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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93조와 인터넷[엄호동의 사이버세상속으로] 유튜브에 올리면 합법, 판도라TV에 올리면 불법?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엄호동 연구위원 | 승인 2008.02.21 10:50

다가오는 4월9일은 18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50여일 앞둔 국회의원 선거로 인터넷 공간에서는 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바로 공직선거법 93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93조에 따르면 선거일 전 180일부터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지지나 반대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을 금지하도록 되어 있다. 이 조항은 지난 대선에 이어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계속해서 네티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 때문에 최근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공직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는 편지를 국회의원들에게 보내는 형태로 입법 로비에 나섰다.

공직선거법 93조의 위력은 지난 대선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대통령 선거의 향방이 네티즌들이 생산한 UCC로 판가름 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선거 기간 내내 인터넷 공간은 오히려 잠잠했다. 아니 잠잠할 수밖에 없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선관위 등이 선거법 93조 위반으로 삭제를 요청한 게시물은 7만6253건에 달했다고 한다. 또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형사 입건된 네티즌은 1236명으로 집계됐다.

   
  ▲ 다음 블로거 '대왕소금'이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은 판결문.  
 
지난해 대선만 해도 1천여명이 넘는 범법자를 양산한 선거법 93조는 과거 금권선거가 만연하던 시절에 생겨난 법 조항이기 때문에 지금의 미디어 환경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주장이다.

선거 180일 전부터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게시물을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 93조는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 각종 인쇄물을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다. 그런 취지로 만들어진 조항이 인터넷 환경에까지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참여와 공유가 전제되고 있는 인터넷 환경에서는 선거 전 180일전부터라고 규정된 자체가 모순이다. 인터넷 공간에 올려진 글이나 사진 등은 데이터베이스에 의해 보관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삭제하기 전까지는 영원히 남는다. 따라서 선거 180일전에 작성된 글도 검색을 통해서 얼마든지 180일 내에 노출 될 수 있다는 허점도 안고 있다.

이 외에도 문제가 되는 글과 사진 등이 저장되어 있는 서버가 국내가 아니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후보자를 비방하는 동영상을 제작한 익명의 네티즌이 ‘네이버’나 ‘판도라TV’ 등과 같은 국내 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유튜브’와 같은 외국 업체의 서버를 이용한다면 선거법 93조를 적용해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그러나 네티즌들이 문제의 동영상을 열람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 네티즌들이 선거법 개정 촉구를 위해 개설한 블로그 (http://blog.daum.net/nanum77).  
 
이러한 모순들만 봐도 선거법 93조가 양방향성 미디어 환경에까지 적용시키기에 무리가 있는 조항이라는 것은 인터넷을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쉽게 알아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유독 국회의원들만이 컴맹에 넷맹이라서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들에게 돌아올 부메랑이기에 개정을 회피하는 것일까? 이 궁금증의 해답은 오는 26일까지로 예정된 임시국회를 지켜보면 알 수 있을 일이다.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엄호동 연구위원  rspla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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