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각종 경영상 문제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경기방송에서 '막가파식 인사전횡'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나온다.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인 현준호 전 경기방송 전무이사를 경영에서 배제하라는 방통위 조건부 사항에도 불구하고, 현 전 전무의 최측근 인사가 보도, 제작, 편성을 총괄하게 되면서 기자 노조원의 출입처를 강제변경하는 등의 노조탄압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분회는 12일 성명을 내어 "막가파식 인사전횡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사진=경기방송 홈페이지)

경기방송분회는 "최근 경기방송 경영진은 현준호 전 전무이사의 최측근인 보도·제작국장을 편성까지 맡도록 책임자로 발령했다"며 "방통위가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를 경영에서 배제하라'는 지적을 해 사실상 전권을 가지고 지배하던 독재 권력인 현준호 전 전무가 사퇴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새로운 권력자를 탄생시킨 셈"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방송분회는 "분회가 보도·제작부장의 채용과정에 대한 인사검증을 요구하자 사무국장 이하 노조원 3명의 출입처를 사전 상의도 없이 하루 만에 변경하는 사실상 노조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사측은 노사단협을 파기하자는 것인가. 방통위에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이같은 인사 발령이 재허가 조건부 사항 이행에 부합한다고 보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기방송분회는 경영진을 향해 "이같은 인사를 단행한 책임자는 누구인지 밝혀라"라며 "또한 경기도의회가 주장하듯 여전히 현준호 전 전무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해명하고 막가파식 인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30일 경기방송에 조건부 재허가 결정을 내렸다. 방통위 검토 결과 경기방송에는 ▲재허가 요건 미충족 ▲개선계획 매우 미흡 ▲주주 과반이상의 권한을 전무이사가 위임받아 경영권 지배(방송법 위반) ▲대표이사 경영권 제한 ▲부적절한 이사회 운영 ▲감사위원회 독립성 문제 ▲편성 독립성 문제 ▲협찬수익 과다 등의 문제가 불거져 있었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경기지역 청취권을 고려해 재허가 결정을 내리면서도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를 방송사 경영에서 배제할 것 ▲재허가 후 3개월 이내 책임경영을 위한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마련하고 주요주주와 특수관계자가 아닌 사람을 사내 이사로, 공모를 거쳐 사외이사와 감사를 선임할 것 ▲이사회 구성 이후 경영투명성 제고와 편성 독립성 강화를 위한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 이행계획을 제출할 것 등의 재허가 조건을 달았다.

복수의 경기방송 구성원들에 따르면 보도·제작국장은 현 전 전무와 접촉이 잦은 최측근으로 불린다. 현 전 전무가 보도와 제작을 아우르는 총괄본부장직을 수행하고 물러나는 과정에서 보도·제작국장은 보도팀장, 부국장, 국장대행, 보도·제작국장까지 고속승진을 거듭했다. 경기방송 내에서는 보도·제작국장 직제가 총괄본부장 직제와 다를 게 없다는 토로가 나온다.

또한 복수의 경기방송 구성원들에 따르면 경기방송 분회가 채용과정에 대한 인사검증을 요구한 보도·제작부장의 경우 외부인사로서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임명됐다. 현 전 전무가 데려온 '낙하산 인사'로 불리고 있다. 중간 결정권자부터 최종 결정권자까지 현 전 전무 측근 인사들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방통위 재허가 조건에 따라 자리에서 물러난 현 전 전무가 여전히 경기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내부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보도·제작부장 인사검증을 요구한 경기방송 분회 사무국장 이하 노조원 기자 3명은 11일 저녁시간부로 각각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세종으로, 수원시 경기도교육청에서 인천으로, 청와대·국회에서 경기도 북부청사로 출입처가 변경됐다.

현 전 전무는 지난달 14일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후에도 현재까지 경기방송에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현 전 전무가 일본 수출규제 국면 당시 정부대응과 국민 불매운동을 비하하면서 경기방송 전면 출연거부를 의결한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최근까지 경기방송 출연재개를 논의했지만 현 전 전무가 경기방송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같다는 소식을 접한 뒤 출연재개 논의를 중단했다.

이 같은 사태에 경기방송 PD협회 역시 12일 "다시금 제2의 현준호 사태가 빚어졌다"고 규탄 성명을 냈다.

경기방송 PD협회는 보도·제작국장과 보도·제작부장에 대한 전문성을 의심하고 있다. PD들이 제안한 개편안이 별다른 이유 없이 무산되고, '그들만의' 개편안만이 통보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방송 PD협회는 "지난 1월 편성팀과 보도팀의 회의에서 보도제작부장은 '아직 제작 업무 파악이 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했다. 그랬던 그가 '그들만의' 개편안을 들이밀면서 '이렇게 하라'고 통보했다"며 "PD들은 명분도, 이유도 없는 개편안에 대한 보도제작국장과 보도제작부장의 확실한 설명이 듣고 싶다"고 촉구했다.

이어 경기방송 PD협회는 "현 노조위원장인 장주영PD에게 연출과 진행을 통보했다. 입사 11년차 공개방송 경력 8년, 프로그램 진행 경력이 통틀어 6개월도 되지 않는 장주영 PD에게 진행을 맡기는 것은 과연 제대로 된 업무 분장인가"라며 "인사처벌식 개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통위 재허가 조건이었던 편성권 강화와 관련해 얼마나 당당할 수 있는지 제작팀을 관할하는 두 사람에게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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