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조작을 일으킨 엠넷(Mnet)의 2018년도 제작역량을 '매우 우수' 등급으로 평가했다. '매우 우수'는 제작역량 상위 15%에 해당하는 채널들이 받는 등급으로, 방통위 제작역량 평가에서 '프로듀스'에 대한 공정성 평가는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평가결과는 방송대상 시상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작지원 사업 등에 활용되고 있다.

방통위는 11일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2019 방송사업자 콘텐츠 제작역량 평가결과'를 공표했다. 그 결과 엠넷은 오락·예능 등 부문에서 '매우 우수' 등급을 받았다.

'투표조작 의혹' 오디션 프로그램 수사 확대 (CG) [연합뉴스]

방통위는 2012년부터 매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함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program provider)에 대한 제작역량 평가를 실시, 분야별로 '우수' 등급 이상을 받은 채널들을 공표하고 있다. 평가결과는 '매우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미흡' 등 5단계로 구분되며 방송사업자 제작의욕 고취, 방송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해당 평가결과는 방송대상 시상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프로그램 제작지원 사업 등에 활용된다.

올해 평가대상 기간은 2018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이 시기 엠넷에서는 '프로듀스' 시리즈의 세번째 시즌 '프로듀스 48'이 제작, 방송됐다. 최근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CJ ENM 안준영 PD, 김용범 CP 등 '프로듀스' 제작진은 '프로듀스 48'의 최종 생방송 경연에서 그룹 '아이즈원' 멤버가 될 연습생 12명과 그들의 순위, 득표율을 미리 정했다. ‘프로듀스 48’은 '프로듀스X101'과 함께 투표조작 논란의 중심에 선 프로그램이다. 현재 안준영 PD는 '프로듀스' 전 시즌 투표 조작을 인정한 상태다.

그럼에도 엠넷이 방통위 평가에서 '매우 우수' 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제작역량 평가에서 '프로듀스 48'에 대한 공정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평가 기준에 제작 프로세스가 포함됐다. 방통위는 방송채널사업자의 방송프로그램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실시간, 오락·예능, 교양 등 3개 공급분야로 구분, 자원·프로세스·성과 경쟁력에 대해 총 14개 항목으로 나누어 평가를 실시했다고 평가기준을 밝히고 있다.

방통위 담당과 관계자는 '제작과정을 평가하고도 투표조작 논란이 있었던 엠넷이 매우 우수 등급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평가 지원단에서 방송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기반으로 평가를 하는데, 경쟁력을 평가하는 수치들로 평가를 해 점수가 이렇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작역량 평가기준에 공정성 기준이 없던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콘텐츠 제작 쪽에 많이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 것들이 비중이 많이 높아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해당 평가는 KISDI가 기초작업을 진행해 방통위로 자료를 보내면, 방통위 방송콘텐츠 제작역량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전체회의에서 확정된다. 제작역량평가위원회 위원장은 방통위 상임위원 중 한 명이 맡는다.

방통위 관계자는 '제작역량평가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프로듀스 공정성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위원들이)논란이 있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제작역량 점수에 대해서는 그런 말이 없었다"고 답했다. '전체적으로 평가기준에 공정성 기준이 없었던건가'라는 질문엔 "그렇게 사료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제작역량평가위원장인 김석진 상임위원을 비롯해 여타의 상임위원들도 별도의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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