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임 사장으로 엄기영(58·사진) 전 앵커가 사실상 결정됐다. MBC의 30% 지분을 갖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참석하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옥경·방문진)의 결정이 주총에서 뒤집어진 적은 없다. 이날 결과에 대해 MBC 안팎에서는 민영화 논의 등 '공영방송 MBC'의 위기를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엄기영 앵커, '재수' 끝 MBC 사장 올라…"쓰나미 맞은 MBC 구하는 데 최선"

▲ 엄기영 MBC 신임 사장 내정자. ⓒMBC
엄기영 후보는 이날 방문진 이사 9인의 투표 결과 과반을 득표했다. 방문진은 엄 후보가 5표 이상을 확보했다고만 밝히고 최종 득표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방문진 전종건 사무처장은 15일 오후 3시30분 공식브리핑에서 "이사들은 공영성 강화, 콘텐츠 발전 계획, 경영정책 그리고 후보자에 관한 대내외 평가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 등을 공통적으로 물었다"고 전했다.

엄 후보는 지난 2005년에도 유력한 사장 후보 중 한 명이었으나 후보 공모 마지막 날 "저널리즘 현장에 남고 싶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후 최문순 사장 체제에서 2년간 특임이사 대우를 받으며 <뉴스데스크>를 진행해왔고 지난해 3월부터는 부사장급 앵커로 일해왔다.

엄 사장 내정자는 이날 오후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삼각파도, 사각파도 등 MBC에 험난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며 "MBC가 쓰나미를 맞고 있는데 앞으로 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공영방송 사수 적임자로 판단한 결과"

이날 결과에 대한 MBC 내부의 반응은 '담담'하다. 여기에는 엄기영 사장 내정자가 기존 최문순 사장 체제에서 임원과 앵커를 지낸 만큼 경영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민영화'라는 외풍을 막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기대가 함께 깔려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박성제 위원장은 "방문진이 엄기영씨를 공영방송 사수의 적임자로 판단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는 "엄씨는 MBC를 대표하는 얼굴로 인품이나 친화력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경영자로서의 관리능력은 검증된 바 없어 불안과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엄 사장 내정자는 조속한 시일 내에 공영방송 수호를 위한 청사진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성제 위원장은 "앞으로 있을 임원 인사에서 그의 경영철학이 반영될 것으로 본다"며 "특히 정치권 관련 인사는 임원 인사에서도 철저히 배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부 시민사회단체도 "MBC 사영화 저지" 강조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미디어스
외부에서도 MBC 차기 사장의 첫 번째 과제는 'MBC 공영성 수호'라고 입을 모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은 "방송계 전반이 위기 상황인 데다 새 정부는 방송을 상업화하려는 의도가 강한 만큼 MBC의 새 사장은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시민사회의 요구가 높은 만큼 언론노조도 엄 사장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대표는 "국민의 재산인 전파는 절대로 사영화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새 사장이 공공성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신태섭 공동대표 또한 "MBC가 정치적 격변기에 흔들리지 말고 공영방송으로서 굳건하게 자기 위치를 잘 지켜야 할 것"이라며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서비스의 양적, 질적 확대를 위해 힘써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심은 후속 인사로…29일 주총 뒤 이취임식 예정

한편, 이제 관심은 차기 임원진 등 후속 인사로 넘어갔다. 벌써부터 MBC 내부에서는 '인수위원회가 여의도 모 호텔에 꾸려졌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엄 사장 내정자의 경영계획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MBC 시사교양국의 한 중견PD는 "결단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엄 사장 내정자의 캐릭터로 봤을 때 현업에서 잘 받쳐줘야 할 것"이라며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엄 사장 내정자는 오는 29일 MBC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으면 3년간의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이·취임식은 이날 오후 4시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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