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정의당 등이 잇따라 총선 '1호 공약'을 내놨다. 당의 정책 방향성을 상징하며 거대담론에 쏠렸던 과거 '1호 공약'과는 달리 비교적 구체적인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공공 와이파이 전국 확대'를 총선 1호 공약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실제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국민이 보편적인 혜택을 누릴 공약을 중점적으로 준비해왔다"며 "누구나 누리는 보편적 통신복지를 실현하겠다"고 1호 공약 선정배경을 밝혔다. '생활밀착형' 공약을 1호 공약으로 꼽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제1호 공약인 무료 공공 와이파이 전국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2022년까지 전국에 5만 3000여개 공공와이파이를 추가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관련 정부예산 480억원에 더해 2021년 2600여억원, 2022년 2700여억원의 비용을 투입해 해당 공약을 현실화하겠다고 했다. 공공와이파이 사업 비용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통신사가 부담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정부 부담비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공공 와이파이 확대 공약은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이다. 민주당의 이번 공약은 대선 공약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현재 공약 진행 상황을 고려했을 때 민주당의 총선 공약 이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1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공공와이파이 구축·운영 실태 및 개선과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통신사는 상용 와이파이, LTE 백홀 등이 모두 유선망 구축과 주파수 경매를 통해 직접 투자한 자산이기 때문에 이를 자사 가입자가 아니라 공공에 무상으로 개방하라는 요구를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통신사는 자신에게 부여된 공적 책임에 따라 공공 와이파이 사업에 협조하고는 있지만 수익성이 낮아 부담이 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통신사 수준으로 와이파이를 구축·관리하는 것에는 예산이나 기술관리, 변화하는 통신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한계가 있다고 입법조사처는 설명했다. 통신사와의 협력관계 구축과 책임범위 설정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정부가 구축한 공공와이파이는 정부, 지자체, 통신사가 1:1:2의 비용을 부담했고 통신사가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희망공약개발단 희망경제공약 발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당은 총선 1호 공약으로 탈원전 정책 폐기와 노동시장 개혁을 내걸었다. 앞서 한국당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폐기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를 경제공약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1호 공약은 경제공약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공약에 가까웠다. 한국당 희망공약개발단은 15일 관련 브리핑에서 "망국적 탈원전 정책을 저지하겠다"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월성 1호기 재가동 등을 공약했다.

한국당 지도부는 지속적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해왔다. 대표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몇몇 사례들이 있다. 지난해 한국당은 탈원전 정책 때문에 원전 이용률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졌고, 석탄발전 의존도가 높아져 미세먼지가 심각해졌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원전업계 주장에 따른 것이었다. 원전 부실공사로 인한 정비 때문에 원전 이용률이 낮아졌고, 실제 석탄화력발전 미세먼지 총량은 이번 정부 들어 계속 감소했지만 한국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어 한국당은 '노동시장 개혁'을 주장하면서 주52시간제 시행에 대해 부작용을 방지하겠다며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주52시간제도의 취지를 후퇴시키는 작업들을 국회에서 지속해왔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중소기업의 입장을 받아들여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한 안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단위기간, 산정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며 국회 입법절차를 막아섰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총선공약 청년 사회상속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은 지난 9일 총선 1호 공약으로 '청년기초자산제도'를 내걸었다. 만 20세 청년에게 청년기초자산 3000만원을 제공하고, 양육시설 퇴소자 등 부모가 없는 청년들에게는 최고 5000만원까지 기초자산을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이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9대 대선 당시 내걸었던 '청년사회상속제'를 구체화한 공약이다. 심 대표는 "세습 자본주의가 구조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세워가는 노력과 함께 최소한의 출발선을 국가가 보장해주는 것은 매우 절실한 과제"라고 제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장 보수 제1야당인 한국당에서 '포퓰리즘'이라며 비판에 나섰지만 심 대표는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라며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게 일대일 토론을 제안했다.

인구감소 추세를 감안해도 2021년 18조, 2023년 14조, 2040년 9조의 예산이 소요가 되는데, 이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연구개발(R&D) 예산과 맞먹는 규모라는 게 한국당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우리 청년들이 자립기반을 만들고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는 디딤돌을 만드는 예산이 R&D와 SOC 예산보다 결코 적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15일 정의당 1호 공약이 '집단적 선거유도 매수'라며 선거법 위반으로 정의당을 고발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이에 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민 의원이 들이대는 잣대라면 지금조차도 전경련, 한유총, 사학 등 이익집단의 전위대 노릇과 세습자본주의 수호에 혈안이 된 자유한국당이야말로 뿌리깊은 선거유도매수 패거리가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정의당은 총선 2호 공약으로 무주택 세입자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전세계약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2회 보장해 최소 9년간 세입자의 거주를 보장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부동산 투기억제책으로는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보유세 실효세율 상향, 기업 소유 부동산 과세 강화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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