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에서 탈당한 의원 8명이 '새로운보수당'(새보수당)을 창당하고, 안철수 전 의원이 정계복귀를 선언하는 등 보수 야권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이뤄지는 정계개편이지만 이렇다 할 비전이 보이지 않아 비판적 분석이 주를 이룬다.

새보수당은 5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어 공식출범했다. '개혁보수', '젊은보수'를 표방한 새보수당 의원들은 흰 티와 청바지를 입고 창당대회에 참석했다.

새보수당은 이른바 '순환형 집단대표 체제'를 선택했다. 5명의 공동대표가 한 달에 한 번씩 실질적 대표 역할인 책임대표를 맡는다. 집단대표 체제를 통해 당내 투명성을 높이고 공정의 가치를 강조하겠다는 취지다. '젊은보수'를 표방한 만큼 청년으로 구성된 공천감시청년위원회를 신설하고, 청년 중 두 명의 공동대표를 추가 임명할 계획을 밝혔다. 창당 주축인 유승민 의원은 "8석을 80석으로 만들겠다"며 총선목표를 제시했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로운보수당 중앙당창당대회에서 하태경 책임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새보수당에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온다. 3년 전 바른정당 창당과 비교해도 신선함과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6일 경향신문은 사설 <새보수당 창당·안철수 복귀, 비전 빠진 '공학'으론 미래 없다>에서 "야권 정당·세력들이 혁신을 통해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개혁보다 선거용 급조 정당의 조짐이 보여 실망스럽다"고 평했다.

경향신문은 "자유한국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보수층의 표를 얻겠다는 이상의 구체적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새 길을 걷고자 하는 의지는 오히려 3년 전 탈당을 감행해 바른정당을 창당할 때보다 후퇴한 것처럼 보안다"며 "특히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는 이 당이 진정 개혁을 추구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안철수 전 의원으로부터 들려오는 야당 개혁 논의도 신선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라며 "안 전 의원은 다른 정당들과의 통합·연대·독자세력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한다.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대안을 고민한 흔적은 없이 안 전 의원을 중심으로 뭉치자는 것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 <'새보수당' 출범, 한국 보수 거듭나는 계기 되길>에서 "성장과 함께 분배를 강조하고 젊은이를 대변하는 정당을 내세운 점은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앞날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미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의원의 '개혁보수+합리적 중도' 실험은 처절한 실패로 끝났다"고 했다.

한겨레는 "보수 대통합 논의 역시 '보수 혁신'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며 "중요한 건 보수 통합이 몸집을 불리기 위한 세 결집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황교안 대표로 상징되는 복고 보수, 공안 보수, 극우 보수, 종교 보수를 극복하고 보수가 혁신되는 대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향신문 1월 6일 사설 <새보수당 창당·안철수 복귀, 비전 빠진 '공학'으론 미래 없다>

한국일보는 관련보도에서 새보수당이 바른정당, 바른미래당을 거치며 "'개혁보수'의 참신함과 선명성은 바랬다"고 분석했다. 바른정당 창당 멤버 상당수는 한국당으로 복귀했고,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선거 참패와 극심한 내부 갈등으로 끝난 상황에서 유승민 의원 개인의 정치적 입지마저 좁아진 새보수당을 바라보는 안팎의 평가가 그렇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김석호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칼럼 <보수, 통합과 합종연횡 사이>에서 "선거가 석 달 남았다. 통합에는 촉박한 시간이다. 통합 추진의 주체들도 변한 게 없다"며 "갈라서기 전 새누리당으로의 회귀에 가깝다. 새로운 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객원논설위원은 "황교안 대표는 '유 아무개' 말고도 함께할 세력은 많다며 으름장을 놓고, 유승민 의원은 '탄핵의 강'을 건너 새로운 집을 짓자고 공격한다"며 "통합의 핵심은 정치 철학과 가치의 공유와 서로에 대한 신뢰에 있다. 하지만 현재 두 정치인의 드잡이에서 어느 하나도 충족되지 않는다. 통합이 아닌 합종연횡"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야권 정개계편을 이끄는 인물들에 대한 여론 역시 좋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 13일 발표한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비호감도' 1~3위를 안철수 전 의원, 황교안 대표, 유승민 의원이 차지했다. '비호감도' 조사 결과 안 전 의원은 69%, 황 대표는 67%, 유 의원은 59%의 응답을 얻었다.

동아일보 김석호 객원논설위원 1월 6일자 칼럼 <통합과 합종연횡 사이>

이 같이 여러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새보수당이 '젊은 보수'를 표방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청년세대 소구전략으로써 '젠더 문제'를 언급하고 나섰다. 세대 간 갈등을 부추겨 정당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바른미래당에서부터 이어져 온 비판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 책임대표는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움'의 핵심내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청년보수"라고 답했다. '2030 세대를 새보수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한 핵심방책을 묻자 하 책임대표는 "지금 2030세대에서 핵심 담론은 젠더 문제"라며 "한국당이나 민주당이니 두려워 아무도 안 건드렸다. 하지만 저희는 거의 1년 반 전부터 젠더문제 정면으로 뛰어들었고 이겨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 책임대표는 "예를 들어 제가 2019년 첫 화두로 워마드를 척결하겠다고 했다. 여성운동이라면 다 봐주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여성계의 IS같은 이런 집단이 독버섯처럼 생겨났고, 그래서 1년동안 워마드와 전쟁을 해서 워마드가 조용하다"며 "적어도 지금까지는 우리가 이긴 거다. 청년층들로부터 가장 예민한 문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 책임대표는 지난해 '워마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워마드 폐쇄'를 주장했다. 이에 성별 갈등에 기대 주목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정혜연 정의당 부대표는 바른미래당을 향해 "성별 갈등에 기대어 주목 경쟁을 벌이는 질 나쁜 정치는 당장 그만 두시라. 바른미래당은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 대신 불화·반목에 기름을 끼얹고 '세대 내전'으로 내몰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쌓으려 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일베, 워마드 등에서 나타나는 성별 간 혐오표현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성별 간 갈등 문제의 해소이지만 바른미래당이 오히려 성별 갈등을 부추겨 반사이익을 보려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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