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TV조선 간부 국정농단사건 취재방해 의혹에 대해 검찰이 사건 접수 1년 4개월 만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고발장을 제출했던 시민단체는 항고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전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는 10일 자신들이 형사고발한 TV조선 간부 국정농단사건 취재방해 의혹에 대해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납득할 수 없다며 항고이유서를 제출했다. 검찰이 사건 관계자 녹음파일 등 주요 증거에 대한 충분한 수사 없이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앞서 2018년 7월 뉴스타파는 <TV조선 간부의 '팀 킬', 최순실 게이트 덮을 뻔>보도를 통해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뉴스타파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최서원) 게이트' 초기 당시 정석영 TV조선 경제부장이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며 사실상 자사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 2018년 7월 17일 보도화면 갈무리

검찰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한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미르재단의 실체가 처음 TV조선 보도를 통해 드러났던 2016년 7월, TV조선은 미르재단과 안종범 전 수석 간 관계를 문제삼고 있었다. 이성한 전 사무처장은 당시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안종범 전 수석이 자신에게 미르재단 사무총장직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안종범 전 수석이 미르재단 운영에 깊이 개입되어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성한 전 사무처장은 TV조선 보도 30분 뒤, 정석영 TV조선 경제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언론(TV조선) 보도는 인터뷰를 짜집기한 것이다. 안종범 수석은 개입 사실을 부인하고 단지 도와준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만 유지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영 경제부장은 해당 통화의 녹음 파일을 안종범 전 수석에게 전송했다.

그해 8월 16일에도 정석영 경제부장은 이성한 사무처장과의 통화내용을 녹음에 안종범 전 수석에게 전달했다. 이 통화녹음에는 "녹음파일이 공개되면 최순실, 차은택이 재단 설립 운영에 관여한 사실이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명확히 밝혀질 것이다. 안종범 수석이 신뢰를 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녹음파일이 유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성한 사무처장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

'녹음파일'은 미르재단 운영 과정에서 이성한 사무처장이 최순실씨와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당시 TV조선 기자들은 녹음파일의 존재를 알고 입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TV조선 기자들이 국정농단의 결정적 증거인 녹음파일을 찾아다닐 때 정석영 경제부장은 녹음파일이 공개되지 않도록 일조했다는, 즉 TV조선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했다는 의혹이다.

이성한 사무처장은 미르재단 관련 정보를 누설하지 않겠다는 문서를 작성하기도 했는데, 이 문서를 안종범 전 수석에게 전달한 것 역시 정석영 경제부장이다. 문서작성 과정에서 정석영 경제부장이 이성한 사무처장과 함께 있었던 사실도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

이에 이들 시민단체는 2018년 9월 정석영, 안종범 등을 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지난해 말 해당 사건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한 상태다.

시민단체들은 항고이유서에서 "검찰 특수본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안종범의 휴대전화에서 압수한 정석영과 이성한 간 통화녹음 파일내용에 대한 공개와 재수사를 촉구한다"며 "이 녹음파일 내용이 공개되어야 정석영이 취재 방해 의도와 행위가 있었는지와 취재·보도 방해 행위 정도가 얼마나 있었는지, 이성한이 자발적으로 통화녹음 파일을 안종범에게 전달해달라고 한 것인지, 아니면 정석영이 임의로 안종범에게 전달했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들은 "불기소 이유서에 정석영이 안종범에게 전달한 녹음파일 내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점으로 미뤄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취재·보도 업무 방해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담당 검사들은 반드시 보강수사와 추가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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