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출마를 선언한 예비 후보자들 가운데 특정 후보자를 골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홍보성' 인터뷰가 언론을 통해 계속 보도되면서 선거보도의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이 번지고 있다.

중앙일보가 일요일마다 발행하는 '중앙SUNDAY'는 지난 10일자 48호 1면에서 정계진출을 선언한 홍정욱 전 헤럴드미디어 대표이사 회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중앙SUNDAY는 <"귀족 이미지라니? 배우 아들이 무슨…"> 제목의 기사에서 "홍 전 회장이 한나라당 서울 동작갑 지역구 공천을 신청한 이후 첫 언론 인터뷰"라고 소개한 뒤 1면과 3면에 걸쳐 시원한 크기의 홍씨 사진과 함께 21개에 달하는 문답식 인터뷰를 게재했다. 분량으로 보면 중앙일보의 72% 크기에 해당하는 신문 판형에서 한 면을 광고없이 통째로 할애한 것이다.

▲ 2월 10일 '중앙SUNDAY' 1면
홍 전 회장의 인터뷰는 출마 이유, 처 이모부인 정몽준 의원과의 사전 협의 여부, 이념 성향, 정치를 하는 목표 등 주로 자신의 출마 '배경'과 '포부'를 밝히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밖에도 성장 과정, 가족 이야기, 신앙, 건강 관리 등 홍 전 회장 개인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관련해 중앙SUNDAY 오병상 편집장은 같은 호 2면 'Letter'에서 "이번 호에선 홍정욱 전 회장 인터뷰가 눈에 띌 것"이라며 "최근 정치판의 핫 이슈인 공천 경쟁 관련 뉴스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인물은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했고 홍씨라고 판단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그의 자전적 에세이는 100만부 이상 팔렸고 중고등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선 선풍적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인물이다. 2002년 언론사를 인수하면서 한바탕 세간의 화제를 더 모았다. 그래서 다른 언론사 사주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청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지만 순수하게 독자들의 궁금증과 세간의 화제라는 이유만으로 홍 전 회장의 인터뷰 배경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가계도를 따져보면, 홍정욱 전 회장은 작고한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의 손녀 사위다. 그리고 김동조 전 장관의 둘째 사위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홍정욱씨 부인과 사촌지간)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장녀와 결혼했다. 결국 홍정욱 전 회장은 홍석현 회장과 사돈 관계가 성립된다.

이런 특수 관계를 배경으로 본다면 중앙일보가 홍 전 회장의 인터뷰를 1면에 비중있게 실은 것은 스스로 밝혔듯이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중앙SUNDAY는 또한 '홍 전 회장이 공천을 신청한 서울 동작갑에는 현역의원인 대통합민주신당 전병헌 의원을 비롯해 아나운서 출신 유정현씨와 서장은 당협위원장 등 한나라당 공천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정작 홍 전 회장만 별도로 인터뷰했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유사한 사례로 볼 수 있는 경향신문의 경우 지난 1월 17일 대통합민주신당 예비후보로 나선 안희정씨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가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심의위원회(위원장 변화석)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고, 같은달 31일 경고문을 게재한 바 있다.

선거기사심의위는 경향신문이 지난 1월 17일자 주말섹션 1면에 보도한 <노무현 왼팔 안희정 "민주개혁시대는 죽었다"> 기사에 대해 "특정 후보 예정자의 정치 역정, 향후 계획 등을 밝히는 기획 인터뷰를 사진과 함께 집중 보도하는 것은 여타 후보를 불리하게 할 수 있어 언론기관의 공정보도 의무를 위반했다"며 경고 조치를 내렸다.

선거에서 경쟁하는 후보자들을 같은 날 지면에서 동일한 비중으로 다루거나 순차적으로 동등한 형식에 따라 보도하지 않고 특정 후보에게만 우호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불공정 보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선거기사심의기준에 따르면 언론은 선거에 관한 모든 사항을 공정하게 다루고 편집 및 기사배열에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특정한 후보자나 정당에 유리 또는 불리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특집 기획기사도 게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사과문, 정정보도문, 경고문 등의 게재 또는 권고·주의·경고 등의 시정 결정을 내리게 된다.

▲ 2월 13일 KBS <뉴스9>
이와 관련해 선거기사심의위 한 관계자는 "다른 예비 후보자에게 동등한 대우를 하지 않고 특정 후보에게만 특별조치를 했다면 형평성과 공정성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며 "기사 내용에 대한 심층 분석은 물론이고 물리적 분량과 사진 크기 등 양적, 형식적인 비교를 통해 종합적으로 심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KBS의 경우 지난 13일 <뉴스9>에서 "입시 고사장을 방불케하는" 한나라당 공천심사장 분위기를 보도하면서 공천 신청자 인터뷰 중 한 명을 자사 출신으로 내보냈다가 빈축을 샀다. 인터뷰에 등장한 안형환씨는 KBS 정치외교팀 외교안보데스크로 일하다 지난달 31일 사표를 내고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한 신문사 정치부 기자는 "특정 선거구에서 출마를 선언한 여러명을 모아 소개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특정인만 인터뷰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특히 언론 기사에 코멘트를 넣을 때 수많은 예비후보자 가운데 자사 출신을 인용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도 그렇고, 홍보가 된다는 차원에서라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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