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겨레 경영진이 위기 대응에 손을 놓고 있다는 내부 지적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는 편집국장 중간평가, 윤석열 검찰총장 셀프 고소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요구에 경영진이 침묵과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지부는 23일 발행된 ‘진보언론-지부장 편지 무책임한, 너무나 무책임한’에서 한겨레를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지부는 “미디어미래연구소에서 이달 초 내놓은 2019년 미디어어워드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신뢰성’ 부분에서 한겨레는 경향신문, YTN, MBC에도 뒤처진 6위로 주저앉고 말았다. ‘공정성’과 ‘유용성’ 부분에서는 순위에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고 썼다.

(사진=한겨레CI)

한겨레지부는 “한겨레는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라는 근본 문제를 둘러싸고 건전한 사내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조직이 흔들린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이어졌지만, 경영진은 엉뚱하게 한겨레21 편집권 논란을 일으키는 등 후배들을 상대로 한 ‘내부 총질’에 골몰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지부는 “이런 위태로운 상황에서 박용현 편집국장은 지난해 10월 팀장제 조직개편에 나선다. 편파적 보복 인사가 뒤따랐다”면서 “당연히 조직 역량이 크게 꺾였다.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은 편집국장에게 ‘중간평가’ 등 여러 카드를 던졌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과 무시뿐이었다”고 했다.

한겨레지부는 사측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한겨레 셀프 고소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지부는 “10월 초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미묘한 보도가 나왔다. 노동조합은 참다못해 11월 4일 회사에 ‘현재 상황을 심각히 받아들여 이 문제의 원활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고 요구했다”면서 “하지만 회사의 반응은 이번에도 침묵과 무시뿐이다.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사가 자신의 잘못에 눈감고, 사태가 잠잠해지길 무책임하게 기다린다면 신뢰 상실이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썼다.

또한 한겨레지부는 “연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양상우 대표이사가 막판까지 출마를 저울질하며 시간을 벌려는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통상 한겨레 대표이사 선거는 1월에 열리는데 이번 선거는 2월 중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임기 막바지에 이른 양상우 대표이사가 선관위 구성 안건을 내년 1월 이사회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지부는 “선거를 2월 이후에 치르겠다는 ‘의사 표현’이라 해석할 수 있다"며 "현 경영진은 대표이사의 거취나 선거 일정과 관련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지부는 “회사 일부 구성원들은 지난 9월 이후 극도의 사내 혼란이 이어지는데도 대표이사가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 대신 침묵을 유지하자 ‘리더십이 실추된 현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는 조기 선거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쏟아낸 바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2월로 연기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기 힘든 매우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