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23일 방송된 KBS Cool 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90년대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가수 현진영이 출연해 화제가 되었다.

한국 뉴 잭 스윙을 이끈 1세대 가수로 최근 유튜브 온라인 탑골공원 열풍과 함께 90년대 댄스 가요계의 한 획을 그었던 현진영에 대한 주목도 또한 덩달아 올라가고 있었다. 예전에도 각종 예능을 통해 근황을 알리는 등 방송 활동이 활발했던 현진영이고, 최근에는 KBS2 <살림하는 남자들2>에도 출연한 적이 있었기에 <박명수의 라디오쇼> 출연이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23일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선 온라인 탑골공원 열풍 이후 달라진 체감 인기, 왕성하게 활동하던 당시의 특별한 에피소드, 데뷔 30주년을 기념한 신곡 발표, 앞으로 활동 계획만 언급해도 충분히 호응받을 수 있는 방송이었다. 그런데 현진영은 뜬금없이 양준일 팬들이 자신의 카페에서 현진영 욕을 한다는 이야기를 꺼내고야 말았다.

KBS Cool FM <박명수의 라디오쇼>

현진영이 양준일 팬을 거론한 계기는 다음과 같다. "현진영에게 악플이란?" 질문에 대해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통로다. 기분은 나쁜데, 그것을 잘 이용하면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현진영은 요즘도 과오에 대한 악플들이 많다면서 "얼마 전 저희 팬클럽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양준일 씨 팬들이 카페에서 그렇게 제 욕을 한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요즘 악플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이 힘들어 하지만 자신은 최근 별다른 관심조차 못 받는 터라 양준일 팬들이 자신의 욕을 해도 좋다고 말한 현진영. 그런데 구태여 양준일 팬들을 거론할 필요가 있을까?

이 사실을 접한 양준일의 팬들은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최근 온라인 탑골공원을 통해 재발굴되며 시대를 앞서간 천재 뮤지션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양준일. 그의 응원군이 되어주기로 한 팬들은 이제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며 활동을 준비 중인 양준일에게 피해가 갈까봐 양준일의 사생활을 존중하며 공개적으로 다른 연예인 비방을 삼가기로 유명한 팬덤이다. 한때 양준일을 수식하던 '탑골지디'라는 표현도 지드래곤(G-Dragon)과 그의 팬들을 위해 지양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을 정도로, 여러모로 연예계에서 보기 드문 팬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양준일 팬클럽이다.

물론 일부 팬들 중에는 90년대초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핍박받던 양준일의 안타까운 과거에 분노하며 당시 인기 있었던 가수를 저격하며 삐뚤어진 팬심을 보여주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극소수이고 수많은 양준일 팬들이 현진영을 비방하는 분위기도 아닐 터인데 굳이 양준일 팬들을 거론한 현진영의 경솔함이 아쉬운 이유다.

KBS Cool FM <박명수의 라디오쇼>

양준일 팬들이 자신을 욕한다는 현진영의 발언에 대다수 양준일 팬들은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양준일님에게만 관심 가지기도 벅차 다른 가수에게 관심 가질 여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오히려 양준일 팬들은 현진영 발언 기사 댓글에도 "우리 양준일님은 물론 현진영도 잘되길 바란다."는 진정한 대인배 면모를 보여주었다.

수많은 이들이 청취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특정 팬들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한 것은 데뷔 30년차 연예인이 보여준 행동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가벼워 보이기까지 한다. 한때 같이 활동했던 동료 뮤지션으로서 굳이 양준일을 언급하고 싶다면 그의 팬들이 자신의 욕을 한다는 이야기 대신 양준일의 향후 활동을 응원하는 덕담을 건네는 게 더 어울리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부디 현진영이 앞으로 방송에서는 데뷔 30년차 레전드 가수다운, 보다 성숙한 모습과 태도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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