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에 대한 사전동의 심사를 20여일 만에 완료했다. 방통위는 14가지 조건, 3가지 권고사항을 부가해 사전동의를 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통신대기업의 SO 합병 시 발생할 수 있는 시청자 권익침해, 지역성·공공성 약화 우려 등을 심사 주안점으로 두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20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티브로드동대문방송 간 법인합병을 위한 변경허가 신청에 대해 조건부 사전동의를 하기로 의결했다.

부가된 조건의 주요내용으로는 우선 방송의 공적책임 제고와 지역성 훼손 예방이 꼽혔다. 합병법인은 미디어 취약계층 지원, 지역인력 고용 등 공적책임 확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권역별 지역채널의 광역화는 금지된다.

방송시장에서의 공정경쟁거래질서 준수를 위해 합병법인은 PP의 의견이 반영된 평가기준 자료를 제출하고, 수신료매출액 대비 PP프로그램 사용료 비율을 공개해야 한다. 사업계획서에서 제시한 SO와 IPTV 역무별 독립적 운영방안을 2022년 말까지 유지해야 하며, SO와 IPTV 간 가입자 전환률 등 전환 관련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시청자 권익보호를 위한 조치로는 SO, IPTV별로 시청자위원회를 운영할 것과 농어촌지역 시청자를 위한 커버리지 확대계획을 제출하는 조건이 붙었다.

콘텐츠 투자의 경우 콘텐츠 투자계획 제출 시 투자대상과 투자방식을 구분해 구체적 계획을 명시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자체투자인지 콘텐츠산업 일반투자인지, 직접투자인지 간접투자인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시민사회 현안이었던 고용안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합병법인이 인력재배치와 임금조정계획, 비정규직 고용유지 현황 등을 제출하도록 하고, 협력업체 계약종료 검토 시에는 협력업체 종사자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하는 수준의 조건이 붙었다.

권고사항은 ▲방송분야 전문가를 일정기간 사외이사로 임명할 것 ▲지역방송, 지방자치단체, 시청자미디어센터 간 협력체계를 구축할 것 ▲사회경제적 약자 시청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상품 제공 노력을 기울일 것 등이다.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사전동의 의결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 중이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 심사위원회가 사업계획서 검토와 의견청취를 통해 평가한 점수는 749.67점(1000점 만점)이다.

심사위원회는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합병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의미 있다고 봤다. 합병을 통한 신규콘텐츠 투자, 설비 개선 등이 이뤄진다면 침체된 SO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다만 심사위는 전국사업자이자 고가 상품 위주의 IPTV가 SO를 합병하면서 지역성 저하와 시청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상당하다고 봤다. 협력업체와의 계약관계, 합병법인의 인력운용에도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심사위는 합병을 위한 변경허가에는 동의하지만 합병 이전보다 공적책임·지역성·공익성 등의 이행수준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을 부가하고, 공정경쟁과 콘텐츠 투자를 유도하는 권고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내렸다.

방통위는 의결한 사전동의 조건과 권고사항을 부가하는 것을 전제로 사전동의 한다는 내용을 오늘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통보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방통위 사전동의 내용을 전달받은 후 내일(21일) 최종 승인을 완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법인은 4월 출범 계획을 갖고 있다.

방통위는 "향후 이번 사안과 같은 이종매체 간 결합에 따른 사전동의 요청이 있을 경우 신속하고 엄정한 심사를 통해서 방송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동시에, 방송의 공적책임·공공성 보장과 국민의 시청권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합병이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현장에서는 티브로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티브로드 협력사가 SK 대리점과 결탁해 핸드폰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직원 교육을 통해 핸드폰과 IPTV 결합상품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며 21일 방통위 앞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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