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대다수 언론사 협회는 언론 윤리 규정과 준칙을 두고 있다. 자율적으로 마련된 언론 윤리 규정·준칙은 2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윤리 규정 제정 주체가 다양하고 내용이 방대해 체계성·통일성·일관된 원칙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언론 윤리 규정·준칙 체계성 마련을 위해 통일된 ‘포괄적 원칙’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배정근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연구팀은 최근 <언론윤리규정 개선을 위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한국 언론인 윤리 규정에 ‘포괄적 원칙’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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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한국 언론 윤리 규정·준칙이 체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언론사 윤리 규정·준칙 제정 주체가 많아 통일된 원칙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국내 언론 윤리 규정과 실천지침은 다양한 주체에 의해 규정되다 보니 체계성이 매우 부족하여 혼란의 여지가 많다”면서 “해외 사례처럼 기본원칙과 배경 해설, 그리고 구체적 실천방안과 세부 규정 등으로 체계적이고 일관된 기준으로 정리가 될 필요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 윤리 규정·준칙이 현재 디지털미디어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언론 윤리 규정·준칙에 빠짐없이 나오는 독립성·자율성·진실성 등 조항은 독재 시대와 동떨어진 조항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국내 언론 윤리 규정의 세부 내용을 보면 매우 추상적이거나 선언적인 규정이 많아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며, 현재 디지털미디어 환경과는 적용되지 않는 사문화된 조항들이 다수 발견된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이 문제로 꼽은 조항은 언론 독립성, 언론자유, 언론의 책임, 사회적 책무, 공정성, 진실성, 보도기준, 인권 보호, 언론인 품위 및 품격 등이다.

연구팀은 “언론자유 조항들은 독재나 권위주의 시대를 넘어 민주주의가 정착된 현시대 상황과는 동떨어진 조항”이라면서 “언론자유는 중요한 가치이지만 언론자유 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가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어 “국내 언론윤리 규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포괄적 원칙(Principle)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영국·독일·캐나다 언론 윤리 규정·준칙의 경우 포괄적 대원칙을 정하고 있었다. 언론의 진실·정확성, 독립성, 공정성, 불편부당성, 책무성, 투명성 등이다. 또 ‘언론자유’를 1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는 국내 윤리 규정·준칙과 달리, 외국 언론 윤리 규정·준칙은 보도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경제 전문 언론사들로 구성된 미국경제기자협회(SABEW)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해외 언론단체에서는 보도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가장 중요한 제1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면서 “해외 윤리강령은 ‘언론의 자유’를 윤리 규범에 별도로 포함하지 않고 있다. 대신 투명성과 책무성을 주요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거의 모든 언론단체의 윤리강령에 ‘언론의 자유’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매우 두드러지는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해외 언론 윤리 규정이 ‘사회적 약자 보호’를 주요 원칙으로 강조하는 것 역시 눈에 띈다. 연구팀은 “해외 언론단체의 윤리 규정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특징으로 사회적 약자 및 인권 보호, 인류애, 인간 존엄성 수호,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 등의 가치가 언론윤리 규정의 주요 원칙으로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이러한 가치는 과거 보도의 공공성 및 공익성과 배치되거나 충돌하기 쉬운 가치들이다. 이를 언론윤리의 대원칙으로 두고 있는 것은 저널리즘 윤리 규범에서 나타난 변화이자 현대 언론윤리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언론 윤리 규정 개정안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진실성 : 정확한 보도로 진실을 추구한다 ▲공정성 : 불편부당하며 공정하게 보도한다 ▲독립성 : 독립적이고 독자적으로 보도한다 ▲투명성 : 정직하고 투명하게 보도한다 ▲배려와 존중 : 개인과 공동체를 배려한다 ▲품위유지 : 직업윤리를 준수하고 품위 있게 행동한다 등을 대원칙으로 정하고, 세부적인 준칙도 제시했다.

연구팀은 “최근 여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논란이 되는 언론윤리의 문제는 더 이상 언론사나 기자들이 외면할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언론사들이 취재 관행을 얘기하며 언론윤리를 준수하기 어렵다고 변명하기에는 현재의 언론 환경이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언론의 오래된 취재 관행을 벗어나 스스로가 언론윤리를 인식하고 실천적 문제를 고민해야 언론으로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연구에서 제안하는 언론 윤리 규정 개선안은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이며, 언론 윤리 규정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려는 목적을 가진다”며 “국내외 언론 윤리 규정 등을 폭넓게 검토하고 언론인과 전문가 인터뷰 조사를 통해 이루어진 연구를 근거로 제안하였기에 신뢰할 수 있는 개선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언론단체나 언론사들이 원칙과 준칙을 검토하여 윤리 규정 개선이나 수정 과정에서 반드시 반영하길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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