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자마자 언론에서 '안 될 것이다'라고 하면 대책이 제대로 먹힐 리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며 언론에 협조를 구하면서 한 말이다. '경제는 신뢰', '경제는 심리' 등 경제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말들처럼 자본주의 시장은 신뢰와 심리가 중요하지만,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언론보도가 국민 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현재까지 18개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시행됐다. 정부는 고가주택 보유자, 다주택자 등을 겨냥한 규제로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서민 주거를 보호하겠다는 정책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들 정책이 '사후약방문'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진보 진영 중심으로 일고있지만, 문 대통령의 협조 요청은 '부동산을 시장에 맡기라'는 보수·경제지 등을 향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기자회견 다음날인 15일, 보수지를 중심으로 정부 부동산 대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선일보 1월 15일 <대통령 믿고 집 안사고 기다려도 되나 묻자… 文 "답변 불가능">

조선일보는 15일 <대통령 믿고 집 안사고 기다려도 되나 묻자… 文 "답변 불가능>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실패를 '언론 탓'으로 돌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정책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경제의 기본에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에서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각종 규제의 영향으로 서울 집값이 급등하고 비규제 지역까지 집값이 오르는 것은 돈이 투자처를 찾아다니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말했고,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현 정부 들어 반시장적인 규제로 집값을 급등시켰지만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도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전문가들 의견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명예회장은 조선일보에 실은 칼럼 <부동산 투기와 전쟁서 이기고 싶은가>에서 "부동산이 되었든 주식이 되었든 통화가치가 되었든 자국의 자산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정책 목표가 될 수는 없다"며 '강남 집값'으로 대표되는 고가주택을 겨냥한 정부규제 방향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남과 강남 외 지역 등에 재건축·재개발를 통한 '공급 극대화'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배고픈 것이 아니라 배 아픈 것이 문제이고, 부동산 가격 상승 그 자체보다 격차가 더 문제"라는 주장이다.

조선일보 1월 15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칼럼 <부동산 투기와 전쟁서 이기고 싶은가>

조선일보는 사설 <도박판 돼 가는 아파트 청약>에서 "18번의 대책을 쏟아내고도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것은 부동산을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정치 문제로 다루기 때문"이라며 "투기 수요는 없애야 하지만 감정적인 보복 정책은 죄 없는 실수요자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획기적인 공급 확대 정책 없이는 어떤 것도 본질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집값 원상회복"… 실현하려면 강남 아파트값 반토막 돼야">기사에서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상승 요인으로 유동성 과잉과 저금리를 꼽았다. 결국 부동산 가격 급등이 정책 실패의 결과라기보다 투기꾼의 탓으로 원인을 돌리고 있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부동산 시장은 숨통이 끊길 정도로 규제와 세금을 융단폭격했더니 지방에선 건설경기가 얼어붙어 집값이 폭락하고, 서울에선 공급 부족이 심해져 평당 1억원짜리 아파트가 나왔다"고 썼다.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사 인터뷰에서 발언한 "서울에 80층 아파트를 짓자"는 공급확대 주장을 인용해 정부정책을 비판했다. 매일경제는 "재건축 규제 완화와 고층 아파트 건립에 부정적인 현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상반되는 주장을 펼친 것인데 구절구절 옳다"고 했다. 황 의원은 서울 양천구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양천구 목동은 아파트 재건축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택공급확대론'은 투기 수요만을 늘린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공급확대 정책의 실패 사례를 제시했다. 재개발, 재건축, 분양가 상한제 완화 등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는 투기수요를 부추겨 집값을 상승시켜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주택공급량이 줄지 않았다는 설명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서울시 연평균 주택공급량을 설명했다. 2008~2013년엔 6만 1000가구, 2014~2019년엔 7만8000가구가 공급됐다. 2020~2025년엔 8만 2000가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전망치를 논외로 하더라도 공급 부족문제가 현재의 부동산 시장 과열 문제를 빚어낸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겨레 1월 15일 사설 <‘사후 약방문’으론 “집값 원상회복” 힘들다>

때문에 진보진영에서는 오히려 사후대책에 그치는 정부 대책에 대한 비판이 이뤄지고 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사후 약방문'으론 "집값 원상회복" 힘들다>에서 "문 대통령의 의지대로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성과를 내기 바란다. 그러나 한편으론 정부의 접근 방식이 사후 대책에 치중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했다.

한겨레는 "이런 식의 접근은 투기 세력의 내성을 키우고 대다수 국민에겐 피로감을 안겨줄 수 있다"며 "부동산 시정 안정을 위한 중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는 정책 수단을 일관되게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방법으로는 '보유세 강화'를 꼽았다. 한겨레는 "투기 억제에는 보유세 강화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중론"이라며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5년 기준 0.16%로 OECD 주요 15개국 평균(0.39%)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협치·부동산·검찰의 '확실한 변화' 강조한 문 대통령>에서 "가격 안정을 넘어 급등한 집값을 집권 초 시점으로 돌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서민들의 좌절과 실수요자 고통을 생각하면 올바른 방향 정립"이라며 "고가 아파트를 겨눈 '12·16 대책' 파장이 저가주택·전세로 튀지 않게 금융 대출·재건축 규제·세금까지 '적시·고강도' 처방을 주저해선 안된다"고 제언했다.

조선일보 1월 15일 <[알립니다] 컨설팅 고수가 알려주는 올해 수익형 부동산 전망>

한편, 조선일보는 이날 자사 부동산 미디어 플랫폼 '땅집고'의 부동산 재테크 홍보소식을 지면에 실었다. 조선일보는 관련 공지 기사에서 "조선일보 땅집고는 정부의 규제 폭탄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2020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속 시원한 투재 해법을 알려드릴 실전 고수 초청 부동사 로드쇼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따르면 로드쇼에 초청된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 주용철 세무법인 지율 대표세무사는 수익형 부동산 흐름과 유망 지역, 알짜 투자 상품,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상속세·증여세 관련 절세 전략 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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