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KBS보궐이사 선임을 두고 고민 중이다. 자유한국당은 추천한 이헌 변호사,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가 부결되자 서정욱 변호사를 후보로 올렸지만 부적격자라는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방통위는 한국당으로부터 세 번째 후보자로 추천받은 서정욱 변호사의 KBS보궐이사 임명 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진 부위원장이 서 변호사를 후보로 올리자 여권 추천 이사인 허욱, 김창룡 상임위원은 반대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한상혁 위원장, 표철수 상임위원은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의 KBS 보궐이사 추천이 오는 14일 결정될 가능성은 다소 낮아보인다. 천영식 전 이사의 사표를 지난 1월 14일 대통령이 재가해 방송법에 따라 오는 14일까지 보궐 이사가 임명돼야 한다. 하지만 방송법에 명시돼 있는 ‘30일 이내 임명’은 강제조항이 아니다. KBS 보궐이사 추천·임명이 다음 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14일 오전에 방통위에서 논의할 수 있지만 서 변호사가 KBS이사로서 부적합하다는 외부 지적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오전 방통위 앞에서 ‘극우발언 일삼은 서정욱 추천 반대 기자회견’이 예고됐다.

2017년 3월 21일 OBS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 출두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서정욱 변호사 모습 (사진=OBS)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그는 수년간 종편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박근혜 탄핵을 부정하는 등 정치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 법률자문위원으로 우리공화당 활동, 박근혜 탄핵 부정 세미나 토론자 참여 등 “특정 정당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이로 애초에 공영방송 이사로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민언련은 특히 서 변호사가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관행을 비판했던 과거 발언을 짚으며 ‘자기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2017년 MBN<뉴스와이드>에 출연한 서 변호사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을 두고 “여당이 무조건 6명, 야당이 3명. 전형적인 권언유착 아닙니까?”라며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비판했다. 민언련은 “그런 그가 정치권의 추천을 받아 공영방송 이사가 되려 하는 것은 자기 부정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노조KBS본부는 정치권 이사 추천 관행을 따르는 방통위를 향해 관행을 타파하라고 외치고 있다. KBS본부는 12일 “방통위에 언제까지 특정 정당에 휘둘려 ‘이 자가 안 되니 다른 자’식의 추천을 용인해 방송법을 외면하는 우를 범할 것인가?”라며 “KBS이사는 각 분야 대표성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정당추천의 KBS 이사 추천 악습을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한국당이 야당 몫을 운운하며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인사들을 줄줄이 추천하는 상황까지 와버렸다”며 방통위에 지금부터라도 KBS보궐이사 추천 공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KBS보궐이사로 이헌 변호사와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를 후보자로 올렸지만 부결됐다. 이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 방해 인물로 지목됐고, 이 전 기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해 논란이 일었다. 한상혁 위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방통위 상임위원 간담회에서 이 전 기자 추천 건을 부결시키며 세월호,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역사관에 문제 있는 인사는 임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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