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드라마 촬영 스태프의 주 평균 노동시간이 61.2시간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방송스태프의 최장 노동시간은 주 75.2시간, 1회 최장 노동시간은 25.8시간이었다. 강도 높은 밤샘 작업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윤경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유인찬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 연구실장 연구팀은 ‘2019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방송 스태프 주 평균 근로시간은 지난해 67.3시간에서 58.5시간으로 전년 대비 8.8시간 줄었다.

‘2019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 노동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장르별로는 드라마 스태프 61.2시간, 예능 스태프 60.1시간, 교양 스태프 56.6시간 등이다. 직종별로는 연출 65.9시간, 기술 57.5시간, 작가 53.2시간이다. 연구팀은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자가 5.0%를 차지했으며, 전체의 60.7%는 주 52시간 이상 노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평균 근로시간보다 심각한 것은 불규칙한 근로”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가장 바쁠 때의 일주일 노동시간은 평균 75.2시간, 1회 최장 노동시간은 평균 25.8시간”이라며 “강도 높은 밤샘 작업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방송 스태프 중 공식적인 월차·연차를 사용하는 경우는 15.3%에 불과했다. 방송 제작인력 72.1%는 비정기적으로 휴가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제작인력 노동환경의 불안정성을 함축한다”고 비판했다.

‘2019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 주 52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질문한 결과 “제작비 증액”이 57.5%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어 “충분한 제작 기간 확보” 51.1%, “제작인력 충원” 45.0%, “주 52시간 근로제 미적용 인력의 노동환경 개선” 18.0%, “관련 부처의 감독 및 처벌 강화” 16.0% 순으로 나타났다.

직업 만족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5점 척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치(3점)를 넘은 항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전체적 만족도는 2.82점이었으나, 복리후생(1.27점)·워라밸(1.56점)·고용 안정성(1.56점)·근로시간(1.82점)·보수 수준(1.83점)·근로량(1.87점)·직업환경 안정성(1.99점) 등은 모두 1점대였다.

‘2019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 직업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방송제작환경의 문제점’으로는 긴 노동시간 4.51점, 고용 불안정성 4.35점, 낮은 보수 4.26점, 저작권리 미확보 4.11점, 4대 보험 미적용 4.09점, 서면계약 미작성 4.01점, 부당해고 및 계약 해지 3.93점, 근로환경 위험성 3.61점, 폭언 및 폭행 3.54점, 성희롱 및 성폭력 3.20점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장시간 노동, 밤샘 작업 등 제작인력 노동의 특성은 근로시간 및 근로량에 대한 낮은 만족도로 이어졌다”면서 “방송산업의 발전, 콘텐츠 질 향상을 위해서는 장기적 차원에서 방송 제작인력의 직업 만족도 향상을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 스태프 4대 보험 가입률은 저조한 수준이었다. 국민연금 미가입률은 21.9%, 고용보험 미가입률 44.2%, 산재보험 미가입률 45.2%에 달했다. 특히 작가 직군에서 4대 보험 미가입 실태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4대 보험 가입 확대를 위해서는 방송사·제작사 등 고용주와 근로자 간 근로관계를 증빙할 수 있는 근로계약 체결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9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 표준계약서 경험률 설문조사 결과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방송 스태프의 서면계약·표준계약서 경험률은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서면계약 경험률은 45.1%였지만 올해는 54.7%를 기록했다. 표준계약서 경험률은 지난해 25.0%에서 올해 38.6%로 나타났다. 드라마 제작인력의 서면계약 경험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 제작 환경에서 성희롱 및 성폭력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희롱 및 성폭력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38%, ‘심각하지 않다’는 23.1%로 조사됐다. 성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작가·연출 직종에서 성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연구팀은 “방송 제작인력의 이탈은 국내 방송산업의 손실이자 산업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올바른 계약 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 4대 보험의 확대, 주 52시간제의 적용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조사는 9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방송스태프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조사를 주관했으며, 정윤경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유인찬 아시아리서치앤컨설팅 연구실장이 연구책임을 맡았다. 공동연구자는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 채정화 서강대 책임연구원, 김재원 세종교육원 팀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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