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2 <거리의 만찬> 시즌2 MC 교체 논란을 두고 KBS시청자위원회가 쓴소리를 냈다. 새 시즌 MC로 발탁된 김용민 씨의 자진 하차 결정에 시청자위원회는 ‘만시지탄’이라면서도 제작진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 등을 되돌아보라고 지적했다.

KBS시청자위원회(위원장 이창현)은 6일 <거리의 만찬> 시즌2의 진행자 교체를 반대하는 시청자 청원에 대해 특별위원회를 열어 논의했다.

KBS2TV <거리의 만찬> 시즌1 포스터 (사진=KBS)

KBS 시청자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김덕재 KBS제작1본부장은 ‘김용민 자진 하차’ 소식을 알리며 “새 시즌 방송 시점을 미루고 후임 진행자를 새로 찾는 등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거리의 만찬> 제작진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하는 프로그램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청자위는 이에 대해 “김용민 하차는 만시지탄(때늦은 한탄)이지만 다행스럽다”며 이번 논란을 둘러싸고 불거진 문제점을 다양하게 지적했다.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KBS 시청자청원을 독려했던 임윤옥 위원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와 패널 전체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여성 진행자 전원을 교체하고 논란이 많은 남성 진행자를 기용하려 한 시도를 보고, 제작 현장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놀랐다”고 지적했다.

이서정 위원은 “지난해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이 출연자 문제로 폐지 위기까지 몰렸는데도 출연자 검증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오주 위원은 “시청자들은 공영방송 K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에 대해 신뢰성과 도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제작진이 이런 상징적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진한 위원은 “이번 일로 <거리의 만찬>이 시청률은 다소 낮았지만 시청자들이 얼마나 이 프로그램을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며 제작진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창현 위원장은 “시청자위 특별위원회에서 제작진이 진행자의 자진사퇴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렸지만 만시지탄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앞으로 KBS 제작진은 출연자 선정을 할 때 경각심을 갖고 더욱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이날 오후 공식 입장을 내고 시청자에게 사과했다. 개편 배경에 대해서는 “시청률 경쟁을 비롯한 대내외적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에 제작진은 오랜 고심 끝에 자체적인 개편안을 마련하였다”며 “그 일환으로 배우 신현준 씨와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를 새로운 MC로 섭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MC 교체 논란에 대해 제작진은 “많은 분의 우려가 있었고 김용민 씨 또한 자진 하차 의사를 밝힘에 따라 그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보내주신 시청자의 모든 의견들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앞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더욱 신중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월 <거리의 만찬> 제작진으로부터 출연제의를 받았다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프로그램 MC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일방적 하차 통보 논란’에 대해 문제제기를 더했다. 쌍용차지부는 <거리의 만찬>이 가진 ‘연대’와 ‘소통’의 가치에 공감해 힘겹게 출연을 결정했지만 진행자 교체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새로운 진행자가 ‘거리의 만찬’을 진행하기 부적절하다는 시청자들의 문제제기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작진이 ‘해고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취지로 쌍용차지부를 섭외한 것에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누군가 ‘잘려나간 자리’에 저희가 나가 해고의 부당함을 말할 때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며 “시즌1 진행자들이 ‘잘렸다’는 주장에 대해 KBS의 책임 있는 답변이 뒤따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김용민 SNS를 통해 <거리의 만찬>시즌2 진행자가 교체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시청자 사이에 우려가 쏟아졌다. KBS시청자권익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거리의 만찬 MC 바꾸지 말아주세요” 청원은 하루 만에 청원 답변 달성 인원인 1000명을 훌쩍 넘은 6000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후 시즌1 MC였던 양희은 씨가 자신의 SNS에 “‘거리의 만찬’ 우리 여자 셋은 MC 자리에서 잘렸다”는 글을 올려 ‘일방적 하차 통보’ 논란이 추가로 일었다. 이에 김용민 씨는 프로그램 자진 하차를 결정했다. 제작진은 시즌2 제작 논의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 만큼, 오는 12일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고 향후 프로그램이 재정비되면 방송일정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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