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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고발자' 임은정이 겪은 검찰과 언론의 관계백지구형 지침-남부지검 성폭력 사건 보도, "실체적 진실 찾지 않았다"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2.17 08:14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대표적인 '내부 고발자'로 알려져 있다. 10여년에 걸쳐 검사게시판 '이프로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끊임없이 검찰을 비판해왔다. 2012년 과거사사건 재심에서 이른바 '백지구형'을 하라는 검찰 상부 지시를 거부하고 법정에서 '무죄구형'을 해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검사 부적격 심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징계처분을 받은 지 4년 8개월 만에 징계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 과정에서 임 검사는 검찰과 언론의 관계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언론은 소통가능한 검찰 간부의 입만을 바라본 채 실체적 진실을 찾으려 하지 않았고, 임 검사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는 결론이 난 이후에는 침묵했다. 그는 자신을 '검찰과 언론의 현재진행형 피해자'라고 명명했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는 새언론포럼과 자유언론실천재단 공동주최로 임은정 검사 특별강연 '검찰과 언론'이 열렸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14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는 새언론포럼과 자유언론실천재단 공동주최로 임은정 검사 특별강연 '검찰과 언론'이 열렸다.

2012년 임 검사는 민청학련 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 받은 박형규 목사의 재심 공판, 1962년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죄(반국가행위)로 유죄선고를 받은 고 윤길중 진보당 간사에 대한 재심 공판 등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검찰 방침이었던 '백지구형'을 거부하고 무죄를 구형했다.

민청학련 사건은 1974년 4월 '전국민주청년학생촌연맹'을 조직해 공산주의적 인민혁명을 수행하려 했다는 이유로 학생들과 사회 인사들을 처벌했던 사건이다. 박형규 목사를 비롯해 윤보선 전 대통령, 지학순 다니엘 주교 등 180명이 구속·기소됐다. 

고 윤길중 진보당 간사에 대한 공소사실은 장면 정부가 추진 중이던 '반공임시특별법', '데모규제법' 등에 반대 운동을 펼쳐 반국가단체 활동을 찬양, 고무, 동조했다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를 만들어 그해 12월 윤길중을 기소했다. 

윤길중 재심 공판을 맡았던 임 검사는 무죄구형을 주장하며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의 '백지구형' 주장을 반대했다. 그러자 공판2부장은 공안1부의 주장이 타당하다며 해당 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사건을 재배당했고, 임 검사는 법정 출입문을 걸어 잠군 후 재판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백지구형'이란 검사가 사건 유·무죄를 가리지 않고 재판부에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 달라'고 하는 검찰 관행이다. 재심사건 등에서 무죄가 확실시 될 때 검찰이 재판부에 구형 판단을 맡기는 소극적 구형이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302조는 '피고인 신문과 증거조사가 종료한 때에는 검사는 사실과 법률적용에 관해 의견을 진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청법 4조(검사의 직무)는 검사는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을 청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임 검사는 '백지구형' 관행이 검사의 법적 의무와 책임에 위배된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구형했다. 

임 검사 무죄구형 당시 언론은 이 소식을 어떻게 전했을까. 언론은 임 검사를 '얼치기 운동권 검사', '막무가내 검사', '부끄러운 검사'라고 썼다. 

동아일보 <절차 무시하고 무죄 구형 '막무가내 검사'> (2012년 12월 31일)
조선일보 <이젠 목적 위해 법 절차 무시하는 '운동가型' 검사까지>(2013년 1월 2일)
중앙일보 <재판 회부, 중징계… 부끄러운 검사들> (2013년 1월 7일)
동아일보 <'브로커 검사' 해임… '막무가내 女검사' 정직>(2013년 1월 15일)
조선일보 <브로커 검사·멋대로 무죄 구형 검사, 줄줄이 징계 청구>(2013년 1월 17일)

임은정 검사 무죄구형 당시 언론은 그를 '얼치기 운동권 검사', '막무가내 검사', '부끄러운 검사'로 썼다.

동아일보는 "임 검사는 '다른 의견은 절대 따르지 않겠다'며 공식 절차를 무시했다고 한다. 갈등 끝에 김 부장과 임 검사, 그리고 다른 검사 2명이 참석한 내부 회의에서 이 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맡기기로(재배당) 결정을 내렸는데 구형 당일 임 검사가 돌발행동을 저지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임 검사 징계관련 기사에서는 "임 검사는 선고 당일 검사 출입문을 잠근 채 법정에 들어가 일방적으로 구형을 하는 등 정당한 법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사건처럼 절차와 내용에서 위법·부당한 지시라고 할 수 없는 경우에까지 법 절차를 어겨가며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돌출 행동일 뿐"이라며 "자신들의 일방적 주장을 정의로 포장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선 법 절차를 짓밟아도 괜찮다는 불법 시위대의 발상과 다를 게 없다. 10억 뇌물 검사, 성추문 검사도 모자라 이젠 목적을 위해선 무슨 수를 써도 좋다는 '운동가형' 검사까지 등장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뇌물 수수, 절도피의자와의 성관계 등 비리를 저지른 검사들에 대한 징계를 임 검사에 대한 징계와 묶어 '부끄러운 검사들'이라고 보도했다. 

임 검사는 "하루하루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관계를 모르면서 내지르는 무모함, 헤드라인으로 칼질을 하는 언론이 시대를 혼탁하게 하는 흉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검찰은 이 같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임 검사에게 책임을 물었다. 임 검사는 윤길중 재심 사건 무죄구형 당시 검찰 내부 게시판에 '징계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예약 게시했다. 검찰은 임 검사 징계사유 중 하나로 임 검사가 '징계청원' 글을 올리고 이 글이 외부에 전파되도록 해 검사로서의 체면과 위신을 손상시켰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관련해 임 검사 징계위원회 문답과정을 보면 검찰측은 "상당수 언론 보도 내용은 진술인의 행동이 적절치 못하다는 취지였는데 어떤가", "진술인도 위와 같이 게시된 글이 언론에도 알려질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언론에도 보도되었는데, 다분히 의도했던 것은 아닌가", "진술인은 진술인의 위와 같은 무죄 구형 감행과 '징계청원' 글 게시를 전후하여 언론과 접촉한 사실이 있는가" 등을 물었다. 임 검사는 "검찰은 자기들이 언론에 말을 흘려 논조를 정해놓고 '세상이 다 너를 욕한다'고 조사에서 쓴다"고 회고했다.

이 당시 임 검사는 자신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임 검사는 "이 시절 검사 윤리강령상 기자에게 말을 하려면 내부 승인을 받고 해야했다"며 "기자들이 형사소송법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되는데 그걸 안 해보고 간부들이 불러주는 대로 보도했다. 소위 진보언론도 평가만 다르게, 쉽고 편하게 할 뿐 백지구형이 문제가 있다는 전제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아 화가 많이 났다"고 털어놨다. 검사윤리강령과 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상 검찰 소속 공무원의 언론 인터뷰는 기관장 사전 승인 사항이었다. 언론 인터뷰 사전 승인제는 2018년 신고제로 개정됐다. 서지현, 안미현, 박병규 검사 등 검사들의 대외적 문제제기가 윤리강령 개정의 계기가 됐다. 

2017년 11월 1일 검찰 내부망 검찰 관련 신문 스크랩 목록. 대법원은 2017년 10월 31일 임은정 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이날 조간에서 임 검사 징계 관련 대법 판결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임은정 검사 제공)

임 검사가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뒤, 이들 언론은 침묵했다. 대법원은 2017년 10월 31일 임 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임 검사가 징계를 받은 지 4년 8개월만의 일이다. 

하지만 임 검사는 2017년 11월 1일, 검찰 내부망에 매일 게시되는 검찰 관련 신문스크랩 파일을 보며 낙심했다고 한다. 임 검사를 '얼치기 운동권 검사', '막무가내 검사', '부끄러운 검사'로 낙인찍었던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이날 조간에서 임 검사 징계 관련 대법 판결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임 검사는 "항소심 이후 1·2심 승소 난 것을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보도해달라고 항의메일을 보냈었다. 대법원 판결이 나면 보도해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에서 발생한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의 고발자이기도 하다. 임 검사는 지난해 2월 경향신문 칼럼 <나는 고발한다>를 통해 검찰 지휘부가 해당 성폭력 사건을 덮었고, 사건을 덮은 이들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은 징계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5년 3월 서울남부지검 A부장검사가 여검사를 아이스크림에 빗대 성희롱한 사건이 발생했다. A부장검사는 별다른 징계 없이 퇴직했는데, 이후 같은 검찰청 B검사도 사표를 내 검찰 안팎에서 루머가 급속히 나돌았다. 정기 인사 시기가 아님에도 검사 둘이 돌연 사직한 배경에 추측이 난무했다. 임 검사는 컬럼에서 B검사를 '귀족검사'로 지칭했다. 아버지가 검사장을 역임하고, 검찰에서 소위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B검사에게 불거진 의혹은 성폭력 의혹이다.

이 시기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되는 검찰 공식입장은 "소문이 와전됐을 가능성이 높다", "B검사가 부장검사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나간 것" 등이었다. 

2015년 5월 14일 경향신문 <법조 명문가 '잘나가던 검사' '돌연 사직'에 루머 급속 확산> 기사에는 "지난주부터 그 얘기(B검사 성추행 의혹)가 돌아 확인해 보니 감찰은 모른다고 했다. 알아보니 위에 있는 부장검사와 사이가 안 좋아서 나간 것이라고 하더라", "소문이 와전됐을 가능성이 높다", "본인은 '그냥 좀 힘들어서 쉬고 싶다'고 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부장한테 보고받았다"는 대검, 남부지검측 관계자 발언이 실렸다. 

2015년 5월 14일 경향신문 <법조 명문가 '잘나가던 검사' '돌연 사직'에 루머 급속 확산>

임 검사는 해당 성폭력 사건을 검찰 간부들이 은폐했다며 2018년 이들에 대한 수사와 감찰을 대검에 요청했지만 대검은 관련 비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요청을 종결했다. 이후 임 검사는 김진태 전 검찰총장, 김수남 당시 대검찰청 차장, 이모 전 검찰본부장 등 전·현직 검찰 간부들을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서지현 검사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이후 출범한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은 A부장검사와 B검사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 A부장검사는 벌금 500만원이 확정됐다. B검사는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다. 

임 검사는 "2015년 검찰 관계자들은 조사를 다 해놓고 거짓말을 했다"며 언론이 검찰 관계자들의 말 너머에 있는 진실을 찾아 보도해 줄 것을 재차 당부했다. "진실을 파헤치는 건 기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임 검사는 청암 송건호 선생의 말을 끝으로 기자가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임을 강조하며 이날 강연을 마무리했다.

"신문의 생명이란 참 묘하다. 하루도 못가 사라져가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시일이 지날수록 생명이 빛나는 것이 또한 신문이다. 짧은 것 같이 보이면서도 시일이 지날수록 끈질기게 긴 것이 또한 신문이다. 오래된 신문일수록 값어치가 빛나는 것이 신문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신문은 역사의 기록자이며 역사의 증언자이기 때문이다. 신문처럼 충실하게 그날그날을 기록하는 작업은 없다. 신문은 이래서 역사의 첫째가는 기본자료 구실을 한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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