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국정원 민간인 사찰 문건이 공개된 가운데 피해자인 명진스님은 국정원 내부 개혁이 요원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단호히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2일 MBC와 오마이뉴스 단독 보도를 통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명진스님을 불법 사찰했다는 민간인 사찰 문건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문건에는 ‘봉은사 주요 현황’, ‘명진의 각종 추문’, ‘명진의 종북 발언 및 행태’, ‘봉은사 내 명진 지지세력 분포 및 시주금 규모’, ‘사설암자 소유 의혹’, ‘개인정보호법 위반 의혹 등 비리 수사로 조기퇴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명진 스님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봉은사 주지스님을 맡았고, 당시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봉은사가 직영사찰이 되며 명진 스님은 쫓겨났고 배후로 국정원이 지목돼 왔다.

지난12일 MBC<뉴스데스크> "[단독] "종북 좌파가 요설을"…집요했던 '명진' 퇴출 작전"보도화면 (사진=MBC)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를 가진 명진 스님은 “저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은 진작부터 예측했다”며 “지난번 1심 판결이 나와 법원으로부터 국정원에서 직접 작성했다는 사찰문건 중 일부를 송달받았다. 소송까지 한 뒤 2년 만에 사찰문건을 받아 본 것”이라고 말했다. 사찰 문건 30건 중 13건이 재판을 통해 공개됐다.

명진 스님은 봉은사에 있을 때 자신에 대한 유언비어들이 떠돌았다며 “국정원 문건을 받아보니 관련 소문들의 배후에 국정원이 있었고, 저를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인물로 만들기 위한 공작의 일부였다는 데에서 할 말을 잃었다”라고 했다.

사찰문건에는 명진 스님을 음해하기 위해 보수 언론이 동원됐다는 대목이 나온다. 명진 스님은 “문건 중에 ‘증거제시가 어려운 설에 대해서 인터넷 등 보수 언론을 통해 의혹을 적극 유포’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말도 안 된다”며 탄식했다.

문건에는 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국정원의 직접 지시를 받아 명진 스님을 퇴출시키기 위해 움직인 정황들이 담겨 있다. 2010년 3월 11일 문건에는 ‘종단 차원의 주지적 퇴출 유도와 함께 면밀한 동향 점검 및 보수언론을 통한 부정적 측면의 부각 등 입체적인 압박 전개가 바람직하다’고 적혀 있다. 그 아래는 ‘총무원장 자승에게 직영사찰 전환 조기집행은 물론 종회의결사항에 대한 저항, 항명을 들어 호법부를 통한 승적박탈 등 징계절차에 착수하도록 주지한다’고 지시해놓은 상황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사찰문건이 작성된 이유에 대해 명진 스님은 “4대강 사업을 반대했고 이명박 정권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부적절한 논리, 특히 ‘자본으로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등의 주장에 비판을 많이 했다”며 “용산 참사 때도 개인적으로 신도들이 갖다 준 1억을 피해자들에게 전달했는데 그때 청와대가 제일 분노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사찰문건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사찰문건이 작성되기 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원상회복돼야 하는데 정권이 바뀌었어도 자승(스님)이 갖고 있는 불교계 영향력 때문에 자승을 찾아가고 표를 구걸하는 행태가 지금도 여기저기서 보인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국정원 내부 개혁이 요원하다고 짚었다. 그는 “국정원개혁위원회가 사찰문건을 파헤친 적도 없고 살펴볼 의사도 없을 뿐 아니라 국정원 내부 문제가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국정원 개혁이 과연 이뤄질까 의심이 드는 동시에 단호한 대통령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앞으로 명진 스님은 국정원의 불법 사찰과 공작에 대한 전모를 밝히기 위한 시민 사회운동가들과 연대할 계획이며 현 정부에 강력한 국정원 개혁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명진스님은 승적을 박탈당했을 때 ‘500억을 사취’했다는 누명이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며 법적대응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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