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시·청각 장애인 등 감각장애인들이 '코로나19' 등 재난·감염병 국면에서의 장애인 맞춤형 지원 마련을 촉구하는 진정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들은 질병 관련 빠르고 정확한 정보제공을 받을 수 없고, 1339 코로나19 상담콜센터나 의료시설 이용 역시 여의치 않다고 호소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 에이블업 등 4개 장애인단체는 시·청각장애인의 재난·감염병 안전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는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 에이블업 등 4개 장애인단체가 시·청각장애인의 재난·감염병 안전대책을 정부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이들은 이번 코로나19 방역 국면에서 장애인을 위한 정부 대책이 미흡했다고 총평했다. 정부 브리핑 초기 수어통역은 없었고, 코로나19 관련 장애인에 대한 정보제공이나 장애인 매뉴얼 등이 없기 때문이다.

김주현 장애벽허물기 대표는 "1월 중순 정부브리핑에 수어통역 없었고, 차별진정을 내자 수어통역이 실시됐다. 늦었지만 신속한 대처"라면서 "하지만 코로나19 관련 정부의 장애인 관련 대처는 여전히 미흡하다. 정보를 얻을 곳이 마땅치 않고 질병에 노출되었을 때 절차를 올바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장애인들의 특성을 잘 알거나 하는 전문인력도 없다"며 "장애인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 세계인이 칭찬하는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장애인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 달라"고 촉구했다.

청각장애인 윤정기 씨는 "이 사태를 보면서 '내가 정말 대한민국의 국민이 맞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코로나 관련 정보를 어디서 얻어야 할지, 확진자가 내가 사는 곳 근처인 수원에 다녀갔다는데 나는 수원에 가도 되는지, 이러저러한 얘기를 물어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씨는 "질병관리본부, 1339에 전화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청각장애인이라 그럴 수 없었다. 대화가 안돼 전화를 할 수 없다"면서 "병원을 가도 대화가 통하지 않아 내 몸 상태를 문진을 통해 바로 알 수 있지 않다. 의사가 판단해 약으로 처방해주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관련해서도 보건소나 일반병원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뉴스를 보니 해외에서는 대한민국이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를 잘한다고 하는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런 뉴스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윤정기씨(오른쪽)는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내가 정말 대한민국의 국민이 맞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보를 어디서 얻어야 할지, 확진자 경로 정보는 어떤지 알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사진=미디어스)

시각장애인인 오병철 동서울장애인자립센터 소장은 "정보전달이 안되는 부분도 있고, 시각장애인은 밖에 다니거나 할 때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잘 안보여서 대처방법 등에 대해 곤란한 때가 많다"며 "정부와 청와대가 답을 해주었으면 한다.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대안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철환 장애벽허물기 활동가는 "질병의 예방을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아는 게 생명"이라며 "정보접근 문제에 취약하고, 위험노출 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체계적 지원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진정 내용은 크게 ▲원활한 정보제공 및 재난·감염병 대응방안 마련 ▲수어통역 등 정보제공기준 마련 ▲장애인 전문 상담원 배치 및 연계 ▲장애인단체 등 지역 풀뿌리단체와 연계한 지원체계 마련 등이다.

원활한 정보제공과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대책으로 일원화가 꼽혔다. 재난 대책과 감염증 대책이 이원화되어 있어 일관성 있는 대책 적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정부정책 뿐 아니라 장애인방송 규정 등의 개정을 통해 방송 송출에도 이를 준수하도록 요구했다.

재난·감염병 예방을 위한 장애인 상황별 대응매뉴얼 개발도 시급하다. 감염병의 경우 장애인 뿐 아닌 부모, 보호자, 활동가들이 지켜야 할 수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안이 제시됐다. 또 장애인이 감염병에 노출되었을 때를 대비한 의료진, 의료전문 수어통역사, 의사소통보조자 등의 양성과 배치 기준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방송과 관련해서는 통일된 감염병 관련 정보제공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뿐만 아니라 정부 브리핑 등 주요 내용을 방영할 때 수어통역 등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하고, 화면에서 수어통역 등을 제공 시 화면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일관성을 유지하는 매뉴얼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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