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 증시가 급감하고, 국내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보수·경제지 중심으로 정부규제 완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국면을 틈타 규제완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경기하방 리스크를 우려, 대응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관계부처 장관 회의에서 "아직은 이번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앞으로 사태 전개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가 중국 경제 자체에 일정 부분 성장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세계 경제에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커 우리 경제에도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홍 부총리는 "중국 경제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크게 확대했다"면서 "이번 사태로 중국 및 국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철저히 분석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사스, 메르스 등 과거 감염병 사태에 비춰봤을 때 한국방문 관광객의 감소, 내수위축, 감염병 발병국의 내수·생산 위축으로 인한 수출 감소 등의 현상이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업종별로 현장실태를 파악하고, 정책자금 지원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발생 이후 국내 증시는 시가총액이 100조원 넘게 빠졌고, 세계 증시 시가총액도 지난 10여일 간 3000조원 넘게 빠졌다. 한국은행은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사스 때보다 클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신속한 방역 대응이 우선적으로 요구되고, 금융시장·실물경제 악화 상황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틈타 보수·경제 언론을 중심으로 정부규제 완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일종의 '중장기적' 비상대책으로 선제적인 정부규제 완화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는 3일 사설 <'우한 쇼크' 악화 속 미·유럽경제 내리막… 비상대책이 필요하다>에서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우리 경제를 총체적 위기에서 건져낼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처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기대거나 초슈퍼 예산에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통한 재정 퍼붓기에 의존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핵심 경제주체인 기업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동·규제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썼다.

서울경제는 사설 <'코로나 장기화' 경제충격 대비해야 한다>에서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며 "특히 정부는 기업들이 생산현장에서 애로를 겪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이 사태 자체만 해도 기업들이 헤쳐나가기 버거운 판에 정부가 규제 등으로 옥죄면 투자 확대나 일자리 창출은 물 건너가고 만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신종 코로나 확산에 불안한 경제, 정부는 대책 있나>에서 "충격이 실물경제로 퍼지지 않도록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중장기 시나리오를 짜서 사태에 대비하고, 소비 위축에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도산 사태에 휘말리지 않도록 정책금융자금 지원을 늘려야 한다. 반기업 규제 정책도 시급히 손봐서 기업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2월 3일 사설 <신종 코로나 확산에 불안한 경제, 정부는 대책 있나>

동아일보는 사설 <텅 빈 상가·멈춘 공장… 우한 폐렴 먹구름에 위축된 한국경제>에서 "마스크 생산업체는 물론이고 다른 방역 및 의료 종사자들에게도 주 52시간 특별연장근로 인정이 지체 없이 적용돼야 한다"며 "국민 건강뿐만 아니라 경제도 초유의 비상사태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우한 폐렴' 경제 충격 막기 위한 비상대책 세울 때다>에서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부담만 늘리는 반기업 규제·정책을 손봐야 한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1일 사설 <이 판국에 마스크 생산조차 정부 허락 받아야 늘릴 수 있다니>에서 고용노동부의 주52시간제 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 확대 시행까지 문제삼았다. 매일경제는 "확대된 요건조차 여전히 까다로운 데다 예측성마저 떨어져 기업들에 실질적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무엇보다 당국이 일일이 연장근로 허용 여부를 심사·결정하는 것은 과잉 행정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특별연장근로인가 확대 시행규칙 개정을 시행하고, 마스크 제조업체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기존에 재해·재난으로 국한했던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업무량 폭증, 시설·설비 돌발상황 수습, 인명보호를 위한 긴급조치, 소재·부품 연구개발의 국가경쟁력 강화 등의 사유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당장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은 정부의 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 완화에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이보다 앞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 시민사회는 지난달 20일 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 완화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정의당은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특별연장근로 인가요건 완화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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