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송일준 광주MBC사장이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모욕한 혐의로 2년 만에 약식기소로 벌금형을 받자 이에 불복해 재판을 신청했다.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 표현의 범위는 넓어야 하며, 문제가 된 표현은 모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송일준 현 광주MBC사장은 한국PD연합회장이자 MBC PD협회장이던 2017년 7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와 언론노조가 고영주 이사장을 고발한 기사를 링크하며 고 이사장에 대해 "간첩조작질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 매카시스트.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이라고 적었다. (▶관련기사 : 송일준 "고영주의 명예훼손 고소는 어불성설" )

2017년 11월 검찰 소환조사 이후 2년 만인 지난해 9월 9일, 검찰은 100만원 벌금형으로 송 사장을 약식기소했다. 같은해 12월 23일 약식명령을 송달받은 송 사장 측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송일준 PD연합회장(가운데)은 2017년 11월 1일 오후 피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출석했다. 송일준 PD연합회장은 출석 전 기자회견을 열고 "고영주 이사장의 명예훼손 고소는 어불성설"이라고 규탄했다. (사진=한국PD연합회)

6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송일준 사장과 변호인은 공적 인물내지 공적 사안에 관해서는 비판적 표현의 범위가 넓어야하며 공소사실에서 문제 삼는 표현인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은 고사성어이자 비유적으로 쓰이는 말로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적 인물이나 공적 사안에 관한 비판적 표현에 관해서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취지에서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피고인측 변호사인 오영신 법무법인 공존 변호사는 “고소인(고영주 전 이사장)은 2015년 8월 13일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선임된 뒤 2018년 1월 4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해 해임될 때까지 MBC가 공정 보도를 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 맡는 게 아닌, 터무니없는 시대착오적 기준으로 방송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들로부터 불공정 보도로 지탄받던 MBC 경영진을 적극 비호하는 등 MBC의 공영방송 기능을 훼손하는 데 앞장섰다”고 했다.

이어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며 ‘사법부 좌경화 발언, 문재인 공산주의자 발언’ 등 자극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며 우리 사회의 극단적 이념적 분열을 조장하였다는 비난을 받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오 변호사는 “언론자유 투쟁에 앞서온 송 사장은 시사프로그램 제작에서 배제되는 등 불이익을 받아온 MBC 구성원으로서 평소 사회적 발언을 게재하던 페이스북에 비판적인 취지의 글을 올리게 된 것이며, 페이스북 특성상 짧게 응축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으로 잘못된 행태를 비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백번 양보하여 형식적으로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사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릴 당시 MBC PD협회장이자 한국PD연합회 회장의 지위에 있었다”며 “PD들을 대표해 고영주 이사장, 즉 공영방송 MBC를 관리 감독하는 수장의 언행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상황에서 방관할 수 없어 글을 게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 역시) 공인의 위치에 있지만, 고영주 전 이사장은 더 막중한 위치에 있었다. 그 정도 표현이 모욕죄라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으며 공적 위치에 있는 이가 이 정도 내용으로 고소한다는 게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재판을 담당한 김병만 판사는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적 표현의 한계 내의 표현이고, 그 표현을 보더라도 통상적 표현에 해당할 뿐 모욕에 해당하지 않기에 공소사실은 해당성이 없다는 의견을 주셨다”며 “위법성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행위라며 두 가지 측면에서 공소사실 부인 의견을 내주셨다”고 피고인 발언을 정리했다.

다음 재판은 고영주 전 이사장 증인심문 기일인 3월 24일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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