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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시즌4 성공적 새 출발, 그 저력의 비밀[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12.09 13:49

[미디어스] 정준영을 시작으로 김준호, 차태현 등 일련의 사건들은 <1박2일> 시즌 3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결국 <1박2일> 시즌 3은 종영했고, 다음 시즌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제아무리 일요일 밤의 스테디셀러라 해도 <1박 2일>이 재기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시즌4의 새로운 멤버 라인업이 발표됐다. 연정훈, 김선호, 딘딘, 문세윤, 라비 그리고 김종민까지. 예능에 친숙한 인물은 방위 소집 기간을 제외하고 <1박2일> 시즌 내내 생존했던 김종민, 최근 먹방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낸 문세윤 정도?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을 보인 딘딘이라지만 차라리 한가인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진 연정훈이 익숙할까, 김선호나 라비는 거의 신인과도 같다. 중장년층이 주된 시청자인 프로그램의 입장에서는 대부분 낯선 인물들인 셈이다. 과연 저들을 데리고 일요일 저녁 메인 예능이 가능할까라는 우려가 앞선 라인업이었다. 

명불허전 까나리부터 

KBS 2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 시즌4>

그런 우려 때문이었을까? 아침 6시 반 KBS 본관 앞에서 시작하는 오프닝에 앞서 새벽에 각자 자신의 차를 타고 출발한 멤버들을 맞이한 건 미션지였다. 타고 있던 차에서 내려 메이크업은커녕 슬리퍼 바람인데 단 돈 만원을 쥐어주며 오프닝 장소까지 시간에 맞춰 오도록 하는 첫 번째 미션. 

시즌 4 제작진의 묘수는 바로 <1박2일>다움이다. 출연진이 그 누구건, 심지어 일반인이라도 피해갈 수 없던 그 <1박2일> 특유의 가차 없는 미션. 겨울 새벽 거리를 그리 오래 남지 않은 오프닝에 맞추기 위해 '신입' 멤버들을 들입다 뛰게 만드는 ‘1박2일다움’으로 멤버들 면면의 낯섦을 넘어서고자 한다. 

겨우 숨을 헐떡이며 추레한 모습으로 모인 KBS 본관 앞. 조금은 쑥쓰러운 듯, 하지만 새 시즌에 합류했다는 뿌듯함과 잘해보겠다는 의지로 입을 모아 '리얼 야생 버라이어티 1박2일!'을 외친 것도 잠시, 그들 앞에 예의 1박2일다운 낡은 트럭 한 대가 등장하고, 두 트럭의 승차를 가를 200개의 아메리카노와 까나리카노가 등장한다. 

언제나 그렇듯 미션은 명쾌하다. 아메리카노를 먹으면 통과, 심지어 연달아 먹으면 두 배, 당연히 까나리가 걸리면 탈락이다. 예외는 있다. 까나리카노를 다 마시면 아메리카노와 같은 경우로 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 시즌4>

드디어 시작된 까나리 미션. 첫 번째 마신 라비는 당연하게 '본능적'으로 뱉고 만다. 그런데 반전은 두 번째 미션 멤버인 '딘딘'부터였다. 올해 하반기에 운이 좋다는 자화자찬이 무색하게  딘딘은 첫 번째 아메리카노를 순탄하게 넘기고부터 연속으로 까나리가 걸렸다. 그런데 그걸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신다? 

나중에 차에 탄 그의 말처럼 아들이 <1박2일>에 들어가서 걱정되고 좋아서 하루 세 번 기도하신다는 어머님 때문이었을까? 딘딘은 무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에 걸쳐 까나리를 원샷하며 까나리 미션의 새로운 장을 연다. 제작진의 얼굴이 그가 까나리를 원샷할 때마다 굳어져 간다. 당연히 <1박2일> 역사에선 고려해 보지 않았던 가능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이름부터 낯선 '딘딘'이란 청년이 <1박2일>의 멤버로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난처한 처지를 뚫고 시작한 <1박2일> 시즌4의 가능성이 열린다. 

<1박2일>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무한도전>의 정신이 논바닥을 헤집던 ‘무모한’ 도전이었듯이, <1박2일> 역시 혹한이든 혹서든 그 어떤 조건에서도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멤버들의 '헝그리정신' 아니었을까. 강호동이었든 이수근이었든 김준호였든, 시즌을 상관없이 그들이 힘들고 고달파하면서도 '최선'을 다했던 모습. 그게 바로 일요일 저녁이면 사람들이 무람없이 채널을 KBS2로 고정시킨 '본류'가 아니었을까.

바로 그 <1박2일>의 정신을 이제 시즌 4의 신입 멤버 딘딘이 까나리를 거뜬하게(?) 세 잔이나 원샷하며 새로이 부활시켜낸다. 과연 시즌3의 그 최악의 구설수를 저 낯선 멤버로 극복할 수 있을까란 우려를 '까나리 원샷'으로 대번에 불식시킨다. 두 번째 미션자 딘딘이 그러다 보니 그 뒤의 멤버들도 본의 아니게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다. 연정훈은 최연장자라 체면을 차려야 해서 마시고, 문세윤은 먹방의 대가답게 마시고, 예능 뽀시래기라는 김선호는 안절부절못하다 마시고. 유일하게 시즌을 경험했던 김종민만 빼고 모든 멤버들이 한두, 심지어 세 잔까지 마시며 시즌4의 새로운 공기를 만들어 낸다. 물론 까나리를 원샷한 덕분에 이어진 휴게소 화장실 레이스는 문세윤의 천연덕스런 중계와 함께 '애교'가 되었다. 

낯설지만 어느덧 친근해진 멤버들

KBS 2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 시즌4>

그리고 오프닝에서 데면데면하던 이들은 단 한 번의 ‘까나리 먹방’으로 동지애를 대번에 얻는다. 나이가 많다지만 어쩐지 어수룩하며 힘든 상황에서 나이 핑계 대며 뒤로 물러서지 않는 연정훈, 추임새하며 중계방송, 심지어 진행까지 능숙한 문세윤은 <맛있는 녀석들>의 먹방러 이상의 새로운 발견이다. 그와 함께 거의 '만담'에 가까운 콤비 플레이에 뭐든지 일단 '해보고' 보는 딘딘은 첫 회 만에 정겹다. 아직 카메라가 낯선 김선호의 뽀시래기한 어색함과 초조함, 그럼에도 잘해보려는 모습은 새 시즌의 정서를 한껏 살리고, 막내 라비의 똘끼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반전'의 묘미가 있다. 무엇보다 멤버들 각자가 예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꾀부리지 않고, 애써 웃기려 하기보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편하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김종민. 왜 김종민이 거의 전 시즌에 '출석'할 수 있었는가를 첫 회에 다시 증명한다. 선배라 나서지 않고, 그러면서도 예의 ‘까나리 먹방’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어느 틈에 저 새로운 멤버 중 한 명으로 낯설지 않게 자신의 자리를 놓아둔다. 그 어떤 시즌의 멤버들과도 이물감 없는 어울림, 그것이야말로 김종민의 장기가 아닐까. 그것이 시즌4의 첫 회에 다시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렇게 어느 틈에 어우러진 김종민과 함께, 불과 몇십분 만에 이 낯설었던 멤버들을 향해 익숙하고 친밀한 웃음을 지을 수 있도록 만드는 <1박2일>의 힘이 놀랍다. 까나리를 비롯한 전통적 미션의 익숙함 때문이었을까? 면면으로 보면 하나하나 낯설지만, 모두 모아놓으니 김종민을 비롯하여 모두가 그들이 '저를 아십니까'라며 외치던 그 휴게소 인파들 가운데에 어우러져 버리는, 어쩐지 어디선가 마주쳤을 것 같은 친근한 면면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그건 독불장군 강호동도, 이방인 김C도, 돌아이 정준영도, 머쓱대던 김주혁도, 심지어 생전 처음 본 일반인 참가자까지 그 모두를 <1박2일>이라는 용광로 속에 잘 녹여냈던 <1박2일> 전통의 '제조방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통은 소중하다. 하지만 전통을 이어가는 건 쉽지 않다. 버릴 것과 지켜야 할 것에 대한 경계가 늘 어렵기 때문이다. 시즌 4의 첫 회를 연 <1박2일>은 버려야 할 과거는 과감히 버리고, 낯설지만 새로운, 그러나 익숙한 전통의 줄 위에 섰다. 첫 회 만에 멤버들 면면이 벌써 친근해졌으니 이만하면 성공한 출발이다 싶다. 물론 갈 길은 멀다. 하지만 한 걸음을 잘 걸어냈으니 앞으로의 길도 기대해볼 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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