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특수군 소행이라 주장해온 지만원 씨가 첫 재판이 시작된 지 4년여 만에 실형을 선고받았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태호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지만원(79)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 씨가 고령인 점을 고려해 법적 구속은 하지 않았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고령이고 장기간에 걸친 재판 과정에서 성실하게 출석해온 점 등에 비춰보면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는 있다고 보이지 않아 법적구속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광주 시민들을 북한 특수군이라고 주장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만원씨가 1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 법정 입장을 위해 몸 수색을 받고 있다. 2020.2.13 (사진=연합뉴스)

지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광주 시민들을 ‘광주 북한특수군(광수)’이라 지칭하며 여러 차례 비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 씨는 당시 촬영된 광주 시민들의 사진을 ‘광수’로 지목하거나 북한 고위직 간부와 얼굴이 동일하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하지만 법정에서 지 씨는 해당 게시글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고 피해자들도 특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 판사는 “피고인은 사진 속 인물이 북한군 고위직들의 얼굴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료는 제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의 주장은 5·18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닌, “역사적 의의와 가치를 폄하하는 것으로 비방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존 인물인 고 김사복 씨를 ‘빨갱이’라고 지칭한 것은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지 씨가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를 ‘신부를 가장한 공산주의자들’이라고 표현한 혐의, 북한에서 망명한 한 인터넷 매체 대표이사를 위장탈북자인 것처럼 소개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 등에 대해 재판부는 유죄를 결정했다.

이날 재판부 판결에 대해 5·18기념재단 및 5월 단체 3곳은 “지만원이 법정구속 되지 않은 재판 결과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지만원의 역사왜곡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해 구속하지 않은 판결이야말로 1980년 광주시민을 폭도, 불순분자로 취급했던 판결과 다를 바 없다”며 "지만원이 법정구속 될 때까지 법리적 투쟁과 진실 확인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 씨의 1심 판결은 2016년 4월 검찰이 지 씨를 5·18 관련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지 3년 10개월 만에 나왔다. 총 5건의 명예훼손 고소 사건을 검찰이 차례로 기소하며 지 씨의 사건은 한 재판부에 병합됐다.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지 씨의 주장은 극우 보수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확산되며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했다.

앞서 지만원 씨는 민사소송에서 5·18 민주화운동 단체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여러 차례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지 씨에게 5·18 왜곡·폄훼 도서 출판물 발행·판매 배포 관련 명예훼손 손해배상(배상금 1억1400만원)지급을 선고했다. 2018년에는 대법원으로부터 5월 단체에 명예훼손 손해배상액 1억 8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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