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 언론은 사실확인을 선별적으로 하고 있다. 기사 논조를 미리 정하고 그에 맞는 취재원만 접촉하는 발주 기사가 성행하고 있다”

김창숙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 연구소 박사는 한국 언론의 ‘사실확인 관행’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언론이 선별적 사실확인을 하고 있으며 관행·여건을 이유로 꼭 필요한 사실확인 과정에 소홀하다는 것이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7일 한국방송학회 방송저널리즘 연구회 2020년 신년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김창숙 박사는 ‘사실 확인인가, 사실 만들기인가 : 한국 신문 사실확인 관행 연구’를 발표했다. 김창숙 박사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 사회부 기자 12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사실확인 관행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인터뷰 결과 일간지 기자들은 선택적·선별적 사실확인을 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이미 판단이 완료된 취재원의 발언을 재확인 없이 기사에 인용한 것이다. A기자는 “경찰 각 부서의 과장, 검찰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동의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타사 기사의 인터뷰를 표절하기도 했다. B기자는 “공개된 기자회견이나 토론회에 가지 못하면 참가자의 발언을 확인하지 않고 참고해 쓰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결과 맞춤형 사실확인 관행도 있었다. 김창숙 박사는 “기자들은 기사의 핵심주제와 논조에 맞는 사실만 수집·확인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C기자는 “(데스크에서 기사 방향을) 기본적으로 다 잡아준다. 핵심 논조에 따라 (기사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D기자는 “발주해서 내려온 기사는 현장에서 ‘아닌 것 같다’고 해도 대부분 반영이 안 된다”면서 “항의를 하면 기사 방향이 틀어질 수 있겠지만 (기자들이) 그렇게 잘 안 한다. 괜히 피곤하기만 하고 ‘오늘 이렇게 때우고 말지’, ‘네가 원하는 대로 써주고 말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E기자는 “전문가 멘트를 넣을 때는 우리의 논조가 정해져 있다”면서 “회사의 논조가 정해져 있고 내 관점이 정해져 있으므로 관점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전문가 멘트는 내 기사의 신뢰성을 보여주려고 전문가의 권위를 빌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국가보훈처 보도자료 편집)

김창숙 박사는 “결과 맞춤형 사실 확인은 정치적 태도와 높은 관련성이 있다”면서 “사실확인 행태는 신문사와 에디터가 잡아준 논조, 기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이렇게 ‘주관성’을 바탕으로 한 사실확인 행태는 사실확인을 ‘객관적인 사실처럼 만들기 위한 행태’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김창숙 박사는 “한국 주요 신문 사회부서의 사실확인 관행은 대체로 ‘그가 말했다’를 전달하는 수준”이라면서 “기자들은 개별적인 사실에 관한 확인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은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자극적인 말을 쏟아내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숙 박사는 “정파적으로 편향된 언론사의 논조에 맞게 수집된 사실은 (언론사가) 은밀하게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기사화되어 수용자의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창숙 박사는 교육에서 해답을 찾았다. 김창숙 박사는 “편집국 내 기자·에디터 차원과 신문사 조직 차원에서 사실확인을 해야 하는 이유와 원칙, 실천 방안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면서 “언론사는 조직 차원에서 사실확인 규율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장은 “시장에서의 압박이 필요하다”면서 “언론사와 시민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 언론사에 ‘독자와의 간극을 잃어선 안 된다’는 압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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