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사장 하금열)가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새롭게 구성한 감사위원회에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끝내 포함되지 않으면서 민영방송의 경영투명성 확보 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SBS는 20일 오전 10시 서울 목동 SBS 방송센터 13층에서 1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산하에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하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SBS 주총, 사측 추천 사외이사만으로 '감사위원' 선임
이날 주총에서는 의결권을 위임받은 SBS 조합원과 언론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감사위원회를 구성할 때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포함하도록 노력한다'는 노사합의 이행을 거듭 촉구하며 노조 추천 사외이사인 김진욱 변호사의 감사위원 선임을 요구했으나 찬반 표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전국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이날 주총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지배주주인 태영그룹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에 감사위원회를 통해 영향력을 견제해야 하는데 태영은 자신들이 추천하고 선임한 인사만으로 감사위원을 구성하려 한다"며 "이는 노사간 약속 위반이자 심각한 오류가 아닐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주총장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경영진의 공개사과와 책임자 퇴진, 노사합의 즉각 이행 등을 촉구했던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심석태)도 주총 직후 성명을 통해 "노사 대표가 문서로 다짐한 약속은 무참하게 깨져버렸고 회사에 대한 노조의 신뢰를 회사는 합의 파기로 짓밟았다"며 "회사는 지금이라도 공개사과와 책임자 퇴진을 통해 노사관계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금열 사장 "노사협의 과정 미숙 사과…노사합의문 정신 최대한 반영 노력"
SBS본부는 이어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요구됐고 노사 합의에까지 이르렀던 노조 추천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에 대해서도 노조는 보다 확고한 제도적 보장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지주회사 제도가 경영 투명성을 담보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 남은 전환 과정에서는 물론 그 이후에도 관련 단체와 기관 등과 연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민영방송의 경영투명성 확보 방안, 사회적 제도화 적극 추진"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심석태 본부장은 "노사관계에 물의를 일으킨 점을 사과하고 향후 책임자 문책 의지를 밝힌 점, 노사합의 정신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점 등은 긍정적이지만 이번 사태의 책임 문제를 마무리짓지 않고 그냥 넘기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작지 않은 파문과 상처를 남긴 이번 노사관계 파행의 책임을 끝까지 묻고 노사합의 내용이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심 본부장은 이어 "노조 추천 인사가 포함되는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 구성 등 민영방송의 경영투명성 강화 방안을 사회적으로 제도화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며 "민방노협, 언론노조, 언론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방송계 전체 의제로 이슈화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