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제도 개혁안을 호남 지역구 의원 반발을 우려해 지역구-비례 의석 수 비율을 '250 대 50'으로 조정하고, 50석 비례의석을 다시 준연동형제와 병립형으로 나누는 안을 야당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개악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 정치협상회의 실무단을 만나 선거제도 개혁안과 관련한 3가지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의석수를 하나도 줄이지 않는 의석수 '250 대 50' 안 ▲연동형 비율 기존 50%에서 30%로 축소 ▲정당득표율 5% 이상(기존 3%)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 배분 ▲준연동형 비례 적용 의석 수 25~30석(기존 50석) 축소 등의 방안이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에 연동률 50%(준연동률)를 적용하는 안이다.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처리 하려면 총 148석이 필요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절충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250 대 50' 안 적용 시 현행 253석인 지역구 의석수와 비교해 세종시 지역구 국회의원이 1명 늘어나 다른 지역구 4석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모두 수도권에서 줄이겠다는 게 민주당 제안이다.

4일 오후 녹색당은 국회 정문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을 개악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사진=녹색당)

이날 오후 녹색당은 국회 정문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제안에 대해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공직선거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것이다. 지금도 반쪽자리 연동형인데, 연동비율을 더 낮춘다는 것은 민심을 공정하게 반영한다는 선거제도 개혁의 근본취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녹색당은 "250 대 50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축소시키는 것도 모자라서, 50석에 불과한 비례의석을 다시 쪼개서 연동형과 병립형으로 나눈다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기상천외한 발상"이라며 "이 모든 것은 민주당 지도부가 비례대표 의석을 일정부분 확보하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선거법을 누더기로 만들어서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억지이고 꼼수다"라고 비판했다.

녹색당은 "게다가 소수정당의 원내진입장벽을 현행 3%에서 5%로 올리자는 얘기를 민주당 일각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4.99%를 얻고도 국회의원 1석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 어떻게 '사표방지'의 제도가 될 수 있나"라며 "독일이 5% 봉쇄조항을 가지고 있다지만 지금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선거법 개정안은 독일처럼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반쪽자리 준연동형이다. 그렇다면 봉쇄조항도 독일의 절반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녹색당은 "이런 행태는 민주당의 습성에 가깝다. 민주당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국면에서도 봉쇄조항 상향을 거론했지만, 다른 정당들이 동의하지 않아서 무산된 바 있다"며 "그런데 패스트트랙 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기득권 적폐의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계속된 패스트트랙법 즉각 통과 정의당 비상행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장 선거제도 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원안 통과를 당론으로 정하고 있는 정의당에서도 민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240 대 60', '250 대 50' 등의 안이 민주당 내에서 거론되는 데 대해 "(의석)숫자는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그래도 개혁을 전제한 조정이 돼야 되고, 그러려면 준연동형은 흔들림없는 원칙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자유한국당을 불러들여서 연동률을 이렇게 또 고무줄처럼 왔다 갔다하는 것은 개혁성을 고무줄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패스트트랙법 즉각 통과 비상행동 국회농성'에서 "민주당은 '50%+@' 준연동형 선거제에서 어떠한 후퇴도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 선거제 개혁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여러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 같아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윤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입안하려고 했으나 민주당의 요청으로 '50%+@'를 기본으로 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여야4당 합의로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제와서 연동률을 낮추는 협상안을 제시하는 것은 합의의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무시하는 행위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공식 입장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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