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1980년 무슨 사태" 발언과 한국당 해명에 대해 언론 비판이 쏟아졌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절적한 발언과 해명으로 '궤변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해당 사건에 대해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경우 황 대표 발언에 대한 비판을 '친문세력의 공세'로 보도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9일 모교인 성균관대 앞 분식점에서 "내가 여기서 학교를 다녔다"면서 "1980년. 그때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다. 그래서 학교가 휴교되고 이랬던 기억이…"라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을 '무슨 사태'로 언급한 황 대표에 대해 한국당을 제외한 정치권 전체, 5월단체들의 비판이 빗발쳤다. 그러자 한국당은 황 대표 발언은 5·18민주화운동과 관계 없다며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학교 인근 분식점을 찾아 떡볶이를 먹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제공)

12일 경향신문, 한겨레, 서울신문 등 주요언론은 사설을 통해 황 대표와 한국당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황교안의 부적절한 5·18 발언, 더 부적절한 한국당 해명>에서 "분명한 것은 황 대표의 말에서 5·18의 의미에 동의하는 기미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라며 "오히려 당시 신군부가 시민과 언론에 강요한 '광주에서 일어난 소요사태'란 표현을 연상케 한다. 시민들이 합의한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정의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이 공당의 대표라니 당혹스럽다"고 썼다.

이어 경향신문은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일을 대하는 한국당의 태도"라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도리어 화를 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한국당은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한국당의 5·18에 대한 변하지 않는 인식과 태도가 절망스럽다"며 "이치에 닿지 않는 궤변으로 실수를 모면하려는 모습이 추레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5·18'을 "무슨 사태"로 떠올린 황 대표의 역사인식>에서 "이번 일은 황 대표가 과거 몸담았던 극우 공안검사의 시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또다시 보여준다"며 "아직도 80년 신군부가 규정했던 '광주 사태'란 인식에 멈춰 있는 것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황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5·18 정신을 왜곡하고 폄훼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겨레는 "황 대표는 지난해 5월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아 '한 나라인데 지역 간 갈등이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광주 시민도 새로운 미래로 나가길 바란다'고 말해, 광주의 분노를 지역감정으로 호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5·18 망언 3인방' 징계를 유야무야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이종명 의원은 한국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고, '유공자 괴물 집단'이라고 한 김순례 의원은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고 당 최고위원에 복귀한 상태다. 김진태 의원에게는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인 '경고'가 내려졌다.

서울신문은 사설 <5·18 민주화운동을 ‘사태’라 부르는 황교안의 역사 인식>에서 "지난해 2월 한국당 전당대회를 전후로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이 5·18에 대한 망언과 혐오 발언을 일삼아 여론이 악화하자 황 대표는 이들을 징계하겠다고 해놓고 미온적 태도로 한참을 뭉그적거리다가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며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가능한 배경에 황 대표의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12일 사설 <황교안의 부적절한 5·18 발언, 더 부적절한 한국당 해명>

광주·전남지역 언론에서도 황 대표와 한국당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광주일보는 사설 <놀라운 제1야당 대표의 '천박한 역사인식>에서 황 대표와 한국당의 해명에 대해 "당시 휴교령의 배경을 이야기했을 뿐이라는 것인데 물론 그랬을 수도 있다. 신군부의 비상계엄 확대가 잘 생각나지 않아 '하여튼 무슨 사태' 운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천박한 역사인식'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이가 우리나라 제1야당의 대표다. 한심한 일"이라고 썼다.

무등일보는 11일 사설 <황교안 대표, 5·18에 천박한 역사의식 드러내>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변곡점을 만든 5월 광주에 대한 빈약하고 허망한 인식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그의 이같은 인식은 지금도 5·18을 폄훼하고 비방하는 삿된 무리들의 저급함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당 내 5·18 망언 3인방의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그의 이런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주요보수 언론은 해당 논란을 지면에 싣지 않아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도리어 황 대표에 대한 비판을 '친문세력의 공세'로 치부했다. 조선일보는 11일 기사 <친문 "역사무지 황교안, 간신 유승민" 공격>에서 "10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전날 합당을 선언한 자유한국당 대표와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친문 성향 네티즌들의 공세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황 대표가 모교인 성균관대 앞 한 떡볶이집을 찾아 대화를 하던 중 '여기서 학교를 다녔다. 1980년, 그때 하여튼 무슨사태가 있었죠. 그래서 학교가 휴학되고 이랬던 기억이…'라고 한 것에 대해 이들은 '제1야당 대표가 광주민주화운동을 제대로 모른다' '기본적 역사인식이 없다'고 비판했다"며 "더불어민주당도 가세했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친문세력이 유승민 의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도 비판하고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야권 통합, 창당 등 작업이 이어지자 위기감을 느낀 친문 진영이 본격적으로 야권 견제에 나선 것 같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나온다"고 했다. 황 대표에 대한 비판여론을 특정 정치세력의 총선용 견제로 해석한 것이다.

조선일보 11일 <친문 "역사무지 황교안, 간신 유승민" 공격>

한편 조선일보는 지난해 5월 황 대표가 광주를 처음 방문했을 당시 광주시민들에 의해 지탄을 받으며 물러난 사건에 대해 <反대한민국 세력이 백주에 야당 대표에 물벼락>이라는 사설을 썼다.

조선일보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광주에서 옛 통합진보당 후신 단체 관계자들로부터 물세례를 맞는 봉변을 당했다"며 "현장에는 민주화 운동 유족들도 있었지만 옛 통진당 관련 단체가 황 대표를 비난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한다. 이들은 '이석기 내란 음모는 조작' '통진당 해산 황교안은 감옥으로' 등의 피켓을 들고 와 황 대표 연설을 방해하고 물을 뿌렸다"고 했다.

당시 '5·18 망언' 의원들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출범 지연 등으로 한국당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분노가 높았던 상황이었지만 조선일보에는 실리지 않았다. 광주진보연대, 광주대학생진보연합 등 광주지역 10여개의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 등 100여명이 한국당 규탄집회에 참여했고, 5·18 유족들이 황 대표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통진당 후신 단체 주도 집회'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위협 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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