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방송문화진흥회는 13일 MBC 차기 사장 후보자 면접을 통해 박성제, 박태경, 홍순관 후보자를 추렸다. 이번 사장 후보자 공모에 17명의 후보자가 나서 지원자 규모로는 역대 두 번째다.

처음 도입된 시민평가단을 거쳐 오는 22일 최종 선임되는 MBC 새 사장 앞에는 산적한 과제들이 놓여 있다. 우선, 오는 3월 5일 MBC 계약직 아나운서 행정소송 1심 선고기일이 잡혀있다. 이날 2018년 5월 계약 기간 만료 통보로 시작된 계약직 아나운서 부당해고 논란에 대한 첫 재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사진=MBC)

계약직 아나운서, 일반직 전환,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

2016년, 2017년 MBC에 입사한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2018년 5월 계약 기간 만료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그해 6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했고 9월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MBC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지노위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에 MBC는 불복,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MBC 측은 1심 재판 결과에 따르겠다고 했지만, 경영진이 바뀌면서 입장이 달라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계약직 아나운서 측은 “회사는 1심이 끝나면 항소 안 하고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새로운 지도부가 입장을 바꿀까 불안해하고 있다”며 “사장 후보자들에게 질문할 수 있다면 1심 결과를 받아들일 건지, 복직시키라는 결과가 나오면 다른 부서가 아닌 아나운서직으로 일할 수 있는지 등을 묻고 싶다”고 말했다.

MBC는 전문직 처우 개선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달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일반직 전환 합의 이행을 촉구한다’는 성명에서 “최근 경영진은 전문직의 일반직 전환에 대해 차기 경영진이 결정할 문제라고 결론 내렸다”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MBC는 과거 업무직과 연봉직 등으로 불리던 사원들을 전문직으로 통합하면서 2020년까지 임금은 일반직의 68% 수준까지 올리고 최소 35명 이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기로 노동조합과 합의했지만, 현재까지 일반직 전환 사례가 없다.

합의 문구는 ‘2020년까지’로 돼 있지만, 협의 과정에서 매해 단계적으로 실시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경영진이 그때마다 결정을 미뤘다는 것이다. MBC본부는 “자신들이 서명한 약속을 공수표로 만들어 버린다면 애써 이뤄낸 노사합의 정신도 퇴색될 수밖에 없으며 다음 경영진의 부담이 더 커지는 것 또한 자명하다”고 말했다.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도 숙제 중 하나다. 대전MBC 아나운서들이 여성 아나운서만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성차별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자 대전MBC는 해당 아나운서들을 업무에서 배제해 방송사 안팎으로 지탄받았다. 지난달 36개의 언론계·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전MBC 여성 성차별 문제 개선을 촉구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전MBC뿐 아니라 지역MBC 등이 여성 아나운서만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로 고용해왔다”며 “문제해결에 MBC본사가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지역MBC 아나운서 고용형태를 조사한 결과, 16개 MBC 지역계열사에 근무하는 여성 아나운서 40명 중 정규직은 11명 뿐이다. 반면 남성 아나운서는 전체 36명 가운데 31명이 정규직이다.

경영위기·인력유출·콘텐츠 재건 "미래 활로 개척할 수 있는 사장”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회복세에 접어들고 뉴스 신뢰도가 상승하는 등 보도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악화일로인 경영과 인력유출 등 고질적인 문제는 제자리걸음이다.

미디어미래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MBC의 공정성에 대한 외부 평가는 상승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공정성 부문 8대 미디어에 들지 못했던 MBC는 2018년 공정성 부문 8위에 이어 2019년에는 5위로 올라섰다. 2019년 신뢰성 4위, 유용성 3위를 기록하며 전반적인 채널 경쟁력이 생겼다.

반면, 경영위기는 심각하다. 방송사 주 수익원인 ‘광고매출’ 하락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에 따르면 MBC 2018년 광고매출은 2,736억 원으로 2015년 4,651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이다. 이러한 매출 하락에도 프로그램 제작비는 상승해 2018년 영업손익은 1,237억 원을 기록했다.

MBC A기자는 “뉴스나 프로그램 경쟁력 등은 회복되고 있지만, 방송업계 자체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차기 사장은 업계에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미래 먹거리를 대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광고 등 불균등 규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힘써줬으면 좋겠고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이 광고로 이어지는 등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경영 능력을 발휘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인력 유출도 불거졌다. 지난해 12월 콘텐츠 전문 기업 카카오M은 <진짜 사나이>의 김민종 PD,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문상돈 PD,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박진경 PD, 권해봄 PD 등 MBC의 스타PD들이 대거 합류한다고 밝혔다.

한 MBC 예능 PD는 “지상파 방송국이 올드미디어 플랫폼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나영석 사단의 유튜브 진출처럼 플랫폼 확장을 통해 콘텐츠 시장을 넓혀가는 안목을 가진 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 및 선배들의)이직을 보며 5년 뒤 MBC가 어떻게 될까란 고민을 동료들과 자주 나누는데, 디지털콘텐츠 회복에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는 이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재건도 중요한 하나의 목표다. 이번 달 임기가 끝나는 최승호 사장은 앞서 여러 차례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사장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글에서 최 사장은 “지난 2년간 MBC 적폐를 청산하고 재건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청산은 이뤄졌지만 콘텐츠를 재건하는 것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여러분이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반드시 ‘콘텐츠 왕국 MBC’를 재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또한 지난달 신년사에서 최 사장은 “어느 누가 만드는 것보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콘텐츠뿐 아니라 사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야 한다. VR사업은 한 예”라고 콘텐츠 회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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