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일요일 EBS <스페이스 공감>의 한장면이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출연했다.

노래는 때로 청춘을 위로한다.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는 많은 청년들의 가슴을 적셨고, 서태지는 '교실이데아'를 발표해 청소년들의 마음을 속시원하게 만들었다.

21세기 대한민국 백수들에게도 꼭 그런 곡이 있다. 2003년 달빛요정만루홈런이 혼자 작사, 작곡, 편곡, 레코딩, 믹스해 만든 '절룩거리네'이다. 그 해에는 눈물젖은 빵을 먹어본 적은 없어도, 이 노래를 부르며 한숨지었다는 청년백수들은 어디서든 만날 수 있었다.

'절룩거리네'는 기념앨범 형태로 나왔다가 입소문이 나면서 2004년에 정식앨범으로 재발매됐다. 그 앨범에서만 '절룩거리네' 외에 '스끼다시 내 인생', '행운아' 가 주목받았다. 이후 발표곡 중에는 '어차피 난 이것밖에 안돼', '제육볶음의 비밀', '폐허의 콜렉션', '역전아라리' 등이 사랑을 받았다. 지난 7월말에는 '달려간다' 등이 담긴 싱글앨범을 발표했다.

제법 인기가수지만 그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더구나 TV에서 보았다는 사람은 더욱 없었다. 그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미리 읽은 듯이 말했다.

"봐줄만 한가요? 비주얼? 제가 33세에 신인가수로 데뷔했는데요. 그 때는 팬이 많았어요. 인디에 새로운 돌풍이 불었다. 홍보없이 앨범초판 2000장 다 나가고. 그랬는데 공연을 처음하고 나서 팬이 다 떨어져나갔어요.(웃음) 그 이유를 아시는 분은 아실꺼에요. 검색엔진에서 제 이름을 쳐보면 나오는 사진들이 제가 봐도 웃겨요. 사람얼굴이 오래 보면 친숙해지잖아요. 그런데 내가 봐도 이상하거든요 그게. 그래서 새 앨범이 나올때마다 기존 팬들은 사라지고 새 팬들이 생겨요. (중략) 여기 계시는 분들도 다 처음보는 분들이죠? (아마 이번에도 얼굴에 실망해 다음공연에 오지 않을것이라듯이 웃으며) 다 소용없어요."

따로 삽입된 인터뷰에서는 이런 말도 했다.

"노래는 저의 무기거든요. 제가 당당해지는 무기. 사실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어떻게 보면 저는 내세울게 없거든요. 비주얼이 좋아. 말을 잘해. 잘나기를 했어. 그나마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곡을 쓰면 제가 존재하는 느낄수가 있거든요."

미안하게도 맞는말이었다. 요정의 실체는 괴물과 가까웠다. 키는 작고 얼굴은 컸다. 뚱뚱한데다 헤어스타일도 촌스러웠다. 거기에 말재주도 없었다. 설령 그가 MBC <쇼바이벌>에 나간다고 해도 1승을 장담하기 힘들어보였다.

그도 이제 새 옷을 입는다. 3집 앨범 '굿바이 알루미늄'을 발표할 예정이다. 2집까지 내고 나니 프로냐 아마추어냐를 두고 고민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본인은 아마추어 같은 가수로 살고 싶었지만. 결국 프로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제목에도 각오가 엿보인다. 몇년전부터 고교야구에서 알루미늄 배트 대신 프로선수들처럼 나무 배트를 사용하도록 규정이 바뀐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고 들려줬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걷는 '프로 가수'의 길은 어떤 모습일까. 제발 '요정은 괴로워'만 찍지 말아달라. 몸짱으로 거듭나 '절룩거리네'를 부르는 모습은 상상하기도 무섭다. 2007년 청춘들이 그의 역전을 응원중이다.

방송에서는 미발표곡도 들을 수 있다.

아래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주요 히트곡들의 가사다.

'절룩거리네'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상처
보석처럼 빛나던
아름다웠던 그대
이제 난 그때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사람이 되었다네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 아플뿐인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깨달은지 오래야
이게 내 팔자라는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허구헌널 사랑타령
나이값도 못하는게
골방속에 쳐 박혀
뚱땅땅 빠바빠빠
나도 내가
그 누구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놈이란걸 잘알아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 아플뿐인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지루한 옛사랑도
구역질 나는 세상도
나의 노래도
나의 영혼도
나의 모든게
다 절룩거리네
이예 워어우 워어
우워우워
내 발모가지 분지르고
월드컵 코리아
내 손모가지 잘라내고
박찬호 20승
세상도 나를 원치 않아
세상이 왜 날 원하겠어
미친게 아니라면 오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오우워
절룩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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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나는이것밖에안돼'

그리 불행하지만은
않았지만
오 언제나
행복하지만은
않았었다고
말할수도 있는거잖아
사람들은 이런 나를
불평 투성이라고 욕해
오 그리고 나에겐
지워지지않는 낙오자의
바코드만 따라다녀
인정할수 있어
가끔씩은 행복했어
이해해줘 단한번만 나를
나에게 이 세상은
개X같아
어차피 난
이것밖에 안돼
낙하산과 사다리 없이
너와 같을수 없어
낙하산만 준비된다면
문제없어
하늘을 날수 있어
너와 똑같이
어차피 난
이것밖에 안돼@

아무것도 나는
두렵지 않아
오 세상이
X창 나던 말던
아무래도 상관없어
망가질건 망가져야 해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날이 올거라고
그래 오 한때는 내게도
누군가를 사랑했던
날이 있었지만
이젠 아냐
인정할수 있어
가끔씩은 행복했어
이해해줘 단한번만 나를
개같은 이 세상을
갈아 마셔
어차피 난
이것밖에 안돼
낙하산과 사다리 없이
너와 같을수 없어
낙하산만 준비된다면
문제없어
하늘을 날수 있어
너와 똑같이
어차피 난
이것밖에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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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끼다시 내 인생'

졸업하고
처음 나간 동창회
똑똑하던 반장놈은
서울대를 나온
오입쟁이가 되었고
예쁘던 내 짝꿍은
돈에 팔려
대머리 아저씨랑
결혼을 했다고 하더군
하지만 나는 뭐 잘났나
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 신문같은
나의 노래
마을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
이사가서
처음 나간 반상회
영이엄마 순이엄마
잘났다고
떠들어 대는게 지겨워
반상회비 던져주고
나오는데
좀 조용히 살라네
그것도 노래라고 하나요
그래 내가 뭐 잘났나
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 신문같은
나의 노래
마을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

취직하고
처음 갔던 야유회
맘에 두던 미스리를
배불뚝이 부장
치근덕거려 죽겠네
매일 낮 점심시간
둘이 만나 쿵덕쿵
그 짓거리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하지만 나는 뭐 잘났나
스끼다시 내 인생
스포츠 신문같은
나의 노래
마을버스처럼 달려라
스끼다시 내 인생@

쓰매끼리 찾아라
임성훈 등장했다
아침이다
이다도시 시끄러워
스끼다시 내 인생
언제쯤 사시미가
될 수 있을까 우 워
스끼다시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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