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법조 출입기자단에서 예고했던 <PD수첩> ‘검찰 기자단’ 관련 비판 성명이 5일 오후에 발표됐다. 하지만 예고와 다르게 법조 출입기자단이 아닌, 대법원 기자단 명의의 성명서였다. 미디어스 취재 결과, 법조 기자단 내에서 성명 등 대응과 관련해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 출입기자단 중 22개 언론사 팀장급 기자들은 5일 성명을 내고 “MBC PD수첩 방송은 법조기자의 취재 현실과 거리가 먼 왜곡과 오류 투성”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땀내 나는 외곽취재의 결실도 최종 검찰 확인단계를 거치고 나면, 검언(檢言)간 음습한 피의사실 거래로 둔갑시킨 확증편향의 오류로 법조 기자단의 취재행위를 폄훼했다”고 반발했다. “한국기자협회에서 선정하는 '이달의 기자상' 가운데 검찰 발 기사 수상을 검언간 피의사실 거래로 간주하는 듯한 내용도 담겼다”고 말했다.

또한 “MBC PD수첩은 출처와 진위여부도 의심스러운 일부 인터뷰 내용으로 전체 법조기자단을 브로커 등 범죄 집단처럼 묘사해 특정 직업군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했다”며 <PD수첩>의 즉각적인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검찰 기자단'편 (사진=MBC)

해당 성명서에는 22개 언론사 팀장급 기자들의 이름이 들어갔다. 연합뉴스, 뉴스1, SBS, YTN, 채널A, TV조선 등에 소속된 팀장급 기자들이다.

대법원 기자단 명의로 성명서가 나온 것에 대해 법조 출입기자단 간사인 김건훈 MBN기자는 “법조 전체 기자가 300명이 넘고 언론사는 40개사가 넘는데 동의를 다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자단 일동’으로 명시하기 어려웠다”며 “법조 기자단이 크게 대법, 대검, 지검, 지법으로 나뉘기에 기자단별로 성명을 내기로 했다. 대법원 기자단이 먼저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명을 내고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대법원 기자단의 결정에 대해 법조 기자단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 기자단은 대법원, 대검찰청, 중앙지검, 지방법원 기자단으로 구성된다. 이번 성명을 발표한 기자단은 대법원 출입기자단이다. 대법원 출입기자단에는 주로 각 언론사 법조팀장이 속해 있다.

<PD수첩> 대응방안은 대법 출입기자단에서 논의 결정됐는데 성명이 나오기 직전, 법조 기자 전체에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일부 기자들의 반발이 불거졌다. “의사결정 과정이 일방적인 통보인 건 문제”라며 “대법 출입사가 아니라 해당 논의에서 빠져 있으며 성명 내용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견이 없으면 법조 기자단 일동으로 성명을 발표하겠다’는 식의 통보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또한 성명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민사 소송 추진 등의 대응방안이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기자는 “언론을 상대로 언중위나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을뿐더러 (언론사 스스로) 발목을 잡는 방식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법조 출입 영상기자단 소속의 한 기자는 “평소에 교류가 없던 대검 출입기자단 취재기자들이 (어제) 오후에 찾아와 PD수첩 방송에 쓰인 영상화면 사용에 대해 의견을 물어봤다”며 “성명 동참 여부를 묻진 않았지만, 성명에 영상기자단의 의견이 문제 제기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면 성명 내용에 찬성하는 모양새가 될 것 같아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PD수첩이 복도, 현판, 관계자 외 출입금지 문구를 찍는 정도였기에 영상 사용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학수 <PD수첩> 진행자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PD수첩은 ‘땀내 나는 외곽 취재’ 기사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닌 검찰이 제공하는 ‘선택된 정보’ 속에 검찰 기자단이 갇혀있는 현실과 구조를 지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 기자단의 지적과 대검찰청 입장문을 반박했다. “대검찰청이 왜 자신의 문제가 아닌 검찰 출입기자단의 명예까지 염려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언론과 검찰이 오래된 관행을 다시 돌아보고 시민들의 개혁 요구에 부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음성변조, 가명, 대역 재연' 등을 지적한 대법원 기자단에 대해 한 PD는 “공익적인 취재원이 익명을 요구할 때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하는 게 원칙”이라며 “저희야말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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