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미래통합당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이 보수언론에서 나왔다. 언론에 대한 고소·고발을 일삼고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책임이 있으며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인 미래통합당이 반성도 않고 민주주의를 운운한다는 것이다.

신연수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20일 칼럼 <미래통합당은 봉준호에게 사과했나?>에서 "박근혜 정권에서 장관과 국무총리를 하고 박근혜를 '누나'라 부르며 국회의원 공천 받고 당선된 사람들이 지금 통합당의 주류"라며 "이들 중 누구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데 대해 과거 정권의 일원으로서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신 논설위원은 대표적으로 과거 한나라당, 새누리당 정권에서 벌어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예로 들었다. 신 논설위원은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지만 봉준호와 박춘욱 감독, 배우 송강호 등 보석 같은 문화예술인드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은 바로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과 한나라당 정권이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2월 20일 <미래통합당은 봉준호에게 사과했나>

신 논설위원은 "봉 감독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는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이 국가 공권력을 조롱하고 사회 불만 세력의 봉기를 부추긴다는 해석 때문이었다고 한다"며 "1970년대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던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논리와 민간인 감시가 불과 3년 전까지 버젓이 이뤄진 것이다. 만약 탄핵이 이뤄지지 않고 새누리당이 계속 집권했다면 영화 '기생충'과 오스카상은 없었을지 모른다"고 썼다.

미래통합당은 영화 '기생충' 오스카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봉준호 감독의 이름을 앞세운 총선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봉준호 기념관, 봉준호 영화 박물관, 봉준호 생가터 복원, 봉준호 동상, 봉준호 명예의 전당 등이다. 미래통합당은 논평에서 "'기생충'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전 세계에 한국 영화, 한국 문화의 힘을 알린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치켜 세웠다.

봉준호 감독은 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동상제작, 생가보존 등의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 "그런 얘기는 내가 죽은 후에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나도 기사를 봤는데, 이 모든 것이 다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그런 기사들은 넘겼다. 딱히 할 말은 없다"고 답했다.

17일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 (사진=연합뉴스)

신 논설위원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칼럼 고발 건과 관련해 "미래통합당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공격하는 것은 어이없다"고 썼다.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경향신문 칼럼 '민주당만 빼고'를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에 고발한 것은 옹졸했지만, 비판 언론에 대한 고소·고발은 미래통합당이 더했다는 게 신 논설위원 지적이다.

그는 "'여성 당원들의 엉덩이춤 논란'을 보도했다고 언론사를 제소하고, 자당에 불리한 보도를 했다고 기자들에게 출입금지 엄포까지 놨었다"며 "작년 말 기준 검찰에 고소 고발하거나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것이 230여 건이나 된다"고 질타했다.

지난해 7월 발족한 자유한국당 미디어특위는 첫 행보로 한국당 여성 당원 엉덩이춤 논란을 비판한 한겨레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제소 전 황교안 당시 한국당 대표는 여성당원 엉덩이춤으로 당 안팎의 비판이 일자 "언론이 좌파에 장악돼 있다"며 '언론 탓'을 하고 나섰다.

2018년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는 MBN을 상대로 출입금지, 취재·시청거부라는 이례적 조치를 취했다. MBN이 홍 대표의 성희롱 의혹을 보도한 데 대해 홍 대표는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한국당 당사 내에서 MBN 부스를 뺐다.

지난해 12월 박성중 한국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좌편향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진 미디어 환경을 바로 세우고자 불공정 보도에 대해 ‘삼진아웃제’를 실시한다”며 “편파·왜곡 보도에 대해 1·2차 사전경고제, 3차에는 출입금지 등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해당 기자와 언론사에 대해 다각도로 불이익을 부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언중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 민형사상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를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했다.

신 논설위원은 "언론의 자유를 말하지만 국제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가 조사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작년에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41위였지만 새누리당 정권 시절에는 60~70위였다"며 "농민 백남기는 2015년 광화문에서 시위를 하다 경찰의 물대포에 사망했는데,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하야'를 외치며 국가지도자에게 온갖 막말을 하는 집회를 열어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고 비교했다.

또한 신 논설위원은 "5·18민주화운동은 전두환의 군사바란에 항거해 민주화를 외치며 시위하던 시민들을 군부가 탱크와 총칼로 살해한 사건"이라며 "이에 대해 황교안 대표는 '1980년 무슨 사태'라고 말하고, 당 최고위원이란 사람은 그 유가족들을 '괴물 집단'이라고 부르는 수준의 역사인식을 가졌다. 그러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말하다니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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