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 품질·보도량이 해외 언론보다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파원 수 부족, 과도한 해외 언론 인용 보도, 미·중·일에 편중된 기사 등이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언론과 포털의 국제뉴스 콘텐츠 개발, 이슈별 국제뉴스 생산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4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KPF포럼_세계 정세와 한국>이 열렸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심훈 한림대학교 교수는 국내 언론의 국제뉴스 보도 행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외 통신사의 특파원 파견 수 (사진=심훈 한림대 교수)

AP는 100개국에 254개 지국을 두고 있다. 특파원 수는 1,500명으로 추산된다. 중국 신화사(107개국 180개 지국, 특파원 500명), 교도통신(35개국 41개 지국, 특파원 120명) 역시 해외취재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연합뉴스는 25개국에 59명의 특파원을 파견하고 있다.

해외 방송사 특파원 수는 BBC(89명), CNN(70명), 중국 CCTV(89명), NHK(84명) 등이다. KBS의 특파원 수는 19명에 불과했다. 신문사도 사정은 같았다. 한일 신문사 특파원 현황을 보면 아사히신문(55명)·요미우리신문(51명)·조선일보(10명)·한겨레(3명) 순이다. 일본은 2015년, 한국은 2020년 통계다.

심훈 교수는 “세계를 보는 창의 수와 크기에 해당하는 특파원 수를 보면 국제뉴스를 둘러싼 세계 강국들과 한국의 위상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면서 “한국의 특파원 수는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과 비교해서 턱없이 적다. 국제뉴스의 질적 수준은 둘째치고서라도 국제뉴스의 해외 생산 기지 자체가 매우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국내외 방송사의 특파원 파견 수 (사진=심훈 한림대 교수)

심훈 교수는 연합뉴스를 중심으로 국제뉴스 문제점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체 기사 대비 국제뉴스 비율 ▲인용 보도 위주 ▲미·중·일 국제기사 편중 등의 취약점이 나타났다. 연합뉴스의 국제기사 비율은 9.8%였다. 반면 로이터 88.6%, AFP 91.4%였다. 일간 신문사인 요미우리(11%)·아사히(12%)의 경우 연합뉴스보다 국제뉴스 비율이 높았다. 심훈 교수는 “연합뉴스가 국제뉴스 게재 비중을 더 높이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상당수 국제기사를 세계 유수 통신사나 현지 언론을 인용해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국제기사의 64.2%는 해외 언론사를 인용했다. 심훈 교수는 “특파원들이 세계적 통신사의 뉴스나 현지 언론을 정보원으로 삼아 기사를 작성해 송고한 까닭에 현장 방문 및 인터뷰 등 직접 취재를 통한 독자적 기사는 1/3에 불과하다”고 했다.

국내 언론이 작성한 국제기사가 미국·중국·일본 소식과 정치적 이슈에 집중됐다. 국내 언론이 작성한 국제기사 중 미국·중국·일본 관련 소식은 55.8%에 달했다. 반면 러시아·유럽·중동·남아시아 등에 대한 국내 언론의 관심은 미약했다. 국내 언론의 중동 보도 비율은 조선일보 4.3%, 한겨레 5.9%다. 일본의 경우 요미우리 11.9%, 아사히 10%다.

심훈 교수는 “연합뉴스의 해설 기사 비중이 취약하다”면서 “연합뉴스의 해설 기사는 2% 수준인데 로이터는 27%, AFP는 16%”라고 설명했다. 심훈 교수는 “관련 통계를 연합뉴스에 알리니 한 기자가 ‘연합뉴스는 해설하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면서 “이제 단순 정보전달의 시대는 지났다. 역사적 맥락과 함께 전망과 분석이 담긴 국제뉴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심훈 한림대 교수 (사진=미디어스)

심훈 교수는 “포털 사이트 내 국제뉴스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포털 사이트를 통한 뉴스와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내 국제뉴스를 활성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심훈 교수는 “안타까운 점은 국내 언론과 포털 사이트 간 합작 프로그램이 현재 중국에만 국한돼 있다”면서 “중국뿐 아니라 미국·일본·러시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콘텐츠 및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훈 교수는 연성화된 국제뉴스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훈 교수는 “다수 언론을 통해 자극적인 해외 토픽이 보도되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과 관련된 엽기적 뉴스가 다수 나온다. 유력 언론사를 통해 해외 토픽이 보도되면 전파력이 크다. 선정적인 해외 토픽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구정은 선임기자는 국제뉴스의 기준을 지역에서 이슈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구정은 선임기자는 “신종코로나, 세계 경제, 기후변화, 과학윤리 등 지역으로 설명할 수 없는 소식이 있다”면서 “언론사가 상투적인 포맷이 아니라 종합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지역에 편중된 해설 기사보다는 이슈별·주제별 뉴스를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미야 다케시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은 “국제뉴스는 독자에게 먼 존재”라면서 “독자는 국제 소식을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현장감 있는 르포기사나 해설이 필요할 때”라고 전했다.

왕선택 YTN 외교안보 전문기자는 언론사 내부 시각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왕선택 기자는 “국내 언론의 국제뉴스가 적다는 건 동의한다”면서 “특파원이 늘어나면 좋은데, 사내에선 특파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특파원을 했다는 게 적폐의 근거가 된다”고 했다. 왕선택 기자는 “진영논리가 사회 많은 부분에서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면서 “특파원이 보도의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인식을 바꾸지 않고 숫자만 늘리라고 한다면 변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위크 서울지국장을 지낸 이병종 숙명여대 교수는 “특파원 숫자가 줄어든 것은 오래된 일”이라면서 “해외에선 특파원 대신 현지인을 고용하는 대안적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언론이 참고할만한 부분”이라고 했다.

심훈 교수는 “한국에서 젠더·이념·세대 등 여러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언론사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소통이 잘 돼야 하는 조직이 언론사이지만,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고 했다. 심훈 교수는 “좋은 퀄리티 저널리즘의 배경에는 언론사 지도부가 얼마나 열린 마음을 가지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지가 있다”면서 “사내 의사소통에 노력하는 언론사는 좋은 보도를 보여주고 있고, 그렇지 못한 언론사는 문제적 보도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KPF포럼_세계 정세와 한국> (사진=미디어스)

이번 <KPF포럼_세계 정세와 한국>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발표자는 심훈 한림대 교수, 이희수 한양대 교수, 이관세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이영훈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이다. 토론자는 구정은 경향신문 선임기자, 완선택 YTN 전문기자, 카미야 다케시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이병종 숙명여대 교수 등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