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의 죽음에 이어 당국의 대응을 비판적으로 보도해온 시민기자가 실종됐다. 또한 의사 리원량의 죽음 이후 중국 내 언론 자유를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CNN은 9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확산과 당국의 대응을 비판적으로 고발해온 시민기자 천추스(천추실, 陈秋实)가 지난 6일부터 실종상태라고 보도했다. 천추스의 가족은 그가 격리됐다는 당국의 통보를 받았지만 언제 어디로 격리됐는지 모르는 상태다.

천추스의 모친은 트위터에 아들을 찾아달라는 영상 메시지를 올렸다. 천추스의 친구인 쉬샤오둥은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통해 “천추스가 격리라는 이름으로 구금됐다고 당국이 부모에게 알려왔으며 천추스의 모친이 ‘언제 어디로 간 것이냐’고 물었으나 답변을 거부했다”고 알렸다.

천추스 기자는 우한지역 병원 등을 돌아다니며 격리조치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당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등을 유튜브를 통해 전해왔다.

우한 실태 고발해온 중국 시민기자 천추스가 2월 4일 올린 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이와 더불어 지난 6일 의사 리원량의 죽음 이후, 중국 곳곳에서 학자들이 언론 자유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를 전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 우한에 있는 화중사범대학의 탕이밍 국학원 원장과 동료 교수들이 공개서한을 내고 “이번 사태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해당 공개서한에서 학자들은 “리원량의 경고가 유언비어로 치부되지 않았다면, 모든 시민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이 국가적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적었다.

학자들은 중국 헌법을 인용해 “중화인민공화국 시민들은 언론, 집회, 결사, 시위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며 “시민들이 언론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 집단의 이익이나 다른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대 법학 교수인 장첸판은 “정부는 2월 6일 (리원량 사망일)을 ‘언론 자유의 날’로 지정해야 한다”며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형법 조항도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원량을 포함한 8명의 의사는 중국 우한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렸지만, 오히려 괴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았다. 리원량은 경찰에 신종 코로나 확산과 관련해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쓰고 풀려났지만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돼 숨졌다.

리원량의 죽음이 알려진 지 몇 시간 만인 지난 7일 오전 6시 웨이보(중국판 SNS)에 ‘리원량 의사가 사망했다’는 해시태그가 붙은 글의 조회 수가 6억7천만 건을 기록했다. ‘나는 언론의 자유를 원한다’는 해시태그 글도 286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나 이 글들은 곧바로 삭제됐다.

이같은 중국 내 움직임에 언론들은 시진핑 정권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제2의 톈안먼 사태‘로 발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시민들과 대학생들이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벌인 시위로 중국 정부가 무력으로 유혈 진압해 ’중국 현대사 최대의 비극‘으로 일컬어진 사건이다.

지난해 국제 언론자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2019년 한 해 약 389명의 언론인이 감옥에 갇혔는데 이 중 거의 절반은 중국·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에서 수감됐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에서는 120여명의 미디어 종사자들이 수감됐으며 이들 중 약 40명은 언론검열을 무릅쓰고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해 ‘독립 정보’를 제공하려는 용감한 시민 기자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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