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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아카데미의 벽 넘었다! 봉준호 '텍사스 전기톱' 수상소감도 화제영화 '기생충' 칸-아카데미 동시 석권…101년 한국 영화 역사- 92년 오스카 역사 새로 썼다
장영 기자 | 승인 2020.02.10 15:54

[미디어스=장영 기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대이변이 벌어졌다.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이 여전한 상황, 미국에서 제작된 작품이 아닌 한국 영화가 4관왕에 오른 것은 이변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이는 그간의 절대적인 가치가 무너지고 새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아카데미 시상식은 꿈의 무대이자 동경의 대상이다. 그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상을 휩쓴 한국 영화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한국 영화역사 101년 만의 기적은 그렇게 봉준호 감독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영화 '기생충' 감독 봉준호가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기자실에서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전 세계 공통의 문제를 담고 있는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 역시도 기적이었다. 칸을 시작으로 <기생충>의 수상 로드는 전 세계로 이어졌다. 세계 수많은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기 시작했고, 그 물결은 도도하지만 거침없이 미국까지 이어졌다. 

미국은 대중문화의 거대한 시장이자, 권위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로컬 영화제라는 봉준호 감독의 도발적인 발언은 미국에서도 큰 화제였다. 또한 보수적인 아카데미 시상식은 깊은 전통만큼이나 비난도 거센 시상식이다. 백인 외에는 수상하기 어려운 그곳은 많은 변화도 있었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시상식이라 평가됐다.

아카데미보다 진보적이라는 평가 받는 골든글로브에서도 <기생충>은 규정상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없었다. 외국어영화상은 받았지만, 그만큼 대중문화의 전부라 자부하는 그들의 보수성은 강력하게 다가왔다.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스스로 커다란 변화를 알렸다. 시상식장에서 <기생충>이 호명된 첫 번째는 바로 '각본상'이었다. 외국어영화에 다른 것도 아닌 각본상을 수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자막 있는 영화는 보지 않은 미국에서 한국어 영화에 각본상을, 그것도 가장 보수적인 아카데미에서 수여했다는 것은 변화의 시작이었다.

외국어 영화상에서 올해부터 '국제장편영화상'으로 명칭을 바꾼 이 부분 수상작 역시 <기생충>이었다. 다른 훌륭한 작품들도 존재했지만, 이번 시상식 시즌은 <기생충>으로 인해 묻힐 수밖에 없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까지 최소한 '국제장편영화상'은 받을 것이라는 모두의 예측은 맞았다.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받은 '기생충' 봉준호 감독 (로스앤젤레스 로이터=연합뉴스)

2관왕에 오른 <기생충>이 다시 불린 것은 '감독상'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단상에 올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함께 경쟁한 쟁쟁한 다른 감독들에 경의를 표했다.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등에서 이미 <1917>은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샘 멘데스에게 주면서 아카데미 시상식 역시 그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가장 보수적인 아카데미 시상식은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대변화를 알렸다.

"어렸을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는 이 말은 함께 후보에 오른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한 말이다"

수상 소감을 말하며 봉준호 감독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향해 경의를 표했다. 그의 영화를 보면서 영화 공부를 한 자신이 이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표했다. 봉준호 감독의 이 수상 소감은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로 이어져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 모두가 경의를 표하는 시간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오랜 시간 봉준호 영화를 사랑하고 찬양했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게 "형님"이라는 표현으로 감사를 표하는 봉 감독. 그는 아카데미가 허락만 해준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 등분을 해서 감독상을 나눠 가지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영화광다운 수상 소감으로 좌중을 웃게 만든 봉준호 감독, 그는 수상 소감으로도 모두를 사로잡았다.

그렇게 설마 했던 시상식은 마지막 시상인 작품상 수상작으로 <기생충>이 호명되는 순간 절정에 올랐다. 아카데미의 그 높고 높은 벽을 넘어 작품상까지 받은 <기생충>은 진정한 승자였다. 그렇게 <기생충>은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역사상 두 번째 작품이 되었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에 환호하는 '기생충' 팀 (로스앤젤레스 AFP=연합뉴스)

1956년 <마티> 이후 처음이다. 미국 영화라는 점에서 한국 영화의 이 기록과는 사뭇 의미가 다르다.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의 소감이 끝나자 막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장의 관객들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하라며 생방송 연장을 요청했고, 이미경 CJ 부회장의 소감 발표까지 이어졌다.

아시아권 감독으로는 대만 출신 이안에 이어 두 번째 감독상 수상이다. 하지만 이안 감독은 할리우드 작품으로 받았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로 수상한 봉준호 감독과는 또 다르다. 6개 후보에 올라 4개의 핵심적인 상을 받은 <기생충>은 세계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배우들이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 역시 도전을 통해 깨나가야 할 문제이다. 강력한 작품상 후보로 경쟁했던 <1917>은 기술 분야인 촬영, 음향효과, 시각효과상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마틴 스콜세지가 무관에 그친 것이 아쉽지만, 위대한 역사로 남겨질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었다.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던 <부재의 기억> 이승준 감독은 세월호 유족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그날의 기록,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깊은 울림으로 남겨졌다.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그날의 진실은 이제 남겨진 모든 이들의 몫이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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