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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삭제' SPC 보도자료는 오늘도 언론서 펄펄민언련 "SPC, 언론사를 기사 매매 중개사로 전락시켜"…언론의 후진적 상업화 가속화
김혜인 기자 | 승인 2019.12.24 14:39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경향신문에서 협찬금을 대가로 기사를 삭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협찬금 제안으로 기사 삭제를 이끌어낸 곳은 SPC로 이번만이 아니었다. 

지난 22일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는 지난 13일 게재 예정이었던 기사가 ㄱ 기업으로부터 ‘협찬금 지급’ 약속을 받고 사장과 편집국장의 동의하에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지회는 ‘독자여러분들에게 사과한다’는 온라인판 기사에서 “ㄱ 기업은 기사 삭제를 조건으로 협찬금 지급을 약속했고 사장은 기사를 쓴 기자와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동의를 구했고 해당 기자는 사표를 냈다”고 전했다.

이어 “19일 기자총회를 열고 사장과 편집국장, 광고국장은 이번 일에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며 “내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이 사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 사과 이후 ㄱ기업은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의 모그룹인 SPC라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삭제된 기사도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해당 기사는 중국 법원의 ‘파리바게뜨’ 상표 등록 무효 판결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13일 경향신문 ‘지역 배달판’을 입수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1면 <중 “파리바게트 상표 등록 무효”…한국 기업들 ‘2차 한한령’공포>와 22면 <프랑스도 인정했는데…‘몽니’ 앞에 속앓이> 기사다.

중국 베이징 지적재산권법원이 지난달 파리바게뜨의 상표 등록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놓았고 1심 판결대로면 중국 내에 300여 개의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인 파리바게뜨가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이다.

SPC그룹이 경향신문에 해당 기사를 삭제하는 조건으로 제시한 금액은 5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사태수습 중인 경향신문, 오늘 사원주주회 열려

지난 19일 기자총회가 열린 이후 경향신문 내부는 사태 수습 중에 있다. 박효재 경향신문 기자협회지부장은 “지회 차원에서의 결의내용으로 경향신문 23일자 지면에 사과문이 실리는 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해당 기자가 사표를 낸 이유가 기사 삭제 항의 차원으로 볼 수 있는지, 삭제된 기사를 내보낼지 등은 내부 논의를 거친 이후 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도 사측에 제안만 한 상태로 추후 협의를 통해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대광 전국언론노동조합 경향신문 지부장은 “지난 20일 노조는 집행부회의를 열고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편집권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으로 사장의 사의 표명은 당연한 결정 ▲진상조사위원회 사측 참여 ▲사측, 노동조합, 우리사주회가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이다. 

23일 경향신문 사장은 “퇴진하겠다는 뜻을 철회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며 편집권과 인사권은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규에 따라 본래 4명인 이사가 내부 사정으로 사장 포함 3명으로 사장이 당장 대표 이사직을 내려놓을 수 없는 상태다. 24일 사원주주회가 열려 사장 선임과 관련한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사장의 입장을 바탕으로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 돈으로 통제하려는 전근대적 사고방식 

SPC의 기사 거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22일 ‘고발뉴스TV’에서 “언론에 광고·협찬을 주고 자기들에게 불리한 기사를 내리는 게 일상적인 업무”라며 “이를 통해 언론과의 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대기업, 특히 삼성과 SPC 같은 그룹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2013년 5월, SPC가 고발뉴스에도 기사 매수 시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고발뉴스는 SPC가 <파리크라상 ‘가맹점 인테리어 강요’ 돈벌이 과징금>, <파리크라상, 세무조사 직전 매출기록 삭제 논란> 등의 기사를 내리는 조건으로 광고를 주겠다고 제안했던 사실을 보도를 통해 폭로한 바 있다.

지난 1월 뉴스타파는 조선일보와 SPC그룹의 기사 거래 의혹을 보도했다. 조선일보 기자 3명이 박수환 뉴스컴 대표로부터 금품 및 선물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박 대표가 SPC그룹과 조선일보 기자 사이에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다. 뉴스타파는 SPC그룹이 2015년 조선일보 기자 부녀의 항공권을 대신 구매해줬고 금품을 받은 기자가 파리바게뜨 홍보 기사 게재에 개입되어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23일 논평을 내고 “경향신문 기자들의 폭로로 확인할 수 있는 사태의 면면은 ‘기사 거래 관행’이 우리 언론계에 뿌리 깊게 구조화되어 있으며, 악습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일상에 스며들었음을 암시한다”고 강조했다.

민언련은 “언론사가 기사 매매 중개사로 전락한 현 상황에 기업들의 책임도 크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이 언론을 자신들의 홍보 기구 쯤으로 취급하거나 돈으로 통제하려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에 빠져 있는 것”이라며 “이는 최근 미디어 환경의 급변으로 생존이 어려워진 언론사들의 경제 사정과 맞물려 우리 언론의 후진적 상업화를 가속화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SPC는 기사 삭제 파문이 불거진 이후 ‘SPC 그룹 계열사, 일자리 창출 정부포상 수상’, ‘SPC 한정판 크리스마스 케이크 30만개 품절’ 등을 보도자료를 발표했으며 이를 받아 쓴 기사들은 50개가 넘었다.

24일 12시 15분경 네이버 뉴스면에 'SPC'를 검색한 결과 (사진=네이버)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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