘텐츠 강화를, 여수MBC 사장인 홍순관 후보는 지역사 발전방안을, 보도국장을 맡고 있는 박성제 후보는 ‘뉴스데스크’의 성과를 바탕으로 경영능력을 앞세웠다.

MBC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MBC 새 사장 후보자 3인 (사진=MBC)

박태경 후보는 “디지털 시대에 MBC 공영방송 철학을 사내외에 전파하겠다”고 했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MBC 공영철학을 알리고, 허위조작 정보(가짜뉴스) 속에서 확고한 정론 매체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상파 3사 협업으로 ‘방송뉴스포털’을 추진할 계획이며 2030 청년세대 관련 이슈, 여성 유리천장 타파 등 다양한 이슈를 방송에 담아 시청자 주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홍순관 후보는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사업적 기반 구축이 우선 되어야 하며 편향되지 않은 프로그램과 내부 구성원들의 화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광고 시장의 지상파 비대칭 규제를 철폐하고, 특정 진영에 매몰되지 않는 뉴스·시사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능력에 따른 탕평 인사 원칙을 세워 화합을 이끌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박성제 후보는 “지금까지 언론개혁의 초점은 언론을 장악하려는 권력과 싸워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는 것이었다"면서 “달라진 세상의 언론인들에게는 국민과 소통하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했다. 박 후보는 보도국장으로서 기자들이 실수로 오보를 내거나 무리한 보도를 내놓으면 망설이지 않고 정정보도나 사과를 단행했다며 저널리스트로서 끊임없이 시청자와의 소통을 우선하는 사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3년 연속 적자인 MBC 경영위기를 탈피할 수 있는 해법에 대해 박태경 후보는 ‘낡은 조직관행 혁파’와 ‘콘텐츠 기획·생산 중심으로 전환’을 내세웠다. 부문별 이사제를 폐지하고 ‘책임 임원제’를 도입하는 인사를 단행하고, 적극적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적자 구조를 탈피하겠다는 전략이다.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제작 스튜디오화 전략 추진, 드라마 ‘책임프로듀서’ 시스템 전면 도입 등으로 전략콘텐츠 육성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순관 후보는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웠다. 경영진 보수를 절반으로 줄여 성과대로 배분하고, 지상파 중심의 사업구조를 뉴미디어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콘텐츠 제작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형 스튜디오 시스템’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엔터테인먼트 관광-레저 연계 사업이 진행 중인 여수MBC처럼 다양한 수익사업을 유치·투자하고, 노사공동경영위원회를 출범시켜 노조도 함께 경영에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성제 후보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개혁 의지를 밝혔다. 보도국장으로 선임된 뒤 ‘잠재력과 창의성의 극대화’를 목표로 보도국장실을 없애고 팀장직책을 없앤 결과 자유로운 소통으로 ‘뉴스데스크’ 대표 코너가 탄생했다며 예능-드라마 혁신도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경영 능력과 관련해 해직 시절 설립한 스피커 회사를 4년간 적자 없이 운영한 경험을 들며, ‘신사업 TF’를 만들어 직접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태경 'OTT플랫폼 제휴', 홍순관 ‘뉴미디어 중심 콘텐츠 개발', 박성제 '담당 TF 신설'

‘뉴미디어 환경에서의 MBC 생존전략’에 대해 박태경 후보는 글로벌 OTT플랫폼 등 과감한 제휴전략을 앞세웠다. 적자 탈피를 위해 지상파·방문진·방송통신위원회 협의를 통해 광고판매제도 혁신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홍순관 후보는 지상파 중심의 콘텐츠 사업구조를 뉴미디어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콘텐츠를 뉴미디어 시장에 먼저 내놓은 뒤 지상파에 방영하겠다며 뉴미디어용 보도 프로그램 대폭 확대 등을 강조했다.

박성제 후보는 MBC 뉴스의 온라인 수익이 1년 새 2.5배 상승했다는 지표를 들어 본인의 뉴미디어 경쟁력을 앞세웠다. 본방 프로그램과 별도로 모바일에 최적화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디지털 연관부서를 하나로 모은 ‘D.Next본부’(가칭)를 만들어 뉴미디어 컨트롤 타워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16개 지역 계열사와 8개의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MBC의 ‘지역사 및 자회사와의 전략적 발전방안’을 두고 후보자들은 ‘개편 및 재정비’를 공통적으로 말했다. 박태경 후보는 ‘콘텐츠 연합’으로 본·계열사 협업체계 개편을, 홍순관 후보는 본사-자회사 중복투자 재정비, 지역사 보도기능 재편 등을 내세웠다. 박성제 후보는 전국 단일법인 ‘One-MBC’로 재편해 단일화 과정에서 구조조정, 인력구조 합리화를 꾀하겠다고 했다.

세 후보자는 오는 22일 오후 1시부터 진행되는 시민평가단 평가를 통해 두 명의 후보자로 추려진다. 같은 날 오후 7시 방문진 최종 면접을 통해 새 사장이 결정된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19일 “공영방송 MBC를 혁신하고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사장을 원한다”는 성명을 통해 사장 기준을 내세웠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다양한 수익구조를 창출할 전략을 가진 준비된 사장 ▲관성적인 제작방식이나 조직·인력운용, 단기적 비용 절감 전략을 벗어나 현신을 이끌 통찰력과 실천력을 갖고 있는 이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추진할 수 있는 이 ▲전국의 네트워크를 묶고 성장할 수 있는 소통의 리더십을 가진 이 등이다.

MBC본부는 시민평가단에게 “어떠한 선입견이나 외부 영향에서 벗어나 MBC를 위한 최선의 결과를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검증과 평가를 진행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방문진에는 스스로 천명한 기준으로 후보들을 철저히 검증하고 치열하게 논의해 새 사장을 선임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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