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영삼] 매해 방송 3사의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에 대한 시청자들의 회의감이 크다. 뚜렷이 시상할 만한 프로그램 없이 한 해를 보냈음에도 여전히 같은 프로그램에 돌림 시상식을 하는 모습은 앞서 진행한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도 보였던 장면이다.

별다른 발전 없는 예능인에게 시상을 하고, 크게 조명받지 못하고 내리막으로 향한 프로그램도 최우수 프로그램이라며 시상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겐 씁쓸한 장면이었다.

김구라의 발언으로 더 조명받았지만, KBS 연예대상 시상식 시청률은 보잘것없는 수치였다. SBS 연예대상은 그나마 타 방송사에 비해 시상할 만한 프로그램 그리고 예능인과 비예능인이 적절히 있었다.

2019 SBS 연예대상 시상식

그럼에도 김구라의 ‘팩폭’에 SBS가 우쭐해하지 못한 건 뼈를 때리는 부끄러운 시상식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고 유치를 통해 수익을 얻는 방송사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상식 시간 늘리기,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후보를 올려 뻘쭘하게 만드는 모습이 재연됐다.

하루 뒤 열리는 MBC 연예대상 또한 프로그램과 인물을 보면 이해하지 못할 수상 내역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그들도 쓸데없이 긴 시간의 시상식을 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김구라가 3사 예능 본부장이 모여 공동의 룰을 만들어 보라고 하는 건, 과도하게 긴 시상식 시간을 개선해 보라는 이야기이다. 또한, 공정하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후보를 축약해 발표하는 시스템을 가져가 보자는 제안을 해보라는 것이다.

한발 나아가 공동 시상식을 만드는 것은 방송사의 자율이지만 성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같은 룰로 후보를 축약해 발표하고, 시상식 시간도 시대의 요구에 맞춰 2시간 안으로 끝내는 것을 상의해 본다면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기에 김구라의 제안은 충분히 생각해 볼 일이다. 광고 유치 및 노출 효과 또한 2시간 안에 적절히 효과를 볼 수 있는 길은 많다.

2019 SBS 연예대상 시상식

많아도 3명이면 족할 대상 후보에 무려 8명이나 올려 상의 가치와 권위를 떨어트리는 우스꽝스러운 현실을 질타한 김구라의 용기는 칭찬이 아깝지 않다. 상을 받는 이도 그렇지만, 구색 맞추기 들러리로 선다는 불쾌함도 크기에 김구라의 지적은 적절했다.

또 자신이 대중에게 매번 죽상이라 욕을 먹고, 어머니에게 왜 죽상이냐는 핀잔을 받았던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린 것은 좋은 선택이다.

김구라도 말했듯 SBS 연예대상의 후보 라인은 많아도 백종원-유재석-신동엽, 3인 후보 구도였어야 했다. 하지만 시간 늘리기와 억지 재미를 뽑기 위해 개인의 능력에만 의존해 지루하게 만든 부분은 지적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2019 SBS 연예대상 시상식

그나마 김구라가 쏟아낸 지적이 아니었으면 SBS 연예대상은 KBS 연예대상 못지않게 질타받을 거리가 많은 시상식이 됐을 것이다. 그 질타를 김구라가 모두 흡수한 것이다.

방송사 차원에서는 불편했을 수 있으나, 실제 2019년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우승을 한 방송사라면 SBS 연예대상을 뽑을 시청자가 많을 것이다. 수상 프로그램과 대상, 김구라가 터트린 팩폭성 질타 한 바가지가 있어 시청자와 대중은 SBS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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