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CJ헬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1600여장 탄원서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전달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인 박홍근 의원은 인수심사를 진행 중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보장 방안 등 LG유플러스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사안을 면밀하게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박홍근, 우원식, 송옥주 의원과 희망연대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과정에서 고용보장 방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는 CJ헬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장 농성이 78일째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박홍근, 우원식 의원과 농성 현장의 노동자들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페이스북)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한 이후 마무리 수순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를 심사 중인 과기정통부는 심사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한 LG유플러스 관계자 청문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자문위는 13일까지 심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이번 주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 심사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보장 문제가 주요 심사 쟁점으로 부상한 적은 전무하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수' 시에는 정부 심사에 관여할 수 없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역성·공익성·다양성 등 공공성 책무 중심의 의견서를 작성해 과기정통부에 제시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CJ헬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78일째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농성을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인수 확정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용보장 방안과 관련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홍근 의원은 "지난달 28일 찬바람 부는 농성현장을 우원식 의원과 다녀왔다. CJ헬로 노동자들은 고용보장을 촉구하며 78일째 LG유플러스 본사 앞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며 "하지만 LG유플러스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외면하고 한 번도 만나주지 않는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LG유플러스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노동자들이 정론관을 찾았다"고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분야 비정규직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민간분야 비정규직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상대적 박탈감만 든다"며 "공공분야 개선 목적은 민간분야로까지 고용을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의 개입 여지가 있는 민간분야는 비정규직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어제 진행된 청문절차를 언급하며 "과기정통부는 방송통신 정책과 쟁점 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경제적 책임에 관한 사안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을지로위원회는 전달받은 탄원서를 과기정통부에 전달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심사에서 주요하게 다뤄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1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박홍근, 우원식, 송옥주 의원과 CJ헬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과정에서 고용보장 방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을지로위원장 박홍근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시민사회연대 '방송통신공공성강화 공동행동'의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은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과정에서 회사는 삼키고, 사람은 버리겠다는 것인가. '사람중심의 윤리경영'을 경영모토로 내 건 LG그룹이 이렇게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아 78일간이나 농성하게 하나"라고 따져물었다.

정 소장은 "방송통신은 공공재다.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 운영되고,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제품"이라며 "그런데 인수합병 과정에서 대량해고를 시키겠다는 것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LG유플러스는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고용승계를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소장은 과기정통부, 공정위, 방통위 등 정부부처에 대해서도 "재벌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이런 상황을 더이상 묵인하고 방조한다면 촛불시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LG유플러스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LG유플러스의 침묵을 규탄했다. 이들은 "LG유플러스는 '인수가 확정이 안돼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다"며 "그러나 지난 10일 CJ헬로는 공시를 통해 오는 2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LG헬로비전'으로 바꾸고, 송구영 LG유플러스 홈·미디어부문장 전무를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LG유플러스는 사장을 내정해 놓고, 사명도 변경하면서도 10여년 이상을 CJ헬로 고객들을 위해 일해온 외주업체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있는 것"이라며 "LG유플러스 대표이사인 하현회 부회장은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밝혔으나, CJ헬로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요구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원청인 CJ헬로는 내년 초에 재계약 되는 고객센터(외주업체)에 유지보수 수수료를 30%나 삭감되는 계약서를 강요하고 있다"며 "LG유플러스와 CJ헬로가 인수를 앞두고,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내기 위해 인력감축 구조조정을 시도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LG유플러스는 고용보장 약속을 위한 대화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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