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이른바 '실검 조작 방지법' 처리에 잠정 합의해 '위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0일 '실검 조작 방지법' 처리에 잠정 합의했다. 다만, 8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전자서명법'의 동시처리가 합의 이행 전제조건으로 달렸다. 아직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전자서명법에 대한 과방위 차원의 법안심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국회 본회의 여야 대치 국면이 이어지면서 '실검 조작 방지법' 의결이 미뤄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실검 조작 방지법'은 자동입력 프로그램인 '매크로 프로그램'을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게시글을 쓰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포털 등 일정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해당 서비스가 조작되지 않도록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해야한다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다.

'실검 조작 방지법' 논의는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조국 힘내세요', '조국 사퇴하세요', '나경원 사학비리' 등의 실시간 검색어가 상위권에 오르면서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본격화됐다. 당시 한국당은 "특정세력의 여론조작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규제법안 발의를 시사했다. 또한 네이버 본사를 항의방문하고 검찰의 인지수사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이후 한국당은 '실검 조작 방지법'의 우선 논의·처리 없이는 법안 논의에 임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실검 조작 방지법' 잠정 합의 소식이 알려지자 불명확한 기준으로 과잉금지를 낳아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검 조작 방지법'에 대해 사단법인 오픈넷은 8일 논평을 내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 알 권리 등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오픈넷은 "'부당한 목적'이란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 용어로 사용될 수 없으며, '서비스를 조작'하는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며 "결국 일반 국민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나아가 법의 집행자에게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판단자의 자의적 기준에 따라 남용될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이 2019년 9월 5일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실시간 검색어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네이버 본사를 항의 방문한 모습.(사진=연합뉴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는 3일 "사적인 서비스 영역에 대한 정부와 입법부의 과도한 개입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인기협은 "문제의 본질은 소수의 이용자의 범법행위와 어뷰징 행태에 있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와 대다수 이용자들은 피해자라는 사실인 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결과 책임을 묻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고, 타당하지도 않다"며 "현행 법률에 따른 처벌조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입법적 해결보다는 사법적 해결과 이용행태에 대한 사회적 여과과정이 성숙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한편, 국내 포털사업자들은 실검에 대한 자체 개선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3일 포털 다음(Daum)의 실검 서비스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개인의 인격과 명예,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재난이나 속보 등 국민들이 빠르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이슈를 공유하고, 다른 이용자들의 관심과 사회 현상 등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자 하는 서비스지만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그 순기능을 잃어가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폐지 결정 취지를 밝혔다.

네이버는 실검 서비스를 유지 중이지만 앞서 지난해 11월 연령대 별로 나뉜 실검을 먼저 표출하고, 개인 관심사에 따라 달라지는 맞춤형 실검을 제공하는 실검 서비스 개편안을 잇따라 발표했다. 당시 네이버는 "그동안 실검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최근 실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며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지지·반대 입장을 대표하는 키워드 올리기 활동이 많아지고, 이벤트·할인정보 관련 검색어 노출이 늘어난 데 대해 우려의 시각이 많다"고 개편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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